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디 두아'(추송연 극본, 김진민 연출)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면서도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뿜어내는 꽤 탄탄한 스릴러이다. OTT나 미니시리즈 중 비교적 짧은 8부작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한겨울 서울 청담동 삼월백화점 앞에서 오픈 런 알바를 하던 양다혜(윤가이)는 맨홀 아래의 시체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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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허영심.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하이 엔드 브랜드에 집착하게 되었다. 돈이 넘치는 부자야 그럴 법도 하겠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중산층 혹은 그 아래조차 고착된다는 게 문제이다.
포식 동물일지라도 배가 부르면 눈앞에 먹잇감이 보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평생 먹고살 돈이 있어도 더 벌고자 아등바등 몸부림친다.
동물은 소화제가 필요 없지만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소화제를 발명했다. 욕심 때문이다.
사치에 대한 욕망은 바로 그 탐욕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더, 더, 더.'를 외치는 끝을 모르는 과욕의 산물.
단체 생활을 하는 동물에게는 계급이 있다. 편리성과 생존을 위해서이다.
현대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역시 계급은 존재한다. 다만 그 서열이 과거처럼 공식적이지 않을 따름이다.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2000)에 등장하는 미국의 여피족들은 명함의 퀄리티에 집착한다. '네임 카드'가 바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겉치레를 추구하는 심리는 그 여피족이나 한국의 '명품족'이나 별다를 바 없겠지만 후자가 조금 더 천박하지 않을까? 부자라면 굳이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타자가 그 지위를 인정해 준다. 그러니 굳이 사치를 할 필요 없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부자가 아니라면? 그건 부화에 불과하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는 용틀임에 다름없다.
부두아는 분명히 사기이지만 사라는 "사기라면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합니까?"라고 무경에게 묻는다. 둘째,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인식론이다. 사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렇다. 이 작품은 '명품족'을 통해 명품의 진품 여부가 아니라 도대체 명품이 있기나 한 것이냐고 묻고 있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를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의 두 가지로 보았다. 또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가치의 비율과 가격의 비율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격이 생산 가격(생산 비용, 이윤 등)에 의해 좌우되지만 가격이 가치와 항상 동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약 그가 살았다면 '명품족'들의 이념을 갈기갈기 찢었을 것이다.
사라의 주장은 일견 합리적이기도 하다. '진짜와 가짜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또 그 상품을 함께 소비하며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마치 원효 대사의 해골 물 깨달음이나 장자의 '호접몽'과 같은 관념론을 주창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의 경제 논리가 더욱 가슴에 와닿게 된다. 상품 가치의 기준은?
물론 '명품족'들은 브랜드의 네임 밸류, 자신의 우월한 마음가짐, 타인들의 인정, 희소성 등을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실용주의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존 듀이에 따르면 실용주의는 도구주의로 발전하며 한편으로는 합리주의, 상대주의, 경험론 등과 겹치는 면이 있다. 즉 헤라클레이토스의 '세상의 모든 것은 유전한다.'라는 명제를 근거로 하고 있다.
진짜가 진짜가 아니게 변할 수도 있고,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다. 사라 킴이 결국 목가희도, 김은재도, 사라 킴도 아닌, 자신이 죽인 김미정이 된다는 결말은 바로 그 유전설이자 실용주의이다. 이 작품은 명품은 현대인의 사치와 낭비를 유발하는 허화가 만드는 게 아니라 '쓸모'에 따라 결정된다는 교훈을 역설적으로 훈화하고 있다.
관념론과 유물론의 조화!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낳았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허상을 진실이라고 믿는 인격 장애를 말한다. 개천에서는 용이 나올 수 없다.
지렁이가 나올 뿐. 부자는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라는, 아니 가희는, 그리고 미정은 그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리플리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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