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감사 신혜선과 공명은 과연 적절한 선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은밀한 감사')
‘은밀한 감사’, 감사를 빙자해 이 드라마가 진짜 하려는 이야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제목부터 수상하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 이야기다. '감사'가 들어갔으니 신하균이 나왔던 <감사합니다> 같은 작품이 떠오를 수 있다. 횡령, 비리,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회사의 감사팀이 벌이는 활극에 가까운 사이다 정의구현 드라마. 하지만 <은밀한 감사>는 어딘가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해무그룹 감사팀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잘 나가던 노기준(공명) 대리가 새로 부임한 주인아(신혜선) 감사팀장에 의해 루저 집단이라 비웃음 받는 감사 3팀 PM(풍기문란) 담당자로 좌천되면서 드라마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은밀한 감사>가 다룰 감사 사건들은 말 그대로 '풍기문란' 사건(보통의 불륜 사건이라 불리는)이 될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감사'라는 제목의 수식어로 '은밀한'이 붙은 건 그래서다. 이 드라마는 사내에서 누군가 벌이는 불륜 같은 은밀한 사건들(?)을 다루려고 한다. 첫 번째 시퀀스로 사내 계단에서 옛 여자친구가 들이대는 모습이 주인아 팀장에게 불륜으로 오해되면서 노기준 대리가 감사 3팀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실제로 이 드라마는 사내에서 벌어진 불륜을 찾아내 해당 직원에게 징계를 내리는 감사 3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이 작품이 그저 그런 자극적이고 뻔한 풍기문란 추적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를테면 해무그룹 전재열(김재욱) 부회장과 비서 박아정(홍화연)의 관계가 그렇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부적절한 관계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오빠의 빚 때문에 갈 곳 없는 비서에게 부회장이 호의를 베푼 것뿐이다. 그 호의 때문에 박아정이 전재열을 좋아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전재열은 늘 부회장과 비서라는 선을 지켰다.
또 감사3팀 무광일(오대환) 팀장은 선물과 돈 봉투(부조를 너무 많이 했다며 돌려주려 한 것이다)를 하청업체 직원 아줌마(이정은)가 건네자 이를 사양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사진에 찍혀 중년 불륜 스캔들을 겪게 됐다. 즉 실상은 불륜이 아니지만, 누군가에 의해 찍힌 사진이 퍼지면서 만들어진 오해로 그런 스캔들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은밀한 감사>는 그저 겉으로 보면 사내에서 너무나 부적절한 관계처럼 보이는 것들이, 한발 다가가 들여다보면 사실 오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상황들을 통해 보여준다.

즉 <은밀한 감사>가 말하려는 건 공사 구분해야 하는 사내의 관계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가 회사 내에서는 얽힐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 내밀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진짜 사정을 알 수 없다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관점의 변화가 기존 오피스 드라마에서 늘 보던 클리셰를 비틀고 있다는 점이다. 부회장과 비서의 관계라면 그저 덮어놓고 부적절한 것으로 치부하고, 팀장과 직원 사이의 로맨스도 어딘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늘 드라마를 통해 보지 않았던가. 이러한 클리셰들을 뒤집는 지점에서 <은밀한 감사>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그건 마치 내가 잔뜩 오인한 어떤 관계가 실상이 밝혀졌을 때 갖게 되는 반전의 안도감 같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제 누군가의 은밀한 사생활을 추적하며 그 부적절한 관계를 찾아 징계를 내리는 위치에 있는 감사팀장과 팀 에이스가 막상 부적절한 관계처럼 보이는 사적 관계가 만들어졌을 때 생겨날 수 있는 딜레마다.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던 주인아와 노기준의 혐관은 어느 순간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면서 스르르 녹아버리고 급기야는 서로에게 끌려 키스를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이 관계는 과연 적절할까. 아니 지금은 적절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내에서 일을 하면서 팀장과 부하직원의 관계로써 부적절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사적 애정이 팀원에 대한 공정한 평가나 지지를 해치는 지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적절하다 해도 만일 그 관계가 발각됐을 때 그걸 부적절하다 보는 눈들은 얼마나 많을까. 특히 주인아처럼 회사에 적이 많은 팀장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은밀한 감사>는 이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겹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과 오해들이 의외의 다양한 재미들을 만들어낸다. 굳이 감사팀을 소재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공적으로는 선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감사팀은 늘 그걸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실상 자신들이 선을 넘으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 감사팀이라는 소재를 통해 훨씬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주인아와 노기준은 그 선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사적인 애정을 이어가면서 공적인 관계도 버텨낼 수 있을까. 향후 전개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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