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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돌풍 [씨네21] '돌풍' 설경구X김희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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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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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으려는 경제 부총리의 대결은 “선을 넘은 자에게 한계는 없”다는 극 중 대사처럼 끝없는 접전을 이어간다. 권력을 좇는 움직임은 같지만,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려는 박동호(설경구)와 그런 박동호를 저지해 자신의 영광을 꿈꾸는 정수진(김희애)의 행로는 사뭇 다른 결말로 향한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 시리즈를 선보인 박경수 작가와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손잡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의 주역을 소개한다. 매체 데뷔 후 30~4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각자의 제국을 건설해온 설경구와 김희애는 <더 문>을 시작으로 <돌풍> 그리고 <보통의 가족>에서도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두 베테랑들이 정치계에 뜬 두개의 태양을 연기한 <돌풍>은, 적역을 만난 배우의 존재감과 전달력에 힘입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묵직한 정치 스릴러의 귀환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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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앞에서 배우 설경구는 두개의 질문과 씨름했다. 대기업과 손잡은 대통령 장일준(김홍파)에 환멸을 느낀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는 나라를 바로잡는다는 대의 아래 대통령을 시해한다. 코마 상태에 빠진 대통령 대신 권한대행에게 주어진 기간 동안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 거침없는 남자를 두고 설경구는 우선 물어야 했다. “이런 사람이 정말 현실에 존재할까?” <추적자 THE CHASER> <펀치> 등을 쓴 박경수 작가의 뼈 있는 염원이 반영된 첫 번째 질문 뒤에 자연스럽게 뒤따른 배우의 고민은 이랬다. 신념과 명분에만 의지해 정치권에 자기 생을 투신하는 캐릭터를 “진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매체 데뷔 30여년 만에 선보이는 첫 드라마 주연작이자 넷플릭스 시리즈인 <돌풍>을 두고, 세간은 그에게 달라진 산업 환경과 커리어의 전략에 관한 물음을 던지지만 설경구의 대답은 언제나 간명하다. “박동호를 그답게 만들기 위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계산 없이 밀어붙이는 힘만이 필요했다”고.



- 완성된 <돌풍>을 봤나. 평소 영화 모니터링도 힘겹게 한다고 알고 있다. 12부작 보기가 쉽지 않았겠다.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 아직 전혀 보지 못했다. 출연작을 보게 되면 내 모습, 내 목소리만 들려서 그게 참 괴롭다. 2시간 안팎의 영화엔 그나마 익숙해져 있는데 이건 12부작이니까 작품이 플랫폼에 공개되면 천천히 보려고 한다.



- 1994년 방영된 MBC 드라마 <큰 언니>로 매체에 데뷔했다. 약 30년 만에 첫 주연작 <돌풍>이 나왔는데, 신인 시절에 드라마 현장을 경험하고 긴 시간이 흘러 돌아오니 무엇이 다르던가.

= 박경수 작가의 힘 있는 책, 그 속의 인물들, 그리고 “빨리 결정하라”고 강력 추천하는 김희애 배우의 영향이 컸다. 드라마 현장의 메커니즘은 워낙 빠른 속도로 막 치고 나가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나도 모르게 생긴 공포나 선입견 같은 게 있었다. 물론 옛날 얘기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덜컥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까 (김)홍파 형이 전화 와서 “너 진짜 하는 거냐”고 묻더라. 알고 보니 촬영, 조명감독님을 비롯해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영화할 때 같이 작업했던 식구들이 많이 합류한 상태였다. 막상 촬영장에 가서는 그동안 왜 드라마를 진작 안 했나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노동시간이 정확히 지켜지는 환경을 보면서 ‘7박9일간 쉬지 않고 찍는다’는 무용담이 옛말이란 걸 체감했고 스케줄도 무척 효율적으로 구성해서 한달에 15일 정도 촬영하는 식이었다. 딱 하나 영화와 큰 차이는 밥 먹는 거. 밥차가 없고 식사 시간이 되면 차 끌고 따로 식당에 밥 먹으러 가야 하는 게 처음엔 아쉬웠다. 리듬을 깨지 말고 유지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바람도 있고 그 시간에 한신이라도 더 찍자 싶어서. 지금도 중간에 끊고 밥 먹는 시간은 절대 1시간을 넘기지 말자는 주의다. <돌풍>에서 경험한 뒤 <하이퍼 나이프>(설경구의 차기 드라마 주연작) 때는 내가 건의해서 밥차를 도입했다. (웃음)



- 기자간담회에서 박경수 작가는 <돌풍>을 “몰락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박동호를 “초인”으로 설명했다. 몰락하는 초인의 서사를 한 사람의 독자로서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 <돌풍>은 악인조차 안쓰러운 비극이다. 내게 박동호는 위험천만한 신념을 향해 자기를 밀어붙인 뒤, 그 책임을 지기 위해 끝내 산화하는 인간이다. 정수진(김희애)은 자기 남편이 박동호였어야 하는데 운명이 그렇지 못했으니 스스로가 나섰고 결국 부패한다. 상대역이자 관객으로서 순수했던 정수진이 타락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박동호와 정수진 모두 권력욕이 큰데, 박동호의 권력욕이 세상을 뒤엎기 위해 필요한 힘이자 도구라면 정수진의 권력욕은 탐하고 싶은 무언가라는 차이가 있겠다. 그러니까 박동호는 현실적인 캐릭터라기보다 어떤 면에선 우리의 판타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를 질문했다.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연기해야 정말 살아 있는 인간처럼 보일까?’



