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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운명이란 참 서글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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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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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qoo.net/83338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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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읽어야 연결이 되는 글이므로 꼭 읽고 오길



여자의 어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여자를 낳았다.


어미는 여자를 미워해 눈길 한 번 다정하게 건네지 않았다.


어미는 온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이따금 집을 나서 해가 질 때쯤에야 돌아왔다.


돌아온 어미의 표정은 늘 슬펐다.


어느 날, 여자의 어미는 죽었다.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마을 사람 누구도 여자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여자의 어미는 죽고 나서도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며칠간 꼼짝도 안 하더니 어느 날은 집 밖으로 나갔다.


마을 사내 하나가 죽고 난 후에야 어미의 귀신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미의 표정은 허망하여 도저히 사람이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죽은 사내는 어미보다 몇 살 연상으로 아내와 어린 자식이 있다고 했다.


여자는 어렴풋이 그 사내가 자신의 아비이겠구나 짐작했다.


사내가 죽은 후 여자를 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가 더 흉흉해졌다.


그리하여 여자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여자가 6살 때 일이었다.


여자는 마을을 나서 장으로 갔다.


정처 없이 떠도는데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릿기름을 발라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쪽 찐 머리를 한 눈매가 무서운 여자가 여자를 노려봤다.


눈매가 무서운 여자는 여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여자는 무당이었다.


무당은 너는 평범하게 살 운명이 아니라며 여자를 신딸로 삼았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무당은 여자에게 말해주었다.


너는 아비도 없이 태어나 어미가 남자에 대한 원한을 품고 죽고 산 사람까지 죽였으니 너는 죽어도 염라대왕 앞까지도 못 갈 것이다.


너는 존재해선 안 되는 운명으로 죽어도 성불하지 못한다.


존재를 인정받고 성불하려면 큰 은혜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무당은 여자가 웬만큼 크자 신내림을 받게 했다.


여자의 드센 기운 탓인지 갓 신을 받은 무당이라 그런지 여자는 꽤나 용한 무당이었다.


여자는 신어미에게서 독립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며 무당으로 살았다.


여자가 기억하는 어미의 나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졌을 즈음에는 여자는 전국에서 용한 무당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여자는 가끔 고향 마을에 가보곤 했는데 여자와 어미가 살던 집은 폐가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았다.


어미 귀신은 여전히 거기서 남자가 가까이 오기라도 하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원한을 뿌렸다.


마을에는 이 집에서 사람 여럿이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마 남자들만 죽었겠지.




어느 날, 여자에게 굿 의뢰가 하나 들어왔다.


망나니가 한 의뢰였는데, 집안 대대로 망나니를 하며 쌓인 업보 때문에 굿을 한다고 했다.


여자는 직감했다.


이 굿이 자신의 운명을 구원해 줄 것임을.


여자는 철저히 준비했다.


대가 내려오며 쌓인 업보는 다음 대대로 이어질 것이기에 여자는 그 업보까지 짊어지기로 했다.


그리하여 망나니가 굿할 준비를 마친 것은 무려 3년이나 지난 후였다.


여자는 마지막 굿을 하기 전 고향 집에 들렀다.


어미는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예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미의 제를 지냈다.


마지막 절을 하고 고개도 들지 않고 어미도 한 번 쳐다보지 않고 여자는 고향을 떠났다.




여자는 큰 사당 나무 아래서 굿을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의 굿판에 조선팔도에서 구경꾼이 몰려왔다.


구경꾼 중 그 누구도 여자가 무슨 굿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혹여나 다른 무당이 지나가다 굿판을 보면 재수 없다며 학을 떼며 도망갈 것이다.


여자는 망나니의 업보를 짊어지고 자신의 구원을 얻기 위해 진심을 다해 굿을 했다.


한 달이나 진행된 굿판 끝에 여자는 망나니의 업보를 뒤집어쓰고 그 진득한 피에 들러붙었다.



몇 대 간은 망나니를 계속했다.


몇 대 간은 다른 직업을 가졌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약초꾼으로 살던 남자부터였다.


일본군 앞잡이가 되더니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였다.


그 원한은 독한 기운을 풍기며 남자를 잡아먹을 듯했다.


원한이 극에 달한 것은 남자가 붉은 두건을 두른 청년을 죽인 날이었다.


더 이상 막을 수는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욕했다.


씨발년.


여자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이 자신을 죽이는지 무엇이 자신을 지켜왔는지 보여주었다.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떨었다.




다행히 남자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남자의 아들은 사형집행관이 되었다.


여자는 그의 업보도 짊어 지었다.


사형집행관은 굿을 했다.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 서 였다.


굿은 여자를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내었다.


그 틈으로 묵은 원한들이 비집고 들어와 사형집행관을 잡아먹을 듯 에워쌌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사형집행관에게도 진실을 보여주었다.



사형집행관의 아들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죽이는 의사가 되었다.


여자는 의사의 업보도 짊어지었다.


의사는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제 손으로 죽였다.


대가 끊어졌다.


업보는 끝났다.


죄를, 그 묵은 원한들을 가지고 갈 사람이 정해졌다.


여자가 짊어지고 있던 업보가 뜯겨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 세찬 힘에 여자의 몸이 휘청거렸다.


의사가 다가와 여자의 어깨를 잡아챘다.


그 순간 원한들이 제 주인을 찾은 양 의사에게로 달려들었다.


의사는 벽에 처박혔다.


여자는 가벼워진 혼을 가지고 의사를 지나쳤다.


여자는 의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죽이는 의사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여자를 결국 구원해 준 셈이다.


운명이란 참 서글프구나.


되내이며 여자는 마침내 죽음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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