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추석 연휴를 노리고 22일 새 오리지널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를 선보인다.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1~4회까지 먼저 본 '도적: 칼의 소리'는 주인공 이윤(김남길 분)과 그가 이끄는 도적단을 중심으로 독립군, 일본군, 마적 떼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윤은 노비에서 면천됐으나 친일파였던 주인에 의해 일본군이 됐던 인물이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 친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전 주인 이광일(이현욱 분)을 따라 다니며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남한 대토벌 작전 이후, 의병들의 고향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는 것을 목격하고 일본군을 죽여 군을 이탈했다. 그는 의병이었던 최충수(유재명 분)를 찾아 사죄하고, 마적 떼에게 당한 조선인들을 도우며 일본군에게 빼앗긴 만큼 뺏겠다는 심산으로 도적단을 꾸린다.
친일파였나 혹은 독립지사였나. 나라를 빼앗겼던 불운의 시대, 후대인 우리에게는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을 향한 이분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도적: 칼의 소리'는 그 중에서도 100% 어느 한 쪽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주인공 이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무지로 인해 친일을 했던 끔찍한 과거는 이윤의 원죄다. 이를 지우기 위해 벌인 도적단은 독립군이라기엔 자유분방하고, 의병이라기엔 대의가 부족하다.
그러나 조선인 동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부분이 울림을 남긴다. 이를 통해 '도적: 칼의 소리'는 친일 혹은 독립 양 극단의 시선 만으로 재단할 수 없던 당시를 버티며 살아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역사와 민족에 죄를 짓던 친일, 점령군인 일본에 죄를 짓던 독립. 어느 쪽이든 죄를 짓지 않고 살 수 없던 시대에 이윤은 그나마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도적단과 싸우며 동포를 토벌했던 지난 날을 참회한다. '도적: 칼의 소리'는 어떻게 돌이켜도 치욕스럽고 불운했던 시기를 이런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바람에서 시작한다.
서사의 서글픔은 호쾌한 액션이 달래준다. 이윤은 혼자서도 포병대를 박살낸 바 있던 화려한 전력의 소유자로 혈혈단신으로 북간도에 살던 조선인을 괴롭힌 마적단도 처단하는 능력자다. 김남길은 보기만 해도 묵직한 장총부터 작은 권총, 단검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며 액션의 맛을 살린다.
(인물들 얘기 중략)
잔인하지만 스릴감 넘치는 마적단과의 전투나, 한국 시청자라면 피를 들끓게 하는 일본군과의 전투 장면도 타격감과 폭발력을 모두 살렸다. 전반적인 모든 액션 시퀀스에 공을 들인 작품이다. "모든 액션이 다 관전 포인트"라던 제작진의 호언장담에 수긍하게 만들 정도로. 다만 잔인함도 살렸다. 만 19세 이상 시청등급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매회 유혈이 낭자하고 쏘고 찌르고 죽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다. 나 홀로 빈지 시청 이용자들에겐 알맞지만, 어린 아이까지 있는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
작품의 매력 포인트인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아무리 K콘텐츠라고 해도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보다 보편적인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러나 '도적: 칼의 소리'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를 모르고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한국의 시대극이자 웨스턴 액션물이고, 배경지식이 있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민족의 애환을 달래주는 활극이다.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공존하던 북간도. 명확한 주인이 없던 곳은 기회와 자유의 터전이자 무법지대나 다름 없었다.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던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코앞에 조국이 보이는 땅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간직했던 실향민 처지였던 동포들의 애환은 어땠을까. 결말이 정해진 역사 속에 비극을 희망 섞은 액션으로 달래주는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다. 총 9부작으로 22일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