- 박동호는 오직 이상과 포부로 움직이는 인간형이고 때로 관념이 형상화된 인물 같기도 하다. 배우가 자기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일상적인 핍진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연기하기 용이한 경우는 아닌데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 책에 적힌 이 인물의 위험한 신념과 욕망. 그것에만 의지해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계산을 하거나 접근하면 할수록 잡생각이 들 뿐이다. 시청자 눈에도 그게 보일뿐더러 무엇보다 박동호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라고 봤다. <돌풍>은 우직하게 주어진 숙제를 내가 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꾀 안 부리고 했던 것 같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이상을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박동호처럼 나 역시 꾸역꾸역 어떻게든 진심으로 앞으로 움직였다.



- 어조와 제스처도 힘 있고 담백하게 처리했다.
= 온갖 적이 주변에 산적해 있는 인물이다. 무조건 저돌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아니, 쓸어버린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대사의 방향성도 그렇게 잡았다. 한마디로 기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캐릭터인데 12부작을 그렇게 끌고 간다는 게 때로 물리적,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 중간에 한번은 방향을 좀 바꿔볼까 싶기는 했는데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 박동호는 문자 그대로 신념을 위해 투신한다. 그의 마지막 선택에 동의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 후련하던데! (웃음) 그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동호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을지 몰라도 설경구는 나도 모르게 와이어를 붙잡게 되더라. 특히 뒤로 떨어지는 설정이라 순간적으로 더욱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감독만큼 작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도 했나.
= 나로서는 <돌풍>을 하면서 그 부분이 배움이었다. 작품 초반까지는 현장에서 작가님과 커뮤니케이션할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슬슬 적응을 하면서 현장 모니터를 보고 스스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일찌감치 후시도 필요하겠구나 직감했다. 1회부터 12회까지 전부 다 재점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감독님, 작가님과 매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 때문에 작가님이 일찌감치 촬영본을 다 보고 피드백을 줬고 그로부터 엄청난 힘을 얻었다. 우리 담당 CP(스튜디오드래곤)는 현장과 후시 차이가 1% 더 좋아진 정도라고 했는데, 회마다 1%씩 좋아진다면 결국 12%나 좋아지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녹음을 모두 끝내고 같이 고생해준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렸다. 작품이 다 공개되고 나서 아쉬움에 얼굴 후끈거리는 것보다 어떻게든 조금 더 바로잡고 수습하는 게 내 방식이다.



- <킹메이커> <야차> <유령> <더 문> <길복순> 그리고 <돌풍>까지, 리더와 책임자의 위치에 놓인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다.
= 전부 역할들일 뿐인데 특별한 소회는 없다. 다만 세월이 쌓였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내게 분명한 것은 모든 캐릭터가 언제나 처음 만날 때 똑같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 새 역할을 받아들이는 배우의 ‘불편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 그러니까 나와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은 언제까지나 불편해야만 한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조금씩 그 불편함을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다 끝났다고 완전히 맞춰지는 것도 아니다. 새 옷에 적응하는 과정은 필연적이다.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 인물의 진정성에 다가가기 위해 매번 정면으로 부딪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 물론 어려울 때는 거짓말도 하게 된다. 나 역시 ‘하는 척’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노하우가 쌓인다는 걸 믿지 않는다. 스스로 진실하지 않게 반응해놓고 어떻게 관객이 믿어주길 기대할 수 있을까. <오아시스> 촬영 때인데, 너무 안돼서 그냥 하느라고 했다. 그래도 나름 괜찮게 나온 것 같았다. 이창동 감독님도 오케이하셨다. 그런데 감독님이 잠시 후 조용히 다가오셔서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대로 붙여도 별 문제 없겠다 하시더니 마지막에 담담히 이렇게 덧붙이셨다. “전혀 문제는 없는데, 너랑 나랑은 거짓말하지 말자.” 그날 이후로 모면하는 연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 설경구와 김희애. 두 베테랑 배우가 최근에서야 세번 연달아 만났다. 촬영 순서대로 차례로 <더 문> <보통의 가족> <돌풍>이다.
= <더 문>에선 실제로 얼굴을 못 본 채로 벽 보고 전화했고, <보통의 가족>은 식탁에 마주 앉아 치고받는 대사가 많은 영화지만 김희애 배우와 나는 서로 제수씨, 아주버님 하는 관계라 설정상 서로 거리감이 있다. <돌풍>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싸우기 시작한 거다. (웃음) 애드리브 하나 비집고 들어갈 자리 없는 굉장히 밀도 높은 책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인 관계라 현장에서도 각자 차분히 집중했다.



