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20년 넘게 연기를 해서 대학로에 가면 알아봐주시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로는 전국이 대학로가 된 것 같아요.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합니다.”
배우 박호산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문래동 카이스트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21년차 연기 경력의 베테랑 배우였다. 한 해에 연극과 뮤지컬을 10작품씩 병행할 정도로 ‘슬기롭지’ 않은 무리한 일정을 감행했지만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박호산은 지난 23일 오후 4시 ‘스포츠경향’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 비화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시원섭섭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섭섭함이 더 커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기회가 처음이어서요. 어쨌든 끝은 정해져 있으니 다음을 기약해야죠.”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관계자들에게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가 원하는 차기작은 ‘좋은 의미를 품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큰 역할이 아니어도 의미 있는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생겨요. 결정된 것은 없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희망을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죠.”
<슬기로운 감빵생활> 흥행 요인을 물으니 출연진들과 함께했던 MT 이야기로 답했다.
“22일에 MT를 갔어요. 제가 ‘신원호는 배와 같다’고 말했어요. 승선하고 보니 좋은 선장이 있었고 그 선장이 좋은 선원들을 모았죠. 사실 기회를 갖기 힘들었던 무명 실력자들로 선원을 꾸리는 게 많은 용기를 요했을 거예요. 선장에게 보은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죠. 그런 팀워크가 흥행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의 팀워크도 빛났다. 미술팀에서는 촬영에 필요한 만큼만 밥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먹을 수 있게 여유로운 밥상을 차렸다. 연출부에서는 새벽같이 진행되는 촬영 일정을 배려해 식사하는 신을 가장 먼저 촬영하도록 순서를 배치했다. 그 선장에 그 선원들이었다.
“그 배에 타기 위해서 오디션을 5번 봤어요. 다른 분들은 한두 번 보고 끝났는데 저는 거의 전 배역의 대본을 다 읽어야 했어요. 제가 ‘이렇게 사람을 불러 놓고 배역 안 주면 양아치인 거 아시죠?’라고 말할 정도였죠.”
박호산이 어떤 대본도 잘 소화하니 오디션은 자꾸 길어졌다. 가장 캐스팅하기 힘든 배역을 달라고 하니 문래동 카이스트 대본이 주어졌다.
“혀 짧은 발음은 작가님과 피디님이 의도한 거였죠. 항상 혀 끝을 의식하며 발음했어요.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하니 주변에서 ‘너 지금 뭐 하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래도 드라마를 위해서 꿋꿋히 연습했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인지 물으니 곧바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청자 분들에게는 슬기로운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침서가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는 긴말을 할 것도 없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