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넘 ㄱㅇㅇ 서 다 가져옴 ☺️
- 올해 <좀비딸> 이전에 <중증외상센터>가 있었다. 얄밉지만 도저히 미워하기 힘든 한유림 항문외과장은 탄력성과 입체성이 무척 강한 인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나도 놀랐다. 한유림을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지 몰랐다. 그렇지만 유림을 미워 보이지 않게 연기해야지, 사랑받게 연기해야지 하면서 계산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유림을 지배하는 감정이 무엇이느냐. 그것을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에겐 딸을 사랑하는 부성애가 정말 중요하다. 그는 딸을 홀로 키웠고 심지어 자신의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은 유림의 삶의 이유다. 하나뿐인 딸이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 그는 그제야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절절하게 슬퍼하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다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면 못된 사람이겠지만 백강혁(주지훈)을 향한 고마움을 딛고 조금씩 변모한다. 아마도 이 과정을 호감으로 지켜봐주신 것 같다. 좀전에 맨 아래에 자리한 사랑을 포획해내는 게 연기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 <중증외상센터>는 특히 만화적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라 유림의 입체적인 설정과 잘 맞물렸던 듯하다.
그래서 어려움도 있었다. <중증외상센터>에서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했던 점이 하나 있다. 작품이 전반적으로 코믹하고 경쾌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무드인 거지 생명을 다루면서 코미디를 무조건적으로 내세우는 건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현장을 소재로 쓰지 말자는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그렇다면 유림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웃음) 그게 문제였다. 유림은 상대적으로 코믹 포인트가 많았기에 이런 지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때 이도윤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다들 진지하기 때문에 한쪽에서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유림이 웃음을 주면 좋겠다고. 그래서 조금씩 고삐를 풀다가 나중에는 막 놔버렸다. 마지막에 “내가 백강혁이다!” 하면서 청진기를 마구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내가 반 미쳤던 것 같다. 감독님도 당황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렇게 가시죠” 하시더라. (웃음)
기사원문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8155&utm_source=naver&utm_mediu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