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략)
'군체'는 개체들이 하나로 연결돼 거대한 유기체처럼 기능하는 집단을 뜻하는 사전적 의미에서 출발한다. 흔히 개미의 사회적 학습을 칭할 때 사용되지만, 영화 속에서는 '좀비'에게 대입된다. 이들은 마치 군대 개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경험을 공유하고 진화하는 '의식의 군체'가 된다.
그간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서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종이다. '부산행'과 '반도'의 좀비가 본능에만 충족해 날뛰는 '통제 불능의 짐승'이었다면, '군체'의 좀비는 상황을 학습하고 통제에 따르는 '신인류'에 가깝다.
행동 패턴도 전형성을 탈피했다. 사족보행을 넘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생존자들의 이동 동선과 대응 방식을 빠르게 읽어낸다. 모든 시각과 청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서영철의 눈과 귀, 손발이 돼 움직인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좀비들의 진화는 빙산의 일각이다. 인간의 전술을 역이용하는 좀비 군체의 지능적인 행동들은 소름을 안긴다.
영화는 초반 10분 만에 집단 감염 사태를 발발시키며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몰아친다. 좀비들의 영리한 학습 능력과 생존자들의 사투가 122분간 쉴 틈 없이 교차된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가족애와 희생'이라는 휴머니즘이 밑바탕에 흐르지만, 신파로 빠지지 않고 선을 지킨다. 재난 영화의 단골 클리셰인 '답답한 발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 점도 돋보인다.
'군체'가 흥미로운 건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집단지성이 주는 공포'와 '소통의 부재', 이로 인한 '사회적 패닉'을 은유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학습과 맹목적인 추종으로 인해 결국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앤트밀'을 시각화한 장면은 주제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 군상을 대변하는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적이다. 감염자들의 패턴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브레인 권세정 역의 전지현은 극의 중심을 잡고, 분노를 유발할 만큼 짜증스러운 악역을 소화한 구교환은 기괴함을 선사한다. 맨몸으로 감염자들을 무차별 타격하는 지창욱의 처절한 액션도 인상깊다. 처절한 사투를 온몸으로 체화해 낸 김신록과 신현빈 역시 제 몫을 다한다.
다만 중반부까지 '학습과 진화'라는 키워드로 키워놓은 좀비 군체의 위용이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허무하게 무너지는 점은 아쉽다. 군체를 총괄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인 서영철과, 대척점에 선 권세정의 최종 대립도 서사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힘이 빠진다.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을 던진 경비원 최현석의 사투만이 뚜렷한 잔상으로 남는다.
'군체'는 감독의 호언장담대로 기존 좀비 장르의 틀을 깨부수려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명확한 주제 의식과 진화된 비주얼은 합격점이지만, 서사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는 결말부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http://m.stoo.com/article.php?aid=106759827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