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해영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었음)
안녕 해영아. 나는 너의 작은 팬이야. NN년 좋아한 내돌에게도 쓰지 않는 편지를.. 너에게 쓰는구나.
그냥.. 6주동안 너와 정이 진하게 들었는데..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보내는 건 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긴.. 장문의 팬레터를 보내.
우리 해영이는 늘 입버릇처럼 손해보기 싫다는 말을 하더라? 물론 나도 손해보는 거 겁나 싫어해. 빚지는 것은 은혜든 원한이든 싫어서 그냥 싹다 기억했다가 열심히 갚아나가지. 근데 내가 말하는 손해는 내가 지출한 시간과 노력, 비용 대비 이득을 얻기는커녕 본전도 못찾은 경우를 말해, 이를테면.. 꿔준 돈 못받거나, 내가 밥을 몇번 더 산다던가.. 관계에 있어서는 내가 좀 더 많이 좋아하는 느낌?
근데 손해영의 손해는 뭔가 좀 달랐어. 내가 아는 손해 말고, 마음의 짐이 될만한 상황인가?를 먼저 고려하는 것 같았어.
미움은 주는 사람이 손해지 받는 사람은 손해 아니다.
응원은 받는 사람이 손해지 하는 사람은 손해가 아니다.
미워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널 구하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어. 등등.
너는 어떤 상황에 있어서, 최고의 효과를 낼 답지가 있는데, 단순히 내 편의를 위해 그 답지를 외면하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특히,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또는 자신의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해영은 자신이 당할 어떤 불이익도 감수해.
시호의 일을 예로 들면, 그 아이의 일을 외면하지 않는 댓가로 경찰서까지 갔는데도, 해영이는 그 가폭범에게서 아이를 분리하기 위해 복규현의 취임사까지 들먹이기도 하고, 바람 피는 걸로 보이는 윤피디를 응징하기 위해, 구두를 벗어들고 때릴려고 해. 그리고 자연이가 찾아왔을 때,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겠구나 싶어서 자연을 받아들이지. 그리고 계속해서 자연을 살피고, 가끔은 후회도 하면서 자연의 안녕을 빌어.
결국 해영이에게 손해는, 당장 내 손에 닿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되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불이익따위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다소 특이점이 있다고 봐. 그리고, 이러한 독특한 손익계산을 하게 된 이유는, 정말 누구보다 착한 은옥씨의 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정이 많고 다정한, 은옥씨의 딸 손해영이라서.
그런데 손해영이 은옥씨의 딸이라서 얻게된 손해는 너무.. 너어무 컸어.
세상에는 가족에게 더 잘하는 사람과, 가족에게 더 많은 이해를 구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은옥씨는 후자였거든.
가족이라서 자신을 다 이해해줄 줄 알았겠지만, 은옥씨는 해영이가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라는 사실을 까먹은 것 같더라구. 아이에게 엄마는 단 하나인데, 낳아준 엄마는 하나일수밖에 없는데. 칭얼대고 화를 내도 은옥씨는 미안하단 말만 하고 금새 다시 위탁아들에게 간 것 같았어.
더 큰 문제는 한참 사람과의 관계에 예민한 아동시기에 그 집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바뀌었다는 거야.
앞서 말했지만, 해영이는 은옥씨를 많이 닮았고, 정이 많잖아. 분명 그 사람들이 해영이에게 되게 잘해줬겠지? 은옥씨 딸이고 해영이도 좋은 애니까. 근데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언니 오빠들 친구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근데 잡아도 갈 수밖에 없대. 이게 빈번히 일어났다면 어떻겠어. 사람에게 애정을 주는 것도, 그리고 주변 사람이 떠나는 것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이 생겼겠지?
그런면에서 난 지욱이 떠난다고 했을 때 개새끼라고 울면서 꽃 던지고 화내던 해영이 모습이 이해가 가면서 가슴이 아프더라구. 치유되지 않은 해영의 어릴적 상처를 본 것 같아서. 그 정신없이 키스하는 상황에서도.. 확실히 말하라고 보채는 해영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아이를 대면한 것 같아서.
그런데, 이런 해영이가 사랑앞에서는 또 달라지더라?
싸우고 난 다음날 허전한 지욱의 방을 보고 가구를 사주기도 하고, 지욱으로 인해 보복성 인사조치를 받았을 때에도 지욱에 대한 원망대신 타도 복규현을 외치며 노동법을 뒤지면서도 그간 말하지 못한 지욱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 하며 지욱을 위로하기도 해.
그리고 종당에는, 손익계산 자체를 때려쳤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참는 지욱을 보며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는 지욱을 놓아주는 결정을 해버렸어. 평범한 사람이면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 가장 지욱이 필요한 시점에 그런 선택을 어떻게 해. 심지어 해영인 사랑하는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싫어하잖아.
그런데도 지금이 아니면 절대 못보내줄 거 같다며 생살 떼어내는 기분으로 억지로 억지로 떠나보내더라고. 오히려 지욱이가 떼도 안쓰더라며 오열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 너무너무 보고싶어서 반지를 꺼내보고, 간혹가다가 지욱이랑 추억이 있는 곳을 거닐때면 눈물이 나올거 같아도,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밝게 웃는 모습 보면서 마음이 아파도, 결국 내 선택이 옳았다며 자신을 다독거리는 정말, 너무나도 엉망진창인 손익계산에 헛웃음이 다 나더라니까.
이러한 해영이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손해영을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겠어. 손해영을 사랑하지 않으면 너무너무 손해일 거 같은데. 이런 착하고 다정한 사람을 아껴주지 않는 거? 그건 너무너무 큰 손해야. 그래서 결국 난.. 해영이에게 내 마음을 다 내주게 되었고, 손해보기 싫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꾸준히 손해를 보고 있는 우리 해영이. 다정한 해영이가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걸 너무너무 원하게 되었어.
너무 다행스럽게도, 정말 구하고 싶던 자연을 구하고, 엄마의 다른 위탁아들과 함께 엄마를 보내드리고, 쉽지 않았으나 투자를 받을 희망도 보이고, 사랑하는 지욱은 생일날 해영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지. 정말... 방송종료 10분전까지 김지욱 안나타나서 내가 다 초조해졌다니까 ㅠㅠ
그래도 결국 나타난 지욱이.. 알쓰 지욱이를 침대에 눕혀놓고 웃는 걸 보니 그때서야 내 마음도 놓이더라. 이제 다 되었구나 싶어서.
이제 해영이는 알잘딱깔센 지욱이와, 희성이 자연이와 함께 계속 행복하겠지? 물론 우리 해영이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대단한 사람이고, 여하준도 대단한 사람이니까, 둘이 하는 사업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아.
해영아, 늘 너의 선택에 행운이 따르길. 너의 작은 팬이 영원히, 진심으로 바래!
사랑해 손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