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 (실화) 공부하다 신들린 학생
상현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도 받아보았고 이름난 무당을 불러 굿도 해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집안이 가난해서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그의 어머니가 평소 다니던 절의 스님에게 아들을 부탁하게 되었다. 스님은 경전을 읽어 마음을 안정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상현은 하루 중 제정신인 시간이 겨우 30분 정도였고, 무슨 질문을 하면 늘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로 물건을 사러 가다가 갑자기 입이 벌어지고 혀가 바깥으로 나오고 눈알도 붉게 충혈되더니 고개를 쳐들고,
“여기가 어디냐?”
라고 물었다. 스님이 놀라서,
“너는 누구냐?”
소리쳐 되물으니,
“나는 이 집안의 8대 조부다.”
하는 것이었다.
“야, 이놈아. 네가 8대 조부면 나는 10대 조부다. 어서 썩 물러가라.”
스님이 다시 호통을 치니 그제서야,
“아이고, 나보다 더 높으시네요. 저는 물러갑니다.”
하더니 제정신을 차렸다. 상현은 방금 일어났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스님이 그 집안의 내력을 알아보니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상현의 큰형은 몇 년 전 교사로 근무하다가 갑자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행방불명되었고, 어머니는 자다가 한밤중에 몸이 뜨거워져 산을 한 바퀴 돌고 와야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열기 띤 눈을 가지고 있었다. 큰형이 그런 후 막내 상현이 이번에 똑같은 증상을 보인 것이다.
어느 날 밤 상현과 스님이 한 방에 누워 자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스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숨을 쉴 수 없었는데 불경을 외워도 낫지 않았다. 그러다가 혼미한 정신에서도 최선을 다해,
“귀신아, 내 말을 들어봐라. 네가 저 학생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 이러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대화로써 풀어 해결 방법을 찾아야지 이러면 되느냐.”
하고 타이르니 조금 후에 목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상현이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스님 고맙습니다. 제가 갑니다. 이 애를 바닷물에 빠뜨려 죽이려다 스님 때문에 그냥 갑니다.”
이튿날 상현은 계속 울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책을 읽으라고 하니 제대로 읽었고 말도 논리정연하게 잘 했다. 상현이는 그 날로 병이 나았고 이듬해에는 취직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옛말에 아버지쪽으로는 조상줄이 있고 어머지쪽으로는 산신줄이 있는데, 아버지쪽 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머니쪽의 신이 들어오지 못해 집안이 풍지박살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상현의 집안을 두고 한 것인지는 모르나 아직까지도 왜 상현이 갑자기 귀신이 씌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어떻게 나을 수 있었는지도...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604882464
EP.22 불타는 방
한 택시 운전사가 하얀 소복을 입은 젊은 여자 손님을 태우고 밤늦은 시간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운전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손님이라서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얼마쯤 지나서 택시는 커다란 한옥 앞에서 멈춰 섰다. 여인은 들어가서 돈을 가지고 오겠다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그 여인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진 운전사는 직접 그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불러도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둘러보던 운전사의 눈에 커다란 방이 들어왔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운전사는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방 안이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온통 빨간 것이었다.
택시를 몰고 내려가다가 그는 가게에 들러 그 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저씨, 저기 위에 있는 한옥에 불이 난 것 같아요.”
“댁도 보았나보구려.”
“뭘요?”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오. 3년 전에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하루는 강도가 들어서 부부가 모두 죽었다오. 한데 끔찍하게도 부인은 강도의 칼에 두 눈이 찔려 피를 흘리고 죽었다는구려.”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611082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