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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악마판사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리라 (짤 많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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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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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관 끝난 기념으로 주절주절 

같이 복습해서 좋았어ㅠㅠ  



다들 알다시피 요한이 집에서 먹는 모든 식사는 

인스턴트 아니면 유모의 손을 거친 음식이지만 

유모 말고도 요한을 위해 요리한 사람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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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요한에게 처음 챙겨준 식사 

퇴근한 요한을 위한 저녁, 한식, 금빛 테두리로 장식된 그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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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회상씬에서 비슷한 게 보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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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가 요한을 위해 따로 준비한 첫 끼니도 저녁식사

식기부터 수저까지 가온이 고른 것과 똑같아 



https://gfycat.com/CoolFortunateAnemoneshrimp

그때 요한은 어두워져 달빛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https://gfycat.com/AridInfatuatedElver

어렸을 때나



https://gfycat.com/UnsteadyLazyIndri

어른이 되어서나 선아가 탐내듯이 바라보는 요한은 

책을 읽고 있는 소년 



MGZHG.jpg

깨끗하고, 단정하고, 아름다운 외양 

손에는 술병도 아니고 누구를 때리려고 하는 매도 아닌 한 권의 책 

식사를 갖다주면, 무뚝뚝해서가 아니라 서툴고 낯을 가려서 조용하게 말해주는 '고마워'라는 인사 

술에 취하고, 고함을 지르고, 자신을 때리는 부모에게서도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하지 못한 모든 걸 다 가진 요한 



나는 내가 나쁜 아이라서 우리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어요.

욕하고 싸우고 도둑질하다 잡혀오는 애.

근데 난 그때 어쩔 수가 없었거든. 

내 주변엔 나를 욕하고 놀리고 때리는 사람들밖에 없고.

난... 늘 배가 고팠거든. 



그리고 아마 애정에도 몹시 굶주려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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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삭이 아니라 요한이었을까

선아는 처음에 분명히 '도련님들'에 대한 호감을 느낀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열두살 때 어느 부잣집에 일을 하러 들어갔는데 

와, 거기 도련님들은 진짜 이쁘고 착한 거야. 

좋은 냄새가 나고, 쌍욕도 안 해요. 

반짝반짝 빛나고.

내가 그런 착한 아이였으면. 

우리 엄마도 날 안 때렸을까?

나 좋아해줬을까요? 



예쁘고 착한 도련님들이 자신과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면 

요한에게 더 끌린 건 동질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둘은 동갑이고, 또래 친구 하나 없이 똑같이 너무도 외로웠어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도련님인데

아버지란 사람들은 원래 다 그런 건지 도련님을 사랑해주지도 않고 



https://gfycat.com/HotPerfumedDuckbillcat

가족에 의해 유년 시절을 빼앗긴 소년과 소녀는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어딘가 결여된 상태로 만나 그대로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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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언제까지나 그렇게 책 하나만을 벗삼은 채로 외로웠으면 좋았을 걸 



https://gfycat.com/MeekSorrowfulAfricanaugurbuzzard

'우리'는 좀 비슷하지?

영리하고, 가차없고, 조금은 망가져있고



https://gfycat.com/SelfishImpracticalFossa
https://gfycat.com/EvergreenWindingHorsemouse

너무 닮아서 서로를 베고 찌르고 할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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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일말의 친절도 받을 수 없다니 



https://gfycat.com/PleasedUnfitArizonaalligatorlizard

어째서 우리는 함께 있으면 더 외로워지는 거야?



https://gfycat.com/WealthyVacantLeonberger
전국민의 스타판사가 되어가는 요한을 멀리서 바라보며 

선아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다짐했겠지

눈을 마주볼 수 있는 곳까지 가겠다

그럴 수 있는 힘과 권력을 지닌 인물이 되겠다 

보란 듯이 요한과 어울리는 사람, 요한과 걸맞는 인물이 되어주겠다...

가끔 진짜 심란해져서 생각하는 거지만 

사회적 책임재단 이사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선아를 끌고 간 동기는 요한이었던 거 아닐까 

요한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선아도 더 위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요한은 높은 지위나 명예에 어떤 관심도 없지 

그런 요한이 여론전에 신경을 쓰고 인맥을 관리하고 

모두가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존재가 되기로 작정한 건

그래야 가해자들과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세상이 나를 알아봐야 싸움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선아한테는 뭐가 먼저였을지 아직도 확신하질 못하겠어 

세상을 내 발 밑에 두는 것 

요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둘이 사실상 같은 목표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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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동경하며 열에 들뜬 눈으로

높은 곳에 있는 그를 올려다보는 것 말고

선아가 정말로 원하고 갈구했던 건 



https://gfycat.com/PhonyFailingGreatargus

대등한 눈높이로 



https://gfycat.com/RightInexperiencedBufeo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들어 



https://gfycat.com/MetallicJauntyCatfish

일상을 함께 하는 것 



https://gfycat.com/OpenPeriodicGosling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https://gfycat.com/DeficientSolidCurlew

https://gfycat.com/PaltrySplendidAnemoneshrimp

https://gfycat.com/SociableClassicHumpbackwhale

닮아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아는 것 말고 
설령 싸우고 다투더라도 

서로 다른 부분을 솔직하게 내비치며 알아가는 이해자로서 



https://gfycat.com/LeanImmaculateCatfish

가족처럼 요한의 곁에 머무르는 게 허락되기를



https://gfycat.com/AdmirableWarmheartedIcelandichorse

모두가 가면을 쓰고 가식적인 미소를 띄우는 무도회가 아니라 



https://gfycat.com/SophisticatedAlarmedHoopoe

https://gfycat.com/DirectAnnualCub

늘 돌아가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집에서

정말 즐겁게 웃는 도련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야?



