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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수평의 열차에서 수직의 빌딩으로…연상호의 고지능 디스토피아 '군체' [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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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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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 7분간 기립박수


[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연상호 감독이 또 한 번 한국형 좀비물을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올렸다. 지난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열풍을 촉발하며 장르의 서막을 열었던 그가 정확히 10년 만에 ‘군체’로 자신이 세운 패러다임을 스스로 경신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감염 사태라는 익숙한 장르 문법 위에 집단 지성과 실시간 정보 공유라는 개념을 덧입히며 이전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기괴한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서울 도심 초고층 건물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 그리고 그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의 사투라는 기본 구조는 익숙하지만, 영화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예상보다 훨씬 낯설다. ‘부산행’이 폐쇄된 열차 안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공포를 끌어냈다면, 이번 ‘군체’는 초고층 쇼핑몰이라는 수직적 공간 안에서 생존과 통제, 고립의 감각을 훨씬 입체적으로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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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화려한 쇼핑몰 안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시작된다. 서영철(구교환 분)의 테러 예고와 함께 건물은 순식간에 봉쇄되고, 내부 사람들은 그대로 고립된다. 처음엔 짐승처럼 기어다니던 감염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받아 진화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핵심은 감염자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서영철이 보고 듣고 이해한 정보는 감염자들에게 즉각 공유되고, 이들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바꾼다. 더 이상 본능만 남은 괴물이 아니라 학습하고 적응하는 존재들인 셈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연결 강박과 소통의 역설을 보여준다. 이 사태의 시발점이 된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비극”이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기능한다.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 그 틈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배제, 고립이 감염 사태와 맞물려 증폭된다. 역설적으로 감염자들은 인간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망설임 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동시에 움직이는 군체의 모습은 오늘날 시스템 사회의 단면을 기괴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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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생존자 그룹의 캐릭터 구성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건물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경비원 최현석(지창욱 분), 다리가 불편한 누나 최현희(김신록 분), 감염자 치료 가능성을 지닌 서영철을 확보하려는 경찰(이중옥 분), 일진 소녀와 그에게 괴롭힘당하는 학생, 육상 선수 출신 노인까지 서로 다른 인간 군상이 한 건물 안에 뒤엉킨다. 생명공학 교수 권세정(전지현 분)이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브레인이라면 최현석은 몸으로 길을 뚫고 사람들을 움직을 보호하는 손과 발이 된다.

무엇보다 강렬한 건 감염자들의 움직임이다. 몸이 뒤틀리고 꺾이며 인간의 형태를 간신히 유지한 채 몰려오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좀비의 움직임과는 결이 다르다. 더 조직적이고, 더 일사분란하며, 더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수십 명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장면들은 공포를 넘어 기괴한 집단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감각을 남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감염자들이 점점 인간 사회의 질서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묘한 불쾌감까지 더해진다.


이번에도 연상호 감독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인간 군상에 대한 시선이 선명하다. 쇼핑몰 밖 정부와 대책본부는 생존자들을 구할 의지가 없다.이 과정에서 구조대가 쇼핑몰 내부로 진입해 감염자들과 맞서는 장면들을 모니터 화면 너머로 지켜보는 연출은 인상적이다. 마치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백신 확보가 생존자 구조보다 우선되는 순간들, 책임자들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모습들은 재난 상황 속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공동체 윤리라는 사실을 날카롭게 비춘다.

배우들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전지현은 ‘암살’ 이후 약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감정을 과하게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중심축 역할을 해낸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영화의 온도를 높인다.

지창욱의 열연도 돋보인다. 그는 점점 극한 상황으로 몰려가는 인간의 감정선을 몸으로 밀어붙인다. 건물을 질주하고, 부딪히고, 버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물리적인 에너지가 상당하다. 시간이 지나며 감정의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들에서는 배우 특유의 날것 같은 힘이 살아난다.

무엇보다 구교환은 서영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 전체의 공기를 뒤흔든다. 능청스럽게 웃다가도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얼굴, 감염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순간의 묘한 침착함이 기이한 긴장을 만든다.

‘군체’는 좀비 액션의 규모만 키우지 않았다. 연결될수록 더 쉽게 동조하고, 더 빠르게 군집화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장르적 공포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상호 감독은 고도화된 연결 사회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개인의 판단과 인간다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러닝타임 122분. 21일 개봉.

데일리안(프랑스, 칸)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https://naver.me/GNJWp3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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