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친구 두 명이랑 작은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
그 날도 어김없이 만나는 장소로 가기 위해서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지나가고 있었어
그 장소애 도착하기 직전에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거길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가 저 멀리서 "야!!!!!!!!" 하고 소릴 치더라
흘긋 봤더니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당시 내 눈에 고딩으로 보였으니 아마 성인이었을지도..) 등빨 좋은
남자 두 명이 아무도 없는 어린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담배를 찍찍 피고 있데?
그래서 난 지들끼리 장난치나... 하고 그냥 가던 길 가는데
"야!!!!!!!! 거기 반바지 입은 여자애!!!!!!!!" 하고 부르는거야
거기 지나가는 사람은 나뿐이어서 엥? 하면서 멈춰서서 그쪽을 바라보는데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묻는거야 다짜고짜.
잔뜩 쫄아서 열두 살이라고 조용히 말하니까
흠칫 놀라면서 열두살?? 하고 되묻더라
그래서 고개 끄덕하니까 에이 씨.. 하고 바닥에 침 뱉으면서 손짓으로 가라고 하더라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는 너무 무서웠어
내가 초6때 모르는 사람한테 대학생이냐는 소리 들을 정도로 좀 조숙했거든.
아마 나를 중고등학생 정도로 본 것 같은데 뭘 요구하려던 거였을까..
온갖 생각이 들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도 그 생각밖에 안 나고
그날 하루 온종알 불안에 떨었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말을 못 하겠어서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한테도 말을 못 했어 (지금까지도 ㅋㅋ..)
그리고 그 놀이터는 유일하게 그네가 있는 놀이터라 참 좋아했는데
그 뒤로 몇개월 동안 얼씬도 안 했어.
별 거 아니지만 크면 클 수록 무서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