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제경험담 한동안 피해 다녀야 할 골목길이 생긴 것 같아
7,259 22
2021.01.18 13:55
7,259 22
며칠 전에 퇴근하고 요 사이 허리가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가는 날이었어.

병원 마지막 진료 타임에 치료받고 나오느라 나왔을 땐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참이었지.

피곤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니까 걷는 것도 좀 버겁게 느껴져서 평소보다 좀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에 분홍색이라고 해야 할지, 보라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색의 패딩 입은 한 40~50대 정도의 여자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근데 가만히 보니까 걸음걸이가 좀 이상했어. 느릿느릿하고, 비척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음걸이인데 묘하게 이상한 느낌.

그냥 어디 불편하신가 보다 생각했지, 나도 지금 허리 아픈 상황이니까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니까, 내가 평소보다 느리게 걷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그 여자를 따라잡았어.

딱 한 뼘 거리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그 여자가 멈추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서 날 쳐다보는 거야.

정면 보고 걷고 있었어도 갑자기 옆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시선이 가기 마련이잖아.

근데 난 평소에도 사람 눈을 잘 못 마주치는 버릇이 있어서, 그 여자가 고개 돌리는 동시에 나도 시선을 얼른 옆으로 돌렸어.

그 여자는 멈춰서 계속 날 쳐다보는 상태였고, 나는 걷고 있어서 이제 막 그 여자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뭐라고 말을 거는 거야.

내가 그 당시에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는데 날 쳐다보면서 뭐라고 하는 입 모양이 곁눈질로 보였거든.



평소 같았으면 다시 네? 하고 되물었을 텐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만사가 다 귀찮은 데다가, 이상하게 뭔가 쎄한 거야.

난 이어폰으로 노래 크게 듣는 것도 싫어하고, 외부 소리가 안 들리면 불안해서 

늘 볼륨 1~2칸으로 해놓고 노래 들으면서도 외부 소리를 다 듣는단 말이야.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나, 발소리도 들을 정도로.

근데 바로 옆에서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작게 말을 건다는 건, 내가 다시 네? 하고 되물어도 또 안 들리게 말할 것 같았어.

말했다시피 너무 피곤한 상태라 난 거기서 1초의 시간도 더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못 본 척, 못 들은 척 무시했지.



그렇게 내가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뒤에서 얼굴만 내 어깨 위로 불쑥 들이밀더니 다시 말을 걸었어.

아까는 아무 말도 안 들렸는데 이번엔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못 본 척하네." 이러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어폰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너무 소름 끼치는 데다가, 얼굴 들이밀고 있는 것도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그 여자 쳐다보려고 시선 옮기려는데, 

그 순간 내 시선에 그림자가 들어온 거야. 그때 막 가로등 불이 켜져서 내 대각선 앞쪽에 내 그림자가 있었거든?

근데 여자 그림자가 없어. 바로 내 옆에서 얼굴 들이밀고 있으면 그 여자 그림자도 당연히 보여야 하는데 그림자는 내 그림자밖에 없는 거야.

몸 그림자야 겹쳐졌다 치더라도 어깨 위에 있는 얼굴은 그림자가 있어야하는데, 그림자 속 내 어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순간적으로 아, 이 여자가 뭔지 확실힌 몰라도 여기서 아는 척하면 인생 조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정면을 쳐다보고 걸었는데 그 여자도 계속 바짝 따라붙어서 얼굴 들이민 채로 나랑 눈 마주치려고 하는 거야.

옆에서 시끄럽게 웃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계속 정면만 보고 있으니까 얼굴 더 들이밀더니 "이래도 안 봐? 이래도 안 봐?" 이러면서.

무시하고 계속 걷고는 있는데 정신 나가겠더라. 식은땀 나고 다리는 후들거려서 천근만근이고.



그때 맞은편에서 SUV 한 대가 들어왔어. 

거긴 좁은 골목길이고 갓길 주차도 돼 있어서 그 차가 지나가려면 내가 바깥으로 바짝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계속 가는 둥, 마는 둥 느릿하게 걷고 있으니까 옆으로 나오라는 듯이 헤드라이터 상향등 하향등 조절하면서 불빛 깜빡깜빡 하더라고.

그 여자는 골목길 딱 중간에 서 있고, 난 그 여자보다 조금 더 좌측 갓길이랑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거든.

그래서 옆에서 그 여자가 뭐라거나 말거나 난 일단 차부터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바로 옆 갓길 주차된 차에 바짝 붙었더니 그 여자가 안 따라붙었어.



잠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무섭더라.

그 SUV는 이상하게 내가 피하자마자 그냥 골목길을 지나가 버렸거든, 애초에 골목길에 서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듯이.

분명히 여자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그 이상한 걸음걸이로 차를 피하려면 시간이 몇 초는 더 필요했을 텐데.



그 여자가 차를 피했는지 어땠는진 차마 뒤돌아 확인해 볼 용기가 안 나서 SUV가 그 골목 지나가는 동안 그냥 도망치듯이 뛰어서 집에 와버렸어.

뒤돌았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있을까 봐.

피곤해서 헛걸 본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골목 주변은 피해 다니려고 해.
목록 스크랩 (0)
댓글 2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21 01.08 20,29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14,71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95,75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4,44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99,909
공지 잡담 고어물 및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 등은 올리지말고 적당선에서 수위를 지켜줘 18.08.23 33,60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407 잡담 심괴 굿즈 산거 왔당 2 01.06 320
11406 잡담 돌비 혼파님 정주행하고있는데 너무 재밌다 1 01.06 171
11405 잡담 살날리고 저주거는것도 보통 부지런해야 되는 일이 아닌가봐 2 01.04 303
11404 잡담 와 이번 전배님 은장도이야기 레전드.. 1 01.04 261
11403 잡담 TXQ FICTION 시리즈 "UFO山(UFO산)"이라는 거 방송함 5 25.12.28 277
11402 잡담 남자친구의 생가 25.12.24 440
11401 괴담/미스테리 👻할머니와 인턴 + 병원 아파트 (& 에필로그)👻 3 25.12.23 385
11400 잡담 돌비 행자님 재밌다! 1 25.12.16 400
11399 잡담 2000년대에 엄청 유행한 인터넷 공포 소설?? 뭔지 아는사람! 3 25.12.14 977
11398 잡담 돌비 오늘 바퀴사연 되게 예전에 라이브한거지? 1 25.12.12 548
11397 잡담 심괴 굿즈 파네? 11 25.12.10 1,695
11396 onair 심거ㅣ 보는 사람??? 12 25.12.07 781
11395 잡담 타고타고 가다가 하하꺼 보고 거기서 이야기 안나온게 궁금해서 25.12.04 297
11394 잡담 윤시원 괴담사 재밌다 2 25.12.01 688
11393 onair 오 담주도 하구나👏👏👏👏 25.12.01 261
11392 onair 심괴가지마 너없이 내가 일주일 어떻게 버텨ㅠㅠ 25.11.30 121
11391 onair 배우들 잊지않고 챙겨줘서 좋다 2 25.11.30 334
11390 잡담 귀신나오는 집에 산 일톡러 5 25.11.30 1,114
11389 잡담 심괴에 도움요청했던 사연들 3 25.11.30 928
11388 onair 결방ㅇㅈㄹ로 얼마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즌 마지막회요?? 1 25.11.24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