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혹시 잡힌 건가.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모르겠어…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대체 뭐냐구, 정말…"
"………"
?
누군가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신중히 접근해 정체를 확인한다.
B와 D였다.
나 "야… 너희들, 괜찮냐?"
B "으아!… 뭐야… ○○랑 E구나… 너희야말로 괜찮은 거야? 뭐야 너… 바지 젖었잖아."
나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전혀 괜찮지 않아… 바지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줘… 부탁이야.
그건 그렇고 너희는 처음에 어디에 있었던 거야?"
B "난 처음에 음악실에 있었어. 그리고 조금 돌아다니다가 D랑 만난 거고."
D "난 과학실. 복도로 나와서 너희들을 찾고 있었는데, 먼저 A 군을 만났고…
그다음이 B 군이었어. 그리고 A 군이 다른 애들을 찾겠다며 혼자서 큰 소리를 냈고…
그다음엔 A군의 비명이 들렸고… 우린 너무 무서워져서… A군을 두고 도망치고 말았어…"
이렇게 말한 D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 대신 B가 입을 열었다.
B "그보다 전혀 괜찮지 않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바지도 무슨 일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된 거 아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나와 E는 아까 벌어진 일을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술래의 정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술래가 비명을 듣고 어딘가로 가버렸다는 것 등을 설명했다.
B "뭐라고… 그럼 A는 지금쯤… 그 이상한 녀석에게 붙잡혀서…
아아, 이제 이런 술래잡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난 처음부터 이런 거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D, 네가 책임져!"
B는 D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D "나라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너희들도 궁금했잖아!
나도 너무 무섭다구. 지금 당장이라도 이 술래잡기를 멈추고 싶은 건 너희와 마찬가지란 말이야!"
B와 D가 싸우기 시작했다. 안돼… 이렇게 큰 목소리를 냈다간 들키고 말아…
나 "너희 둘 다 그만 싸워. 여기서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리고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면… 술래에게 들키게 돼.
게다가 아직 A가 잡혔다고 단정할 수는 없잖아. 난 더 이상 그 이상한 녀석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건 꿈이야. 잠에서 깨어나면 끝나는 꿈."
이렇게 말하니 B와 D는 미안, 하고 한마디를 하곤 바로 조용해졌다.
다행이다… 어떻게든 다시 냉정해질 수 있겠어.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나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무서운 건 당연하다. 그래, 다들 무서운 것이다.
E "고마워, ○○."
그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기뻤다. 게다가 지금은 네 명이나 모여있다.
그리고 만일 A가 술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한 녀석보다는 낫다.
그렇게 생각한 우리들 네 명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다다다다다다다…
발소리가 들린다. 반대쪽 복도인가…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누구지? A인가? 다른 친구인가…? 아니면…
역시 아까 그 큰 목소리를 듣고 온 건가…
우리 네 사람은 걸음을 멈춘 채 그 발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복도는 너무 어둡다… 확인하기엔 이 창에서 비치는 달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위치에 몸을 숙이고, 발소리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아직도 들려온다… 하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그렇지만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윽고 모습이 드러났다…
"으악-! 뭐야 이거…!"
"또 그놈인가… A가 술래가 된 게 아니었냐고…!"
"꺄악-! 이제 싫어…"
"가까이 오지 마…!"
우리들은 그것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일제히 도망쳤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틀림없었다…
또 그 녀석이다. 그 새까만 모습… 그리고 그 눈…
그때의 공포가 다시 덮쳐온다.
정신없이 도망쳤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뛰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난 무의식적으로 어느 교실에 들어갔다.
"하아, 하아... 하아…"
더 이상 못 달리겠어… 숨을 쉴 수가 없어…
난 그곳에 누워버렸다.
다른 애들은? 어디로 간 거지? 각자 떨어져 버린 건가…
난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 교실까지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더 이상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야… 도망치는데 성공했어.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설마 잡힌 건 아니겠지… 진정하자, 지금은 체력을 회복하는 것만 생각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지금은 다른 친구들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내 안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이다.
난 심호흡을 하며 냉정하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발이 덜덜 떨리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이런 공포… 지금까지 느껴본 적도 없다…
다리의 떨림이 멈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일단 냉정함을 되찾고 주변을 돌아본다. 이 교실.
가정실이다.
"가정실이네. 그렇다면 뭔가 쓸만한 게 있을 거야. 뭐 없나."
나는 싱크대가 딸린 테이블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나온 것은 식칼. 가정실이니 조리실습에 쓰는 식칼이 있나보다.
혹시 또 그 녀석이 나타나면 이 칼로…
나는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건 그저 꿈에 불과한데.
그저 꿈인데…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이때의 나는 지금 이 공간이 꿈속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술래잡기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 녀석에게 잡히면 살해당한다. 그렇다면 내가 반대로 그 녀석을 살해해주겠어.
이런 생각을, 초등학생 주제에 하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가정실에 숨어있을까? 아니면 다른 친구들을 찾아볼까…
숨어있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 하지만 나는 이곳에 홀로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어둡고 조용한 가정실… 내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불도 켤 수 없다… 불을 켜면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을 들켜버린다.
이 암흑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이곳에 그 녀석이 오면… 도망칠 방도가 없다…
이 생각만으로 충분히 무서웠다…
문득 창문을 보았다.
창문으로 중간 정원과 함께 복도 창이 보였다.
"음? 누군가 뛰고 있어. 아니, 도망치고 있어. 누구지?"
달빛 덕분에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C였다. 하지만 C가 혼자인 게 맞나?
!!!!!!!!!!!!!!!!
나는 나도 모르게 창에서 떨어져 숨었다.
