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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찰스 멜튼 보그 코리아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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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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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찰스 멜튼. K-팝과 김치를 사랑하는 그가 봄기운 가득한 어머니의 나라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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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마다 생소한 훈기가 내려앉은 4월의 어느 날이었다. ‘계곡마을’로 사랑받은 서울 성북동에 찰스 멜튼(Charles Melton)이 호방한 걸음걸이로 등장했다. <보그> 촬영 장소였던 성북송재의 대들보는 키 185cm의 멜튼이 드나들기엔 다소 낮았지만 그는 마루와 마당, 아담한 방과 방을 자유분방하게 누비며 인상적인 체취를 남겼다. <캐롤>(2016)과 <다크 워터스>(2020)에 이어 인디 영화계의 거장 토드 헤인즈 감독이 내놓은 최신작 <메이 디셈버>에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와 어깨를 맞대고 열연한 그의 모습을 본 직후여서인지 나는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온 멜튼의 존재에 얼마간 낯을 가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멜튼은 이번 내한 일정을 함께 소화한 여동생과 아옹다옹하며 ‘짱구’ 과자를 흡입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가 전미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고담 어워즈 등에서 수상하며 총 22개 연기상을 거머쥔 라이징 스타이자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이끈 <성난 사람들> 시즌 2에 출연할 거라는 흥분된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할리우드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남자와 눈앞에서 “그만 좀 싸우라”는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있는 덩치 큰 아들 사이에서 나는 과연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두어야 할지 가늠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멜튼이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죠”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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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관객이 <메이 디셈버>의 멜튼을 응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느낀 것은 미스터리 청춘물 <리버데일>로 스타덤에 오른 그가 이제껏 보여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연기와 페르소나 때문이었다. 자신의 가장 자랑스러운 필모그래피가 된 영화 속에서 멜튼은 겨우 열세 살 때 자기가 일하던 펫 숍의 매니저였던 그레이시 애서튼(줄리안 무어)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얼떨결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어른 아이’ 조 유를 연기한다. 무려 6주간의 오디션 과정을 거쳐 손에 쥔 꿈같은 기회였지만 촬영 현장은 매번 안개 속에서 치르는 운전면허 시험처럼 아슬아슬했다. 아이의 순수성이 박제된 채 덜컥 어른이 되어버린 조는 학대와 교묘한 조종, 가족 관계와 자아의 뒤틀림을 모두 경험하는, 연기하기에 무척 까다로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제 연기가 의심스러웠어요. 지붕 위에 앉아 아들 앞에서 서툴게 담배를 피우며 헛웃음을 사는 장면은 자신이 없어서 15번은 촬영했죠.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한 번 더 해보자’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며 스스로를 부추겼어요. 하지만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어요. 조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하게 전달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컸죠.” 23일 안에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던 빠듯한 환경이었지만 멜튼은 주어진 미션을 멋지게 완수했고, 토드 헤인즈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메이 디셈버>를 ‘조의 영화’로 칭하며 멜튼의 연기에 특별한 찬사를 건넸다.


“언젠가 이런 기회가 올 거라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잘해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죠. 제 필모그래피에서 <리버데일>과 영화 < 나쁜 녀석들: 포에버>에 주목한 사람이라면 저에게 이런 연기를 기대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잘못은 아니에요. 우린 누구나 타인의 과거를 보고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정하고, 예감하잖아요. 그게 편리하니까요. <메이 디셈버>를 통해 관객이 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아 정말 행복해요.” 멜튼의 증언처럼 <메이 디셈버> 이전에 그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편협했다. “카리스마 있고, 남자답고, 잘생긴,(웃음) 히어로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에 적합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라고들 했죠.”


