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의견임을 먼저 밝힘)
류성준은 자신이 경찰이 된 이유가 모두 허상임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로서 할 일을 다한다
또 류성준은 20년 동안의 인생을 성훈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훈을 마지막엔 형이라 부른다
조은기도 마찬가지로 사건들이 터지면서 인간의 추악한 내면들을 다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희망이 있으리라 믿고 희망복지원의 피해자들을 보듬는 데에 앞장선다
또 류성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가 희망복지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악행을 동정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유나라는 요인도 강하게 작용했긴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조은기의 가치관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함)
류성훈... 류성훈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대상이다
하지만 류성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대부분 긍정적인 구(句)가 아니다
분명 류성훈은 지난 20년 동안 자신의 계획을 돌이킬 만한 갈림길이 여러 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류성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숙한 복수심으로 인하여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한다
류성훈은 분명 희망복지원 사건에 있어서는 명백한 피해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는 명백한 가해자이다 드라마는 이 사실을 성준과 은기 그리고 류성훈이 겉으로 그렇게 부르짖었던 '법과 원칙'을 통하여 계속 시청자들에게 주지시킨다
그렇지만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가 보아야할 것은 류성훈이 마지막 회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그는 비록 윤재의 죽음을 듣고 슬퍼하며 자신의 삶마저 끝내려고 했지만
결국 드라마 말미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여 희망복지원의 진상을 널리 알리고 정당히 자신의 죄값을 짊어진 채 과거라는 늪에서 한 발짝씩 벗어나려 한다
'그 모든 상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드라마는 회차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어두워지지만,
마지막 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드라마 속 조은기의 말을 조금 빌리자면,
'가해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숨죽이고 있는 - 우리가 보지 못하는 - 피해자를 찾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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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카테에도 리뷰 한 편 필요할 것 같아서ㅋㅋ
반박 시 덬 말도 맞음... (기운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