순간 달빛 사이로 보였다.
그 까만 녀석이다…
C는 지금 그 녀석에게 쫓기고 있다. 그럼 이제 B, D, E는 잡혀버린 건가?
아니, 잡혔다면 저 녀석이 술래일 리 없어…
아직 아무도 잡히지 않은 건가…
하지만 이것도 이상하다. 한 명 정도는 잡히고도 남을 상황인데.
공포로 다시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 평범한 술래잡기에 불과한데도…
그보다 지금 몇 시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나는 가정실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말도 안 돼… 아직 12시잖아…"
그렇다. 시계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 시계만 고장이 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무 지나친 우연이다.
우리들은 12시에 몽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계도 딱 12시에 멈추어있다.
설마… 계속 이 어두운 밤 속에 있어야 한다는 건가…
아침이 되면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 생각한 나에게 있어, 이 사실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조금 진정하고 나서 여길 나가야겠다.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체력을 조금 회복한 뒤, 나는 가정실에서 나왔다. 오른손에 식칼을 들고서…
누구라도 만나고 싶다… 혼자는 싫어. 하지만… 그 녀석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때 나는, 처음보다 주변이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여전히 어둡다.
정확히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것이겠지. 그래서 아까 바로 B와 D를 알아볼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만큼은 바로 확인할 수가 없다.
그 녀석은 이 어둠과 동화하고 있다. 그게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
아니면 달빛… 그리고 발소리다.
지금부터는 발소리가 들려오면 그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왔을 땐 너무 늦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신중히 나아간다. 신중히…
각 교실을 확인한다.
그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니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이곳에도 아무도 없다… 여기도. 얼른 누구라도 만나고 싶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각 교실을 확인해나간다.
그리고 6학년 3반 교실 앞에 섰을 때, 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뚜벅, 뚜벅…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
무서워진 난 나도 모르게 교실에 들어가 버렸다.
실수했다… 혹시 여기서 발각된다면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그 녀석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면 돼.
이제 교실에서 나갈 수 없다. 나가는 그 순간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녀석의 발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이곳에 숨어있을 수밖에 없다…
덜걱덜걱…
그러던 중 청소 용구함 주변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지? 여기에 누가 있는 건가? 그 녀석인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교단에 다가간다…
오른손에 식칼을 꽉 쥐고… 그 녀석이라면 이 식칼로 찌를 것이다.
그리고 한방에 다가가 도구함을 열었다…
"으아! 뭐야, ○○이구나… 다행이다…"
청소 도구함에 숨어 작은 비명을 지른 사람은 E였다.
울다 지친 것 같았다. 몸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나 "괜찮아. 나야. 그건 그렇고 E, B와 D는 어딨어? 같이 있던 거 아냐?"
E "응, 그게… 그때 우린 1층으로 도망쳤어.
그래도 계속 그 녀석이 쫓아와서… 이제 잡히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그때 B가… D를…"
나 "D가 어떻게 됐는데? 무슨 일이 있던 거야?"
E "… D짱을, 잡아서 방패막이로 삼아버렸어… 그때 D짱 엄청 소리 질렀는데…
그래도 B는… 그대로 D짱을…"
나 "… 그럼 D와 B는 잡혔다는 뜻이야?"
E "모르겠어… 나도 몰라… 난 그 틈을 타서 이곳으로 도망 온 거야…
그 둘을 내버려 둔 채로… 그래도… 너무 무서웠어…"
나 "… 응, 알았어 E. 아무도 널 비난하진 못할 거야.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말을 마친 E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무리도 아니다.
눈앞에서 친구가, 그 녀석에게 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그걸 무시하고 말았다.
죄악감이 클 것이다… 그리고 무서웠겠지…
나라도 울었을 것이다.
그때.
쾅!
뭐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거리는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각 교실 문을 여는 것 같다…
쾅!
또다. 아까보다 가깝다…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다…
쾅!
지금 교실을 나가면 분명히 들킬 것이다… 그 녀석인가… 아니면 다른 녀석인가…
쾅!
이제 바로 근처다.
큰일이다… 이대로라면 들키고 말아…
나 "E, 잘 들어. 난 지금부터 이 교실에서 나갈 거야.
이 교실을 향해 누군가 오고 있어…
이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들키고 말아.
혹시나, 그 녀석이 아닐지도 몰라. 그래도 확실히 알 순 없어.
그러니까 내가 누군지 확인해보고 올게."
E "안돼, 위험해… 같이 있자."
나 "만약 그 녀석이라면 어떡할 건데? 너 달리기 빠르지도 않잖아.
그리고, 만일에 대비해서 이 식칼도 챙겨뒀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반드시, 꼭 돌아올게. 그러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
E "응… 알았어. 무사히 돌아와야 해. 약속이야."
나 "응, 약속할게."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
두 개 떨어진 교실에서 나타난 건… 그 녀석이다! 새카만 그 녀석이다!
복도 창문에서 내리쬐는 달빛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안돼… 도망치자… 도망치자… 도망쳐야 해…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공포로 움직일 수 없다.
움직여, 제발, 움직여!
다다다다다다다…
드디어 다리가 움직였다. 하지만 그 녀석과 거리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힐지도 모른다.
나는 복도를 돈 지점에 멈춰 양손으로 식칼을 잡았다.
그리고 녀석도 복도 귀퉁이를 돌아왔다.
"으아아아-------!"
녀석을 향해 있는 힘껏 식칼을 찌른다. 공포 때문에 더 이상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였다.
"해냈어… 죽였다… 내 승리다."
지나친 공포감에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이제 힘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식칼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