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최근 들어 많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를 선언하고 나와 아나테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그건 방송이 점점 일상화되면서 공적 영역이라 여겨졌던 것들조차 사적인 리얼함을 요구하기 시작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즉 아나운서들의 신뢰는 이제 그 기계 같은 공적 업무의 영역만을 보여줄 때 생겨나는게 아니고 오히려 사적인 차원에서의 인간적 면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공고해진다. 그것이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 생겨난 변화의 관점을 염두에 두고 <비밀은 없어>를 보면 왜 송기백이라는 아나운서가 후유증을 통해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그 과정에 온우주(강한나)라는 예능 작가와의 로맨틱 코미디적 관계가 필요했는가가 납득된다. 온우주는 예능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송기백이라는 단단한 아나운서의 껍질 이면에 예능적(인간적)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본다. 그래서 온우주와 송기백이 궁극적으로 그려나갈 멜로적 관계는 송기백의 벗겨진 껍질 안의 실체를 온우주가 매력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걸 또한 타인들에게도 납득시키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비밀은 없어>는 코미디의 밀도가 높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웃기는 상황들에 정신없이 웃으면서 때론 설레는 멜로 감정을 토핑처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껏 사회생활과 가족의 생계를 위한 삶 때문에 벗어버릴 수 없었던 껍질을 온우주와 함께 하나씩 벗어가며 그걸 인정해가는 송기백의 모습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그 이상의 감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진짜 자연스레 작품의 주제와 로맨스 다 잡을 수 있는 관계성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