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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해방일지 2회 엔딩 소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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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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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말고, 할 일 줘요?

 

여전히 술병을 든 사내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그런 사내의 귓전에, 말을 꽂아넣는다.

 

-날 추앙해요.

 

비로소, 그의 시선이 올곧이 나를 향한다.

무슨 말이냐는 듯이,

처음으로 그의 눈에 감정이 담긴다.

혼란. 궁금함.

당신이 나에게 처음 보여주는 감정이다.

 

-난 한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내 바닥을 토해낸다.

그에게.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알 수 없어졌다.

내가 만난 건 개새끼들.

그런 개새끼들만 만난 나는. 뭐였을까.

걔들은, 나를 사람으로 본 걸까.

아니면, 그냥 쉬운 것으로 봤을까. 

꽁꽁 숨겨놓았던 20점짜리 시험지를, 

남김없이 펼쳐낸다.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나와 그는 시선을 맞춘다.

말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어떤 생각을, 마음을

말하고 있는 나를,

듣고 있는 그를 알기 위해

서로를, 그저 바라본다.

 

-조금 있으면 겨울이 와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같은 기분 견디는거.

지옥같을 거예요.

 

난 알아.

당신이 무슨 기분으로 술을 마시는지.

하지만 그게 술로 잊혀질 기분일까.

깨고 나면 또 몰려오는 감정의 지옥.

끊임없이 길고 긴 낮과 밤을 보내다보면,

당신은, 피투성이가 되있는 어느 아침처럼.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있겠지.

 

근데, 그거 알아?

당신과 나는 닮았어.

우린 마른 우물같지.

찰랑이는 물소리 한 번 내본 적 없는.

고요하게 메마른 우물.

바닥이 쩍쩍 갈라져서 아픈데,

아프다는 소리도 제대로 못내본,

그런 우물.

 

하지만,

구정물이라도 채워진다면,

그렇게 내 우물에 물이 차오르면

, 다 담을거야.

내가 닿을 수 없었던 것들을.

밤하늘의 달을, 별을, 푸른 하늘을,

그리고 언젠가,

이 찰랑이는 마음을 퍼내마실 누군가를.

끊임없이 퍼내도, 줄지 않을 만큼 꽉꽉 채워져서.

다 주고, 다 담을 거야.

 

당신의 눈동자에서, 닫혀있는 목소리에서,

나는 끊임없이 나를 봐.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풀벌레 소리가 고요하게 나와 그의 사이를 유영한다.

온 힘을 다해서, 그에게 내 마음을 토해낸다.

 

-사랑으론 안돼.

 

그래, 사랑으론 안돼.

계절이 지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지고 떨어져버릴.

그 감정으론 난 채워지지 않아.

당신도 그 감정으로는 살 수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좀 더 다른 거야 .

 

절대적인 애정. 존중.

그 감정만으로도

이 지긋지긋한 중력이 끌어당기는 세상에서

우리를 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그런 것.

그러니까.

나를.

 

-추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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