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를 통해 그립던 좋은 시절을 떠올린다는 사람에게
바로 다가와 술잔을 부딪히고,
붉은 꽃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던 사람을 위해
가는 길에 꽃을 대신할 붉은 천을 매달던 사람
지운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체하지 않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걸 먼저 하는 사람이야
사실 이미
연등축제의 어린 지운이 담이 말에 바로 소원을 고쳤을 때도
갓이 찌그러져 난감해 하던 휘에게 바로 자신의 갓을 내밀었을 때도
울고 있는 휘에게 바로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전했을 때도
마음이 향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숨기지 않고 바로 움직였던 지운이었지
지금의 휘는
주어진 모든 것이 제약이요,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기에
어느 것 하나 생각 하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 본 적도 없었을텐데
바로바로 마음을 꺼내주고,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바로 내어주는 지운이가
이미 메말라 갈라진 땅에 찾아온 반가운 비였을 것 같아
휘는 그런 지운이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겠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닮아가기도 했던 것 같아
이전엔 본인도 모든 것을 조심하고 주변도 모든 것을 조심하는 사람들 뿐이었을텐데
지운이가 갑작스레 안아달라고 해도 마음가는대로 움직여 보고
마음을 정리하기 전엔 마음 가는대로 데이트도 해 보고
앞으로 함께 하자는 지운이에게 바로 정체를 고백하려 했던 것도
지운이한테 받은 마음만큼 휘 역시 지체없이 바로 움직이는 사람으로 되어가는 과정 같기도 해
휘가 다시 궐로 돌아가게 되면
막막한 현실에 또 다시 한풀 꺾여 잠시간은 의지를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자각한 것은 지운다고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10년간 쌓은 얼음 벽이 이미 녹아져버린 상황에서
꿈틀대는 마음은 금방 다시 돌아오게 되겠지
바라보는 지운이 역시
처음 휘가 떠나라고 말했을 땐 그것이 휘를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다가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젠 휘가 아무리 떠나라고 말해도
휘를 위해서 어떤 모습으로든 그때의 지운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을테니까
결국 휘가 다시 자기 자신을 찾기까지 끊임없이 알맞은 비가 되어 스며들어 주겠지
휘가 점점 더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만큼
마음이 원하는 자신만의 길로 결국은 향하게 될텐데
부디 그 길에 가슴아픈 대가는 최대한 없었으면 좋겠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