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블루스 블루스 마지막회 소설 리뷰-어멍과 아덜
758 1
2022.06.12 22:52
758 1

창문에 손가락으로 쓱쓱 쓰는 글자에

어멍의 눈이, 아기처럼 반짝인다. 

그저, 이름들, 글자일 뿐인데.

어멍의 어멍. 어멍의 아방. 짜장면. 한라산.

어멍이 좋아하는 것들. 


어멍이 살아온   시간동안, 누구도 글자 하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누구도, 어멍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묻지 않았다. 

어멍은 그저, 속으로 꾹꾹, 미친 듯이 널뛰는 감정들을  다문 입으로 눌러가면서 

자식새끼 묻은 바다를 보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에 수시로 철썩이는  아픔에서, 

죽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서,

그렇게 삶이 지도록, 살아왔다. 

그렇게 살고 나니, 뼈와 가죽밖에,  가벼운 무게만 남아서, 

 등에서 그렇게 날아갈 듯이.

남은 삶도, 바람처럼 스치려고. 그렇게.


어멍이 미웠다. 

  어른이, 고슴도치도 함함하다는  새끼를 버려두는데,

미워서 견딜  없었다. 

 시절, 나는 어멍을 미워함으로 살았다. 

끝까지, 미워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야 안다.

어멍은, 어른이   없었다. 


강옥동. 

한창 부모의 사랑이 고픈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한창 남편과 사랑할 나이에, 남편을 잃었다.

한창 자식을 사랑할 나이에, 자식을 잃었다. 

너무 많은 슬픔이 여물지 않은 마음을 갈갈이 찢으며 쏟아져서, 

어멍은 인생에서 내리는 비를 피하지도 못한채

 우산없는 아이처럼,

그렇게 움조차 트지 못했다. 


용서하고,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게, 다다라서야, 후회를 한다. 


설산을 오르는 어멍의 뒷모습을 본다.

 머리가 섞인, 작은 체구. 

 평생, 받고 싶은 사랑도 제대로 못 받고, 주고 싶은 사랑도 제대로 주면서 살지 못했던, 

삶에 고팠던, 어멍의 뒷모습을 본다.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수십년을 그렇게 꾹꾹 담아온, 소원. 

너랑. 너랑. 

어멍.  어멍.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눌러담는다. 

 

나는 설산을 오른다. 

추위가 뺨을 때리고, 안에서는 숨찬 열기가 뻗어오르지만,

그럼에도 산을 오른다. 

내가 어멍을 위해, 어쩌면 처음으로 하는 일이다. 

산을 오르며 빈다. 

마지막은 아니어라.

제발, 내가 어멍을 위해서 하는 일이

이게 마지막은 아니어라.

앞으로도, 

꽃잎이 날리는 봄에 어머니를 업어줄 것이다. 

짜장면집에서 탕수육도 같이 시켜줄 것이다.

 방에 누워, 주름진 손을  잡고  것이다.

우리의 삶에, 수많은 나중을

그저, 함께.


다음날, 어멍이 차려놓은 된장찌개를 먹으러 갔다. 

아주 오래 그리워했던, 어멍의 밥상.

 옆에, 피곤한  잠든 어멍을 보았다. 

-어멍?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밥상을 보며 모로 누워, 

  손을 그렇게 펴고, 

어멍은,  잠에 들었다. 

나는 어멍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작은 얼굴을 쓰다듬다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얼굴을 쓰다듬다가, 

어멍의  몸을  안는다. 


엄마엄마


 이상  무엇도, 엄마의 밤을 무섭게 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  어떤 것도, 엄마의 맘을 아프게 하지 못할 것이다. 


-어멍 다시 태어나면 나랑  어멍 아들로 만나 살까?


우리는 안다.

어멍이 싫다고 해도, 내가 싫다고 해도,  

만일에, 정말 만일에 다음이 있다면, 

우리는 만날 것이다. 

어멍과 아덜로.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사랑받고. 

열나게 싸우고, 버릇처럼 화해하고. 

하루종일 재잘재잘 떠들고.

그러고는 맛있는  먹으러 가자 하면서.

때로는 울겠지만,

훨씬  많이 웃으면서.


반드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x더쿠] 트러블 원인 OUT 진정치트 KEY 에센허브 <티트리 100 오일> 체험 이벤트 196 00:13 11,54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341,18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113,26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570,68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798,390
공지 알림/결과 💥💥💥💥💥요즘 싸잡기성글 너무 많아짐💥💥💥💥💥 17 06.06 78,925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9 02.08 738,818
공지 알림/결과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4 01.31 744,513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1,107,82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991,663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3 22.03.12 3,028,016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2 21.04.26 2,249,986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9 21.01.19 2,409,166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431,010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44 19.02.22 2,461,931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420,66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665,18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109851 onair 함부해 홍도 짜증나 22:35 0
13109850 onair 크래시 피해자들 유가족들 고통받은 세월 생각하면 20년도 짧다 22:35 5
13109849 잡담 탈주 송강이랑 구교환 나오는건 진짜 조금인데 ㅅㅍ 22:35 25
13109848 onair 크래시 이태주 저거 승진해? 22:35 13
13109847 onair 크래시 미성년자라고 해서 엄청 짧을줄 22:35 10
13109846 onair 함부해 윤복이 너무 예쁜데 ㅋㅋㅋ 22:35 9
13109845 onair 크래시 어우씨 1 22:35 21
13109844 잡담 탈주 퀴어 요소 솔직히 모르고 지나갈 정도임 3 22:34 47
13109843 잡담 김혜윤 포스터 반팔 손민수할까,, 3 22:34 56
13109842 onair 함부해 윤복이 어디서 할머니니트같은거 자꾸 가져와 입는데 잘생겼어 1 22:34 10
13109841 onair 함부해 홍도에게 공감이 안됨 22:34 16
13109840 onair 크래시 현실은 징역 2년, 집행유예 10월ㅋㅋㅋㅋ 22:34 26
13109839 잡담 선업튀 풍자씨도 우리드 재밌게 봤나봄 1 22:34 50
13109838 onair 크래시 이런 예고 낚시 좋아 1 22:34 64
13109837 잡담 히어로 넷플공계에 울드 첨에 나오는데 22:33 23
13109836 onair 크래시 다만이라해서 엄청 짦은 줄... 3 22:33 69
13109835 onair 함부해 홍도야 일어나서 마셔 22:33 7
13109834 onair 함부해 아니 넘 급발진이야 홍도도 ㅠㅠㅠ 22:33 9
13109833 잡담 헐 송강 탈주에서 (ㅅㅍ 5 22:33 102
13109832 잡담 김수현 현실말투가 ㄹㅇ 귀여운듯 하까요? 가께요? ㅋㅋㅋㅋ 22:32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