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정은 박해영 작가의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낯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적 요소가 한층 두드러졌다”고 짚으면서도, 그 유머가 “단순히 가볍지 않고 어둡고 씁쓸함을 품어 ‘블랙 시트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해 특유의 정서를 언급했다.
변은아에 대한 해석도 구체적이다. 고윤정은 그를 “내면에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며 ‘나는 과연 가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인물”이라고 정리했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안에 휩싸였을 때 눈물 대신 코피가 터지는 것처럼,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눌러 담고, 그 과정에서 더 고요하지만 깊은 싸움을 이어간다”고 덧붙이며 내적 긴장을 설명했다.
이 같은 인물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윤정은 감정의 폭발보다 미세한 변화를 세심하게 담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면의 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했고, 미세한 시선이나 말의 호흡, 어미의 높낮이 같은 디테일에 집중했다”며, 대사보다 침묵과 여백이 많은 캐릭터의 특성을 연기적으로 어떻게 채워 넣을지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특히 여백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을 의식하며 “그 여백을 단단하게 채우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말이 없는 순간에도 시선과 호흡으로 마음의 움직임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설명으로, 대사가 없는 침묵 속에서도 변은아의 이야기가 느껴지도록 만들고자 했던 고민을 엿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구교환과의 연기 호흡이 중요한 축이 됐다. 앞서 황동만 역을 맡은 구교환은 변은아와의 장면을 두고 “황동만이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변은아는 듣기만 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장면이 끝나고 나면, 윤정씨의 목소리를 가득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변은아의 침묵 속에도 고윤정의 해석이 강하게 남았다는 평가다.
고윤정 역시 구교환과 함께한 시간을 두고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실제로 황동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면서,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갖고 계시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스로와 싸우는 모습이 황동만과 꼭 닮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의 연기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분명한 질서가 느껴졌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입체적인 황동만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많은 것을 배우고 자극을 받았다”고 말해 함께 만들어갈 장면들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극 중에서 황동만과 변은아의 관계는 ‘무가치함’에 멈춰 선 사람들의 인생에 초록불을 켜는 연결점으로 제시된다. 고윤정은 두 사람을 “사회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서로의 가치를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위로를 건넨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읽어내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인물들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변은아가 황동만의 불안과 외로움을 어떻게 마주하는지에 대한 시선도 전했다. 그는 황동만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존재가 변은아라고 짚으면서, “변은아가 황동만을 응원하며 건네는 말들이 결국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위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들이었기에 그 관계가 더 깊고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고 덧붙여, 서로의 상처를 비추는 ‘쌍방 구원’ 구도의 한 축을 설명했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인 ‘무가치함’을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직접 풀어놨다. 고윤정은 “변은아의 여정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자신의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과정이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작은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며, 인물이 향하는 방향과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지점을 함께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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