메뉴 건너뛰기

실제경험담 잠결에 언니 흉내를 내는 귀신 본 썰 (원덬실화)
4,594 16
2024.09.20 21:17
4,594 16

이건 당장 엊그제 있었던 일이야. 나는 언니랑 정말 사이가 좋아서 방을 같이 쓰는데 침대 방은 화장실 바로 옆에 있어. 그래서 언니가 밤에 화장실에 가면 인기척이나 화장실 불빛 때문에 종종 잠에서 깨곤 해. 우리는 보통 방 문을 닫아두고 자는데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니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길래 언니가 화장실에 있나 보다 했지. 그리고 다시 잠에 들려는데 화장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원덬아 내일 햄버거 먹으러 갈래?

 

언니가 원래 햄버거를 좋아해서 거의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먹는 것 같아.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서 나한테 그걸 묻는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잠결이었던 나는 이상함을 못 느꼈어. 그러자고 대답을 한 것 같긴 한데 워낙 잠에 취해 있어서 그때 대답을 못한 것 같기도 해.

 

그리고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로 방 문 쪽을 보는데 얼굴에 그늘이 진 언니가 몸을 반쯤 숨긴 채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그늘이 졌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얼굴의 반쯤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는 뜻이야. 그리고 생긴 건 정말 내가 아는 언니의 모습인데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은 느낌이었어. 문 앞에 선 언니가 한 쪽 눈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여전히 화장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어. 나는, 아 방 문 앞에서 나를 보고 있는 이건 언니가 아니라 귀신이다, 아니면 내가 지금 가위에 눌린 거다 하고 확신했어. 나는 순간적으로 그 형체를 향해 베개를 집어던졌어.

 

그런데 베개를 배에 정통으로 맞은 언니가 악 하는 외마디를 뱉으면서 쭈그리고 주저앉는 거야.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문 앞에서 나를 보고 있던 게 진짜 언니고, 화장실에 있던 게 언니가 아닌 무언가였구나 깨달았어. 화장실에서 갑자기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는 둥 이상한 말도 했으니까. 그래서 바로 언니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내가 잠깐 가위에 눌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사과했어. 언니는 여전히 아픈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내 옆에 누웠어. 나는 언니를 등지고 돌아누웠는데 갑자기 언니가

 

그래서, 햄버거 먹으러 갈 거야?

 

하고 묻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랬더니 언니가 다시 되물었지.

 

"진짜?"

"엉."

"진짜?"

"웅!!"

"진짜?"

 

나는 이 세 번째 물음을 듣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 분명 햄버거 먹으러 갈 거냐고 물어봤던 건 문 앞에서 내가 던진 베개를 맞은 언니가 아니라 화장실의 언니였는데... 그리고 오래 전에 읽은 한 괴담에서 '귀신은 같은 행동을 세 번씩 반복한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서 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언니는 씩 웃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어. 이미 소름이 돋은 몸에 이중으로 소름이 돋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나는 그 상태로 기절하듯 다시 잠에 빠진 것 같아. 다음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어제 본 그건 언니를 어설프게 따라하려고 한 것 같았어. 언니가 자주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말이야.

 

-

 

쓰고 보니까 별로 무섭진 않은데 사실 언니랑 나는 이 방에서 자면서 비슷한 일을 수차례 겪었거든. 우리를 흉내내는 무언가의 존재를. 신기하게도 같은 날 그럴 때도 있고, 언니가 느낀 바로 다음날 내가 느낄 때도 있고. 공통점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언니는 그 존재를 나라고 착각하고, 나는 그 존재를 언니라고 착각한다는 거야. 한동안 이런 일이 없어서 잊고 지냈는데 엊그제 간만에 겪었더니 생경하고 무서웠어...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다른 일들도 천천히 풀어볼게!

목록 스크랩 (0)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캔메이크X더쿠🎀] 40주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무치푸루 틴트 NEW 컬러💗 체험단 433 12.26 33,22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9,96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88,59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11,67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10,895
공지 잡담 고어물 및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 등은 올리지말고 적당선에서 수위를 지켜줘 18.08.23 33,60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409 잡담 TXQ FICTION 시리즈 "UFO山(UFO산)"이라는 거 방송함 05:13 7
11408 잡담 남자친구의 생가 12.24 216
11407 괴담/미스테리 👻할머니와 인턴 + 병원 아파트 (& 에필로그)👻 1 12.23 148
11406 잡담 돌비 행자님 재밌다! 1 12.16 255
11405 잡담 2000년대에 엄청 유행한 인터넷 공포 소설?? 뭔지 아는사람! 3 12.14 748
11404 잡담 돌비 오늘 바퀴사연 되게 예전에 라이브한거지? 1 12.12 433
11403 잡담 심괴 굿즈 파네? 10 12.10 1,362
11402 onair 심거ㅣ 보는 사람??? 12 12.07 709
11401 잡담 타고타고 가다가 하하꺼 보고 거기서 이야기 안나온게 궁금해서 12.04 266
11400 잡담 윤시원 괴담사 재밌다 2 12.01 598
11399 onair 오 담주도 하구나👏👏👏👏 12.01 254
11398 onair 심괴가지마 너없이 내가 일주일 어떻게 버텨ㅠㅠ 11.30 115
11397 onair 배우들 잊지않고 챙겨줘서 좋다 2 11.30 296
11396 잡담 귀신나오는 집에 산 일톡러 5 11.30 1,001
11395 잡담 심괴에 도움요청했던 사연들 3 11.30 814
11394 onair 결방ㅇㅈㄹ로 얼마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즌 마지막회요?? 1 11.24 599
11393 onair 심괴 내년에 또 꼭 만나~ 1 11.24 330
11392 onair 오늘 좀 무서웠다ㄷㄷㄷㄷ 1 11.24 301
11391 onair 시즌 마지막 오늘이라고??? 7 11.24 528
11390 onair 사진 안보려고 잠깐 딴데돌림 9 11.24 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