- 설정들이 복합적이긴 하지만 몇몇 특질로 인해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다.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 꼭 염두에 두고 쓰지 않더라도 모든 작가는 시대의 잠재의식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정치드라마를 볼 때 누군가가 연상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아닐까. 나는 오히려 그런 자유로운 연상과 논의 속에서 <돌풍>이 문제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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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를 위해 사람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신념을 지킬 수 있다면 대통령 시해도 괘념치 않는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경제 부총리 정수진(김희애). 국무총리의 계략을 한발 앞서 내다보며 강수를 두는 정수진은 가히 박동호의 대항마라 할 수 있다. <퀸메이커> <데드맨> 속 전략가의 모습으로 익숙한 시청자들 앞에, 배우 김희애가 최전선에서 정치 변혁을 일구려는 새로운 인물이 되어 돌아왔다. 섬뜩할 정도로 강단 있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정수진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에 대한 몰입을 강화한다.



- 김용완 감독이 김희애 배우가 “<돌풍>의 대본을 가장 사랑하는 배우”라고 이야기했더라. 실제로 박경수 작가의 팬이라고.
= 박경수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서 참 귀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저력과 깊이가 있는데 그렇다고 글이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돌풍>시나리오도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다. 정치가 소재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돌진하다 처절하게 몰락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와닿았다. 밝고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좋지만 인간의 슬픔과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확실히 있더라.



- 정수진이야말로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나.
= 처음 작품을 봤을 땐 그저 박동호를 상대하는 나쁜 역할이라고만 받아들였다. 그래서 박동호를 잘 서포트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의 대본을 받아 읽고, 또 반복해 들여다보니 단편적인 악역이 아니었다. 서사가 드러날수록 정수진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공감이 갔다. 수진은 상황과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 <돌풍>을 보며 <퀸메이커>와 <데드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황도희(<퀸메이커>)와 심 여사(<데드맨>)보다 전면에 나서는 인물이라 연기한 입장에서도 접근법이 달랐을 것 같다.
= 황도희는 재벌의 수하로 일하다 배신당하고 복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심 여사는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이었다. 그런 면에서 두 인물은 결이 달랐디. 정수진은 설계자고, 복수심 없이 자신의 신념과 욕망에 따라 정치판에 뛰어든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연기했다.



- 수진의 전사가 꽤 자세하게 밝혀진다. 운동권 시절의 모습만 보면 정도를 벗어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경제 부총리가 된 현재의 행보는 그런 예상을 상당 부분 벗어난다. 이러한 수진의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 말한 대로 과거에는 모범적이고 순수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소녀였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브레이크가 고장 나 스스로도 제어되지 않는 상태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렇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사건들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대응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4회에서 수진이 남편에게 “내가, 당신이 박동호여야 했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보면 이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분명 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명예, 권력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더 큰 거짓말을 불러오고, 자신의 영달만을 좇지 않았음에도 남편과의 관계까지 점차 변해간다. 욕망으로 인해 몰락해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적이라 느꼈다. 배우로선 수진의 드라마틱한 변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 대사량이 상당해 외우는 데 품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 어른이 돼서도 가끔 시험 보는 꿈을 꾸지 않나. 배우들은 대사 외우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못 외우면 어떡하지, 싶다. 그만큼 힘들었다. 법률 용어들이 많은 데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어떤 게 블랙코미디고 슬픈 상황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끔 대사가 날카롭게 쓰여 있었다. 그래서 더 잘 전달하겠다는 각오가 유달리 강했다. 다음엔 좀 덜 비장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웃음)



- 가장 어려웠던 대사는 무엇이었나.
= 아까 언급한 “내가, 당신이 박동호여야 했어”라는 말이 수진의 내면을 함축해 드러낸다. 그래서 그 대사를 정말 잘하고 싶었고, 또 마지막에 이만길 비서관(강상원)이 사고를 터트려 수진이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나눈 대화도 그랬다. 그 대사를 하기 위해 12회까지 달려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해내고 싶었다. 특히 그 신은 이틀에 걸쳐 찍었다. 두 번째 찍을 때는 첫 촬영의 기억을 없애고 전부 내려놓고 임했는데 다행히 잘 나왔다.



- 촬영 내내 “정수진 그 자체로 지냈다”고. 배우들마다 몰입하는 방식이 다른데 본인은 어땠나.
= 예전에는 작품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안 만났다. 수도승처럼 절제하며 지냈는데, 이젠 좀 다르게 가보려 한다.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데 혼자 방에 틀어박혀 전전긍긍하며 준비한 배우의 연기와,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배우의 연기 중 어떤 것이 낫다고 느낄까, 어떤 걸 원할까 생각해보면 정답이 없는 것 같다. 큰 차이가 없다면 밸런스를 잡아가며 일할 때 더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 한동안 영민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역할을 연달아 맡았다.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나.
= 그런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 있다. <돌풍>도 내가 넘어온 산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일상극도 하고 싶다.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내가 일상극을 잘 못하는 사람인 줄 안다. (웃음) 다음 출연작이 궁금해지는 답변이다. 공개된 차기작으로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이 있다. 차기작들에 관해 아직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아쉽다. <보통의 가족>도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 또 하나의 문제작이 될 것 같다. 이건 정말 어른들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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