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그렇다고 희노애락이 아예 망가진 건 아니니까
때때로 좋은 드라마, 영화, 예능 잘 봤고
소설도 읽었고
아주 무감동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운 적은 없었어
참 슬프다고는 느끼는데 눈물은 안 나오고 심장 쥐어짜듯 속 답답하기만 해서 가슴만 퍽퍽 치고 차라리 울면 후련할텐데 왜 이럴 때 눈물도 안 나오나 이랬단 말이지
근데 왕사남 보기 전부터 단종 기록 찾아보다 글썽이고 마음 먹먹해져서 아 이거 보러 갈까 고민하면서도 보고나면 더 심란해질 것 같아서 못 볼 것 같다고 망설이길 여러 번... 결국 보고 왔거든
오히려 마음이 참 편해졌어
슬프고 괴롭고 답답하고 근데 눈물이 나더라
아주 오랫만에 내 것이 아닌 남의 인생, 남의 고통을 위해 울게 된 기분이야
그게 어쩐지 후련해
내 안에 갖혀 있던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까지 같이 씻긴 기분도 들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머나 먼 옛날 옛적 어린 아이를 위해 울었다는 게 스스로에게 너 아직 인간이기는 하구나 그런 미미한 안도도 주더라
내가 그렇게까지 엉망인 건 아니야 라는...
애도를 위해 본 영화인데 동시에 날 위무하는 기분이 들었어
그 사람, 그 어린 옛 사람을 위해 비는 이 마음에 거짓은 없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희노애락 모든 감정이 그리 틀려먹은 반응은 아닐 거라는 작은 신뢰도 주더라
고작 영화 한 편에 뭘 그리 대단한 해석을 붙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그냥... 이런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해서.
그 영화 한 편 본 덕에 이제는 다른 드라마도 영화도 좀 더 오래 지그시 응시해서 볼 마음이 들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