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프터스크리닝
오승욱 감독과 제작사 '사나이 픽쳐스'의 취향이 짙게 묻어나는 영화다. 114분의 러닝타임은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받고자 하는 7억 처럼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게 느껴진다. 전도연이 임지연과 손잡고 빌런 지창욱에 대항하며 권총쏘는 영화일줄 알았으나 뚜껑을 열어 본 '리볼버'는 뜻밖의 배우들의 연기 향연, 미장센, 음악까지 볼거리 들을거리 재미까지 다 갖춘 다채로운 영화였다. 특별출연하는 이정재는 엄청난 존재감으로 도입부의 미스터리를 담당한다. 비밀이 많은 인물이어서인지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고 여자 주인공들이 보이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정재를 계속 상상하게 된다. 이런 존재감이라면 특별출연이라고 하지 않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또 다른 특별출연인 정재영과 전혜진도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들이야 말로 등장하는 장면이 몇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씬에서 엄청난 깊이를 드러낸다. 전혜진의 후반부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후벼파기까지 한다. (왜 이렇게 짠하냐고...) 오히려 전도연이나 지창욱의 연기가 평범해 보일 정도로 영화에 등장하는(김종수, 김준한, 정만식)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이들의 연기가 좋은데는 캐릭터의 전후서사를 대사로 짐작케 하는 좋은 시나리오도 한 몫했지만 고급진 음악과 단 한 컷 만으로도 캐릭터의 취향과 수준을 알수 있게 해주는 미술의 힘도 있었다. 화려한 앵글이 아닌 오히려 절제된 앵글과 심플한 편집을 하되 적절한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화면도 좋았다. 오승욱 감독은 주인공 하수영(전도연)의 감정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주변 인물들이 하수영으로 인해 가지는 다양한 감정에 주목하고, 그들의 감정으로 인해 일이나 관계가 어떻게 틀어지는지를 조명하며 엔딩까지 이끌어간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톤도 마냥 느와르나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웃음과 놀라움을 곁들여 분위기에 변화구를 줬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볼버'는 8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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