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극본 권소라 서재원·연출 최정규)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은 세자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맞으며 혼란에 빠진 궁궐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30년 전 벌어졌던 비극이 되풀이되는 듯한 상황 속에서도 왕은 "귀신은 없다"며 궁 안의 소문을 철저히 단속한다. 하지만 겉과 달리 무당의 아들인 구천을 강제로 궁으로 불러들여 귀신을 없애라고 명한다. 거부할 틈도 없이 임무를 맡게 된 구천은 살아남기 위해 동궁의 비밀과 마주한다.
귀신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궁녀 생강은 구천의 조력자로 나선다. 그러나 연못에 깃든 귀신의 정체만큼은 그가 알지 못하도록 애쓴다. 궁 사람들 역시 연못귀신의 생전 신분을 감추려 하며 의심을 키운다.
결국 구천은 직접 연못 아래로 뛰어들어 귀신과 맞선다. 인간과 원귀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투는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위기의 순간 생강이 그를 끌어내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후 생강은 궁에 더 머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하며 두 사람의 공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동궁'은 궁중 미스터리에 크리처 호러와 오컬트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단순히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의 한과 원망을 중심에 놓으며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낸다.
궁궐의 고즈넉한 아름다움과 음산한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낸 미장센은 작품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어두운 색감을 중심으로 한 화면 구성은 한국적인 오컬트의 정서를 더욱 짙게 만든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동궁'을 선택한 남주혁은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낸다. 안하무인의 귀신베기꾼 구천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다. 액션과 감정 연기를 무리 없이 오가며 작품의 중심축 역할을 해낸 점도 인상적이다.
조승우와 장영남을 비롯한 베테랑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압도적이다. 짧은 등장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인물마다 감춰진 속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이야기에 묵직한 힘을 더한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반면 노윤서의 연기력은 다소 부족하다. 첫 사극 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표정과 대사 전달이 아직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한 인상이다. 극 중 생강은 귀신과 인간 사이를 오가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야 하는 핵심 인물이지만, 노윤서가 그려낸 표현의 폭은 제한적이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장면에선 이러한 부분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같은 아쉬움에도 불구, 장르적 완성도에서 기대를 품게 하는 작품이다.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이 비밀을 공유하며 어떤 호흡을 만들어갈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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