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W’를 보면 장 보들리야르가 말한 ‘하이퍼 리얼리티’(극실재)가 생각난다. 웹툰 세계의 가짜(복제, 카피)가 진짜(실재)를 압도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가상 실재가 실재를 대체하고 지배하는 세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W‘의 세계다. 시뮬라크르(모의)가 활개치는 이 황당한 드라마는 당연히 맥락이 없지만, 알고보면 맥락이 생긴다.
가령, 24일 방송된 10회를 보면 창조주이자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의 얼굴을 빼앗은 진범이 방송국에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활개를 친다. 그는 만화속에서 튀어나와 오성무 작가에게 “이제 너가 내 명을 따르라”고 하면서 강철(이종석)을 다시 가족을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는 단서를 만든다. 또 강철 회사의 본부장인 손현석(차광수 분)을 죽이는 범인을 강철로 의심하게 조작해 강철이 누명을 쓰게 한다.
웹툰 세계로 소환된 오연주(한효주 분)는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쫄쫄 굶은 채 성진병원을 방황했다.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자극을 받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강철에게 키스를 했다.
여기는 진범의 의지로 움직이는 세계다. 말하자면 악당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다시 말해 맥락이 생기게 만드는 지점은 웹툰 속 진범이 강철을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죽인 범인이라고 주장해 강철을 재판정에 세운 국회의원인 한철호(박원상 분)에게 연락을 취해 공모 제의를 한다는 점이다. 100% 가짜 인물이 100% 가짜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 가짜가 극중에서는 실재하는 인물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리얼리티가 올라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강철 역을 맡은 이종석이 꽤 어려운 연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만화속에서는 한효주의 남편이 되었다가 현실에서는 한효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알쏭달쏭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 어떨 때는 스스로 어색한 연기를 해야 하고, 어색하게 대사를 처리할 때도 있다.
게다가 8,000억원대를 소유한 IT·언론 재벌이고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셀리브리티를 소화해야 한다.
이종석이 지금까지 맡은 드라마 배역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무게를 너무 잡아도 느끼할 수 있고, 너무 만화 같이 하면 자연스러움이 반감되는 역할이다.(사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한효주의 리액션으로 끌고가는 부분이 커지게 됐다)
이종석의 연기는 초반이 더욱 어려웠다. 앞으로는 이종석이 김의성과 대결 구도로 가면 조금 더 분명해지만 지금까지는 긴가민가하는 연기를 어느 정도 해내야 했다. 그럼에도 이종석은 이 애매한 상황, 또는 튀는 상황의 연기를 잘해왔다.
사실 웹툰속 캐릭터 연기를 누가 해본 적이 있었나? 이종석은 연기 공부할 수 있는 기존 모델이 없었다. 작가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여기서 작가는 송재정 작가다) 작가는 시키기만 한다. 그러니 맥락 없는 연기도 해야 한다. 이걸 납득시켜야 하는 것은 배우다. 그런 점에서 이종석은 잘 받쳐주고 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825000319
이종석 연기 얘기도 좋지만 우리 드라마에 대한 표현도 넘 좋다
100% 가짜 인물이 100% 가짜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 가짜가 극중에서는 실재하는 인물과 함께 하는 것... 와 이거 진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