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실무관>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우빈이 주목한 건 액션이 아니었다. 정도(김우빈)가 무도실무관으로서 통제 불능의 전자감독 대상자를 어떻게 제압하는가보다 그 일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눈에 더 들어왔고 후자에 맞춰 캐릭터에 색을 입히고 싶었다. 집요한 성격에 서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터라 시나리오에 없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상상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정도는 재미가 제일 중요한 친구인데 김주환 감독님이 그 이유를 정해두지 않으셨다기에 직접 만들어봤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정도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라’라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살기 위해 날마다 즐거운 일을 찾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밖에 뭉쳐다니는 소꿉친구 3인방과는 언제 처음 친해졌고 졸업한 초등학교의 이름은 무엇인지까지 정했다. 배우가 고민한 만큼 인물이 화면에 현실감 있게 드러난다고 믿는다.” 김우빈에게 상상의 나래를 가만히 앉아서 펼칠 여유는 없었다. 정도가 검도, 유도, 태권도 도합 9단의 유단자였기에 촬영을 하면서도 무술을 고강도로 훈련했다. 1교시, 2교시를 치르는 학생처럼 하루에 세 무술을 연달아 배우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고 집에 들여놓은 샌드백 앞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급박한 상황에서 정도의 신체적 재능이 언뜻 드러나고 주변 막대기 하나를 잡았을 때마저 무술인의 폼이 나도록 고강도의 훈련 기간을 6~7개월간 버텼다.
마음 안팎으로 준비가 철저했기에 현장에서 김우빈은 자신 있게 아이디어를 던졌다. 메인 빌런이자 관리 대상자 강기중(이현걸)을 다시 잡으러 갈 수 있도록 정도가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는 장면에선 “나 이번엔 자신 있어. 그러니까 응원해줘”라는 진심 어린 대사를 넣었고 강기중과의 마지막 대결에선 손목에 적어둔 미란다원칙을 커닝하며 외치는 위트의 순간을 추가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델이란 한 우물만 판 김우빈이 꿈이 없는 정도의 성향에 공감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는 되레 캐릭터와 가깝다고 느꼈다. “원래 난 미래만 보는 사람이었는데 몸이 아픈 시기를 거치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바뀌었다. 이젠 목표도 안 정하고 오늘을 충실하게 산다. 그만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정도에게 다가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외계+인> 1·2부, <우리들의 블루스> <택배기사> <무도실무관>까지 판타지와 현실을 고르게 오가는 김우빈은 판타지 시리즈를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필모그래피의 균형을 채웠다.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램프의 정령 지니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까지 어디까지가 CG이고 진짜인지 모르겠는 작품은 처음이라 놀라며 찍고 있다. 그러나 지니는 <외계+인>의 가드(김우빈)와 같은 미래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지금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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