미식축구 유망주로 입학한 대학을 중퇴하고 돌연 배우의 꿈을 위해 홀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멜튼은 2014년 화제의 뮤지컬 드라마 <글리>로 데뷔한 후 모델로도 활약하며 꾸준히 기회를 엿봤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꼈어요. 계속 배우의 길을 모색하던 와중에 누군가는 저를 보고 하이틴 아이돌 배우의 미래를 기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가교 역할을 바라기도 했겠지만 제 관심은 다행히도 늘 ‘나’답게 살아가는 데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둘러싼 프레임을 벗어나 가장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죠. 사람들은 결국 ‘진짜’에 매료되는 법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어요.” 새로운 시대를 항해하는 글로벌 스타에게 인종과 국가,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너무나도 미약한 잣대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히스 레저와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에게서 똑같이 연기의 정수를 발견했으며 별들의 세계인 할리우드에서 유쾌하게 살아가면서도 뼛속부터 군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정직함과 공경에 대한 철학을 굳건히 간직한 그는 언제나 고유한 존재로 낯선 땅을 활보했다. 지금처럼. 건강한 야망을 지닌 배우 찰스 멜튼과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주기적으로 김치를 담그는 착한 아들의 정체성은 결코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 저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사람인데요. 주변에서는 그런 섬세함이 제가 한국인이라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 말하기도 하더군요. 열심히 일하고, 웬만하면 크게 불평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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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꼭 껴안고 찍은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통해 유추 가능하듯 찰스 멜튼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메이 디셈버> 홍보를 앞세운 내한 일정의 또 한 가지 주요 행사는 외할머니의 구순 잔치였다. 이를 위해 호텔 연회장을 통째로 빌린 멜튼은 평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가족은 뭘 하든 저에게 엄청난 원동력이 돼요. 거침없이 또 다른 도전에 뛰어들 수 있는 무한한 용기를 주죠.” 특히 할머니를 기억하면 신나게 웃었던 순간이 수두룩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할머니 옆에 있으면 유난히 깔깔거리며 웃을 일이 많았어요. 어릴 때 할머니와 큰삼촌, 작은삼촌이 소주를 곁들이며 ‘고스톱’을 치던 장면도 생생히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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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남긴 멜튼은 에너지를 100% 충전한 상태로 새로운 촬영장으로 향할 것이다. “제가 가장 아이 같을 때는 촬영장에 있을 때예요. 어제 어떤 하루를 보냈든, 촬영 전까지 어떤 감정에 시달리고 있었든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자유롭죠.” 수많은 인터뷰에서 멜튼은 <메이 디셈버> 촬영 내내 정말 행복했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명상과 산책을 즐기고, 토드 헤인즈의 영화 추천 리스트를 낱낱이 독파하며 영감이 샘솟는 시간을 보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성장해 있었다.


“<메이 디셈버>에서 토드와 나탈리, 줄리안은 저에게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며 저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들어줬어요. 촬영 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죠. 평소 미래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곤 하는데 무엇이든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보면 늘 제가 상상한 것보다 더 큰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그 점이 저를 더 겸손하게 하고, 계속 새로운 목표를 꿈꾸게 해요. 아직은 제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여기지 않지만 도전을 즐기는 지금이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완벽하면 더 이상 뛰어넘을 게 없어지잖아요.”


기분 좋은 햇살이 스민 고택에서 마주한 멜튼은 촬영할 때 보여준 여유 만만하고 위트 있는 모습과 달리 인터뷰 내내 나른한 목소리로 신중하게 말했다. 쏟아진 관심에 엇비슷한 질문을 셀 수 없이 받는 요즘일 텐데도 모든 물음 앞에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성심성의껏 골몰하는 그를 보자 친근한 애정이 샘솟았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온갖 감정의 소요를 겪으며 휘청거리는 조처럼 멜튼 역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 사이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심하며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맞아요. 삶은 불확실성과 모순투성이죠. 그러나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리는 결정 가운데 우리 자신에 대한 진짜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다고 믿어요. 그걸 믿고 가야죠.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인생이잖아요. 이건 조에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가 제이크 질렌할, 앤 해서웨이와 함께 <성난 사람들> 시즌 2에 출연한다는 설레는 소식에 대해 “저도 기대되는군요”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떠난 그의 자리엔 아무런 잔여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산뜻한 공기만 맴돌 뿐이었다. 그러니까 <메이 디셈버>의 후반부에서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미장센 가득한 장면은 기분 좋은 클리셰다. 확신을 갖고 또 다른 세상을 탐하는 존재에겐 자신의 몸짓 외에는 거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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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vogue.co.kr/?p=47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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