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퀄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속 맨슨 패밀리의 일원으로 눈도장을 찍은 이후 <포시/버든>(2019), <조용한 희망>(2021)으로 두 차례 에미상에 지명됐고, <가여운 것들>(2023),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2024)까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그리고 퀄리는 <서브스턴스>의 공동 주연으로서 맹렬한 폭주로 가득한 영화에 굉장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브스턴스>만큼이나 뜨거운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지난 8월, 작품의 스페셜 스크리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마가렛 퀄리와 나눈 화상 대화를 전한다.
- 수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로부터 탄생한 존재고, 엘리자베스이면서 엘리자베스이길 거부하는 캐릭터다. 수를 연기하기 위해 엘리자베스로부터 가져온 특성이 있나.
= 오히려 나와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수를 독립적인 존재로 해석했다. 엘리자베스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하긴 했지만 수는 신기원으로서 새로 태어난 존재다. 그는 2차 성징을 마친 성인의 육체로 로스앤젤레스에 나타나지만 어떠한 사회적 경험도 해보지 못한 피조물이다. 그래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겪지 않은 인격이 성인 여성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며 수를 만들어갔다.
- 수가 처음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도취한 듯 보이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 엘리자베스로부터 탈피한 수가 처음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을 찍던 순간, 카메라 밖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형언하기 어렵지만 내 영혼이 낯선 이의 몸 안으로 침투한 듯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감독님은 기술적인 부분에 국한해 집요한 디렉션을 건넸다. 카메라가 수의 사고를 따라 움직이도록 계획된 장면이기 때문이다. 통제된 움직임하에서 오로지 내가 표현하려는 수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영화 후반 피를 뒤집어쓴 채 벌이는 격투 시퀀스 또한 잊을 수 없다. 그 장면을 포함해 광기로 폭주하는 당신의 신체 에너지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은데.
= 최대한 배역으로부터 감정적으로 깊이 관여하는 순간을 갖지 않으려 노력했다. 수를 연기하며 밤마다 악몽도 곧잘 꿨다. 그간 나 자신을 꽤 온화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공격성의 진폭을 본 후 스스로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 수는 자신의 쇼에서 신체 노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옷을 입고 퍼포밍을 한다. 촬영감독을 포함해 방송국 중역이 모두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기괴한 현장이다.
= 수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위해 수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택했다. 고통을 자처한 것이다. 대개 과거의 상처가 있다면 아픔을 치유할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내어주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나. 그런데 수는 여성에게 덧씌워지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관한 품평 앞에 직접 서며 미디어가 기대하는 젊은 여성의 단면을 재현한다. 그러니 수가 얼마나 괴로웠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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