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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옷소매 그 후, 복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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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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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원작과 관계 없는 날조 상플 팬픽션임ㅋㅋ
망상을 참지 못 하고 하나 더 쪄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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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지밀은 할 만 하디?"

"이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이불을 뚫고 나오는 앙칼진 말에 복연은 씨익 웃었다.


"말 하는 거 보니 할 만은 한 가 보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다고 안 했어! 날밤 새서 죽겠는데 왜 잠도 안 와? 짜증나게."


중궁전 침방나인이었던 경희는 아흐레 전에 대전지밀로 배속을 옮겼다. 상궁이 될 날이 머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일은 정말 드문 일이었지만, 지밀상궁님들이 줄줄이 출궁하시면서 경희의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한다. 워낙 손속이야 침방에서도 손꼽힐 만큼 야무지고, 집안도 나무랄 구석이 없어 언젠가는 지밀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대전 지밀로 가게 되는 것은 반쯤은 예상했던 일, 반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분명 말렸다?"

"서상궁 마마님까지 오셔서 부탁하시는데 어쩌겠어. 중전 마마께 죄송해서 그렇지."


뒤늦게야 소식을 들은 복연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경희가 짐을 다 싸들고 와서는 청소를 하면서 방이 더럽다고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복연과 원래 방을 같이 쓰던 나인은 경희가 노리개를 두 개나 쥐어주니 바로 자리를 내 주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너 요즘 손목은 어때, 요즘도 자꾸 아려?"

"저번에 너가 준 연고 바르고 많이 괜찮어, 그나저나 번 섰으면 잠이나 자."

"아씨, 자꾸 화가 나려고 해서 잠이 안 와."



기어이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는 오랜 동무를 바라보노라니, 이 이가 장차 제조상궁 감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참 미덥지 않다. 복연은 아까와는 다르게 나즈막히 웃었다.



"그러게, 너 그럴 줄 알았어."

"아니, 정말 다 잊으신 거야? 난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이럴 줄 몰랐다고."

"임금님의 속을 누가 아시겠어. 그래도 원자 아기씨 태어나시기 전까지는 자주 묘도 가시곤 했잖아."


정말이었다.
새로운 간택후궁이 들어와도, 왕은 꽤나 자주 시간을 내어 문효세자나 의빈의 묘를 찾곤 했다. 원자가 태어났을 때는 이를 알리는 글도 올렸다고 한다. 


"글쎄,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신하들이랑 웃고 노시는 거 보니까 다 잊으신 것 같더라."


경희는 영 토라진 모양이다. 궁녀 주제에 그래봤자지만.


"노시는 거겠어? 그것도 다 일이시지."

"어휴 바느질은 밤 새서도 하겠는데. 또 어찌나 까칠하신지 알아? 세손 때부터 유명하시기야 했지만, 이제는 좀 무뎌지실 때도 됐는데, 오자마자 탕약 맛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내의원 제조를 부르시고 약제 처방을 내신다 어쩌신다...."

"그건 예전부터 유명했지, 편강도 대강 만들면 바로 알아차리고 잔소리셨다고, 덕임이도 자주 얘기했잖아.....
....아, 자가셨지. 참."


스스로도 모르게 내뱉어진 이름에 복연이 소스라쳤지만 경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우리만 있는데 뭘, 그냥 덕임이라고 해." 


"경희 네가 웬일로?"


"어차피 우리 말곤 이제 궁에서 덕임이 얘기할 사람도 없잖아. 마마님들도 나가셨고. 주상 전하도 이제 다 잊으신 듯 하고."

"글쎄... 난 그래도 아닐 것 같아."


복연은 눈이 벌개진 경희를 다시 억지로 눕힌 다음 얼른 자라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맞다, 너 남는 버선 있으면 하나 줘."

"갑자기 웬 버선?"

"생각시 녀석 하나가 어제 내 버선에다 개구리알을 넣어 놓는 바람에 버렸어. 덕임이 이후로는 그런 간 큰 애가 없었는데. 하도 기가 막혀서 혼도 못 냈지 뭐야"

"야, 대단하긴 대단하네. 어디 배 나인 버선에다 그런 장난을? 뭐 하는 아이래?"

"지밀 생각시라든데... 금영이라든가.. 최가인 건 확실해. 
 하, 설마 상궁되면 걜 가르쳐야 하는 건가?"

"어이고, 괜히 왔다고 징징대면서도 벌써 상궁될 생각은 하고 계세요?"

"당연하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올라갈 거야...... 누구처럼 정1품은 못 되어도...
야, 너도 만날 물동이 들고 다닐 때 막 들지.... 말고 몸을 아껴야... 상궁도 되고... 
나랑... 계속.... "



점차 느려지는 경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복연은 불현듯 얼마전의 일이 떠올렸다.

경희가 오기 전, 그러니까 한 두어달 쯤 전에 대전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숨 쉬듯 짜증내는 까탈스러운 왕이었어도 궁인들에게 대노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그날은 분노한 옥음이 대전 밖에까지 들릴 지경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지밀은 물론이거니와 세답방도 소주방도 할 일을 멈추고 정말 모두가 벌벌 떨면서 없어진 물건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복연이 장마 동안 산더미 같이 쌓인 세답방 빨래거리들까지 다 뒤져서 서책 하나를 찾아 올 무렵, 서상궁 마마님 후임으로 오신 강상궁마마님은 거의 졸도하기 직전이었다고 하였다.

왕은 책을 찾아 온 공에 대해 무려 베 다섯 필을 내렸고, 이후 대전 침전의 물건은 지밀상궁 외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도록 바뀌었다. 사서삼경, 그리 귀한 책도 아닌데, 왜 이렇게나 사단이 났는지 의아해하는 자들이 있긴 하였으나, 궐 안의 일들이 늘 그렇듯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시경이었지."


유독 귀퉁이가 닳아있던 책장에 살포시 들어 있던 책갈피를 본 적이 있었다.
의빈의 유품은 모두 누군가가 따로 챙겼는데, 그곳에서 덕임이 직접 수놓은 물건을 볼 줄 몰랐다. 계례식을 할 무렵쯤 만든 것이었는데, 어쩌다 거기에 들어가 있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아니, 그래서 거기에 들어가 있는 거...겠지."


궁녀일 때부터 왕과의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은 동무였지만, 그래도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모를리가. 복연은 어느새 조용해진 이부자리로 눈을 돌렸다. 
경희는 이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자고 있다.


"내가 너보다는 오래 살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경희는 보약이다 뭐다 잔뜩 갖고와서는 먹으라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세답방이나 소주방보다는 덜 해도 세숫간도 몸이 잘 상하는 곳이니 이때부터 잘 챙겨야 백발이 될 때까지 무탈할 수 있다고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복연도 벌러덩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뭐 이제 곧 상궁도 될 건데 오늘 한두 식경쯤이야 농땡이를 놓아도 되겠지.나중에 그 간 큰, 최가 금영이란 아이가 누군지나 한 번 보러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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