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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로기완' 최성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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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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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머나먼 타지에서 우연히 들려온 한국말에 마리(최성은)는 로기완(송중기)을 바라본다. 외딴섬 같은 이방인의 삶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로기완의 등장과 함께 마리는 그간 잊고 지내온 그리운 것들을 돌이켜 생각한다. 사격선수인 마리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차갑다. 누군가가 이유 없는 시비를 걸어와도 타율 높은 공격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하지만 마리가 쌓아올린 성벽이 다소 느슨해 보이는 건 단단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그의 내면에 슬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괴물> <안나라수마나라>, 영화 <십개월의 미래> <젠틀맨> 등으로 자신의 경험을 깊이 있게 쌓아온 최성은은 마리가 홀로 간직해온 애수 어린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단정한 말씨와 무게감 있는 목소리, 바짝 세운 경계심과 보듬어주고 싶은 마른 손. 최성은은 저도 모르는 사이 부다페스트 한가운데에서 마리가 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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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마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 시나리오를 한번 읽었을 땐 마리에 대해 이해가지 않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여러 번 거듭해 읽으니 마리 안에 남겨진 감정의 원형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막말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모습 속에서 사실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자신을 어떻게든 속이려 하는 태도에서는 순수함과 여린 모습마저 느껴졌다.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인물이다.



-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어보았는지.
= 촬영 직전에 읽었다. 작품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시나리오를 읽고 준비하던 중 호기심이 커져서 결국 읽었다. 소설은 화자가 방송작가로 정해져 있어서 기완을 더 먼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에 반해 영화 <로기완>은 기완과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관객이 기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말을 거는 느낌을 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기완과 마리의 생존 의지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 영화 전반적으로 다소 우울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마리의 처절한 삶을 보여주면서도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 사실 나는 아직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지금 주어진 신에만 몰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작품 전체를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그래서 주변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들의 조언을 듣고 배우며 시야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 기완은 상처가 많고 경계심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따뜻하다. 그렇지만 마리 주변에 이런 온도의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계속 사랑을 표현하는 가족들이 있는데도 마리기 왜 기완의 등장에 흔들렸다고 생각하나. 

= 마리는 가족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벨기에에서 마리의 처지도 이방인에 불과하다. 마음 나눌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마리가 사격을 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이방인이지만 기죽지 않고 냉철한 도시에서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봤다. 자신을 살리는 도구이자 장치처럼. 또 마리를 사랑해주는 아빠에게서 배신감을 느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을 당했을 때보다 몇배로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마리 입장에선 바닥 끝까지 내려간 상황이었는데, 어쩌다 잡혀간 경찰서에서 우연히 들린 한국말이 큰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초면에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기완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 마리의 환경을 생각해봐도 그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외동딸로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테니까. 자기도 모르게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싫어졌을지 모른다.



- 실제로 사격 훈련을 받았나.
= 열심히 받았다. 촬영장에서는 공포탄을 사용했지만 훈련을 받을 때에는 실탄을 썼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만큼 통쾌하진 않았다. 이것을 배워서 연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부담을 안고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점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어서 결괏값보다 안정적인 자세에 초점을 맞춰 배우려 했다. 사실 사격보다 어려웠던 건 불어다. 익숙하지 않은 조건의 언어를 배우는 게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자연스러워 보일 만큼 익혀야 했기 때문에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따금 현장에서 쓸 수 있을 법한 즉흥적인 문장들을 미리 알아가기도 했다.



- 촬영은 브뤼셀에서 이뤄진 건가.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했다. 3~4개월 정도 도시에 머물면서 스탭들과 함께 지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이 내게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실 그전까지는 내 일을 하는 데 바빠 스탭들과 가까워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내게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친근하고 친밀한 환경을 만들어야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태도를 바꿔보자고 마음먹고 들어간 게 바로 <로기완>이다. 마침 스탭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내게도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가장 행복했던 촬영 현장으로 남을 것 같다. 정말 즐거웠다.



- 송중기 배우와 촬영 내내 호흡을 맞췄다.
= 송중기 배우는 마리의 대사대로 “남다르다”. 내면에 유리 보석 같은 것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순수하고 투명한데 깨질 듯하면서도 쉽게 깨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송중기 배우와 함께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연기,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까지 세밀하게 살피면서 조언해준다. 배우로서 지닌 모든 레이더를 키우고 납득되지 않는 것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되고 싶은 배우상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나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연기하는 편이었는데 언젠가 나도 나의 의견과 판단을 믿고 나눠보고 싶다.



https://naver.me/5Ea7sY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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