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의 일들이긴 한데 그냥 심심해서 풀고갈게
근데 이걸 딱 가위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한게 꽤 오래 살고있던 집이고 아무일도 겪어본 적이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머리 위쪽에서 졸졸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위처럼 몸을 못움직이겠는거임
신기한건 그때 난 자고있지도 졸고있지도 않았고 그냥 핸드폰 보면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덜컥 멈췄다는거.. 그리고 내가 쓰는 방은 화장실이랑은 멀리 떨어져있었던데다가 머리맡은 벽 너머로 바로 현관이어서 물소리같은게 들릴 이유가 없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것도 신기했음 내가 모르는 수맥같은게 있나 하면서ㅋㅋㅋ 근데 뭐가 들린다거나 보인다거나 그런건 없었고
그리고 그런 애매한 가위를 두번정도 겪은 다음에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워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있었단 말이야
그때가 여름이라 커뮤나 웹툰에 괴담이 종종 올라오고 그랬는데 마침 그날 팔척귀신괴담을 봤어서 시커멓고 키가 아파트만한 귀신이 단지 안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음(누워만 있고 눈은 뜬 상태로)
근데 내 상상 속에서 그 귀신이 사람 얼굴만한 눈으로 내 방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에 또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덜컥 하고 몸이 안움직여지는거야
그땐 타이밍때문에 좀 무섭고 소름도 돋고 그랬는데 이미 최근에 가위도 두번 눌려봐서 익숙했고 어차피 내 상상이니까 바로 손가락 움직여서 가위 풀고 잤음
그 후로는 한번도 비슷한 일 안겪어봤고 몇년 뒤에 집도 이사감
두번째는 몇년 전에 취업프로그램 인턴십으로 일할때 일인데 큰 행사를 하나 치르고 뒤풀이하는 날이었음
그때 내가 일하던 곳이 남산에 있는 건물이었는데 뒤풀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술을 못먹어서 거의 입에도 안대고 시간이 새벽이라 좀 졸리기도 했어서 안주만 집어먹으면서 뒤풀이 언제 끝나나..이생각만 하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싶은거야ㅠ 뒤풀이하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화장실까지는 5분? 10분? 정도 걸어가야됐는데 건물 불이 거의 꺼진 상태라 혼자 가긴 좀 그래서 같이 인턴하던 친구랑 화장실을 같이 가기로 했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화장실을 들어왔는데 행사가 있었던 건물이 어린이시설이 있는 곳이라 제일 가까운 화장실이 어린이용 화장실이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 들여다볼수도 있는데 왜그렇게 만들었나 싶지만 암튼 그래서 손씻는 곳도 낮게 만들고 문도 천장까지 닿는 길이가 아니라 좀 키가 낮은 문이었음 내 키가 167인데 어깨 좀 위였나 아래까지 오는 정도?
어차피 여자끼리니까 신경 안쓰고 안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문 밑으로 신발 두 개가 보이더라고
걍 친구 발인가보다 하고 나와서 손을 씻고 있는데 씻다가 생각해보니까 그 친구 키면 최소한 정수리는 보였어야되는데 문 위가 아무것도 없이 휑했던거야.. 신발도 그 친구 신발이 아니라 까만 구두같은거였음 하루종일 서서 움직일 일이 많은 행사라 다들 운동화를 신고 있었거든
뭐지 하다가 친구가 문쪽에 서있길래 혹시 다른사람 들어왔었냐고 물어봤음 근데 화장실엔 우리 둘밖에 없었고 아무도 안왔대 그때 아 이게 귀신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해꼬지를 당한건 아니니까 무섭다기보다 와 이런 경험도 해보는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신기한 마음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한테도 나 귀신봤나봐 하면서 얘기하고 남아있던 직원들한테도 저 방금 귀신봤어요 하면서 막 썰을 푸는데 그때 직원중에서 제일 행사경험 많았던 팀장님이 아 여기 원래 귀신 많이 나와 이러시는거야 그 건물 근처가 옛날 안기부 있었던 곳이라고....그 얘기 들으니까 갑자기 숙연한 마음이 좀 생기더라 역시 이날 이후로는 귀신 비슷한것도 한번도 못봄
암튼 별거아닌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이야! 심심한데 갑자기 이 얘기들이 생각나서 공포방에 풀러 와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