https://gfycat.com/EntireOldfashionedGelding

선아가 정말로 다시 보고 싶어했을, 

그러나 전 생애를 통틀어 더는 보지 못한 요한의 모습



https://gfycat.com/MessyYoungCottontail

편안한 옷을 입고 머리칼을 내린 채 활자를 읽어나가다가



https://gfycat.com/SolidDarlingJunco

내 인기척을 느끼거나 

내가 말을 걸면 나를 바라봐주는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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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가 가장 소유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요한이었다면



https://gfycat.com/ScarceInsecureLcont

선아가 가장 열망하던 눈빛을 받은 누군가는 가온이었겠지 



https://gfycat.com/SevereSecondaryBlueshark

https://gfycat.com/BruisedPopularAdamsstaghornedbeetle

https://gfycat.com/MiserableGlisteningHypacrosaurus

https://gfycat.com/SerenePossibleHerculesbeetle

그래서 선아는 가온의 집, 요한의 사무실, 시범재판부가 아니라 

바로 그 저택을 마지막 비밀이 밝혀지는 무대로 골랐어



https://gfycat.com/EnlightenedImpassionedCondor

선아의 기억 속에서 신전과도 같았을 저택 

비에 젖고 흙이 묻은 낯선 자들의 발자국으로 신전을 짓밟고

요한의 핏방울로 대리석 바닥을 물들이고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로 살인자라는 말을 듣게 하고 



요한이 처음으로 부른 가온의 이름에 

선아 스스로도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고 



https://gfycat.com/YearlyBossyAmethystgemclam
https://gfycat.com/FarCookedIslandwhistler

도련님에겐 더이상 여기가 '지긋지긋한 집구석'이 아니구나 



https://gfycat.com/CalmSpottedLarva

내가 이제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성에서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람이 행복해진 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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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공간은

마땅히 당신들이 가장 행복했던 곳이어야 하겠지?



그렇게 선아도 가지고 싶었던 사람과 돌아갈 장소를 전부 다 잃었어

목적을 잃은 삶은 더 이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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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선아의 미래에 

두 갈래 갈림길이 남아있던 마지막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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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맨 처음에 했던 식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선아와 가온의 데칼코마니가 하나 더 있어



유모님 몫까지 야무지게 챙겨놓은 유사가족 첫 식사  

왠지 이 그릇들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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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가 몰래 훔치려다 깨뜨린 예쁜 접시하고 꽤 비슷하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선아에겐 소유하고 모셔두고 전시하고픈 귀중품이

가온에게도 저택 사람들에게도 그저 실용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숨겨서 빼돌리려다 깨지게 만들거나 

깨끗이 닦아서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담거나 



용기와 내용물

외면과 내면

겉모습과 마음 

집착과 애정

욕망과 사랑 

나와 모두 

그릇 하나로 보여주는 선아와 가온의 차이 



저택 사람들이 사랑한 건
우아한 문양으로 장식된 테이블 웨어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가온의 정성, 자신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 함께 한 시간이야 

고급스러운 식기가 아니라 일회용 은박지를 선택했대도  

가온의 진심은 하나도 빠짐없이 잘 전달됐을 테고 

요한도 엘리야도 변함없이 가온이 주는 진심을 사랑했을 거야 



https://gfycat.com/BelatedEcstaticDwarfmongoose

예쁜 것들이 가득하다고 선아가 황홀해하던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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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봤어 

겨우 회복 중인 몸으로 건강한 사람이 혼자 밥 먹는 걸 걱정했지



https://gfycat.com/GeneralUnpleasantLarva
https://gfycat.com/BreakableDemandingAfricanbushviper

하녀였던 선아가 제일 오래 머물렀을 장소에 

가온이 집안 식구들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 것도 그냥 우연 같지는 않아



https://gfycat.com/ObeseWateryAustraliansilkyterrier

https://gfycat.com/KindlyPoliteDiscus

https://gfycat.com/SmallBrokenIraniangroundjay

요한이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직시하는 곳

꿈처럼 가장 행복한 환영을 떠올리는 곳도 여기야 



가온의 손길과 발자취가 무척이나 많이 남아있는 



https://gfycat.com/FarArtisticBeaver

손님을 주방으로 들여보내 일을 시키는 집주인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마찬가지로 손님도 남의 집 냉장고와 살림에 함부로 손대지 않지 

어느 쪽이건 실례고 무례한 행동이니까

식구가 아닌 남에게 그런 일을 시키려면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아님 그 집 가족들과 손님이 정말 가까운 사이여야 해 



https://gfycat.com/BriskEnergeticArchaeopteryx

그런데 가온은 아직 엘리야와 친하지 않을 때도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고

요한이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끼니를 차려놓고 외출해 



https://gfycat.com/IcyFirsthandCrusta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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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도 알아볼 만큼("얼굴 좋아보인다") 가온은 행복했었어 

그런데 거기서 가온이 뭘 했더라  



까칠한 소녀와 이상한 아저씨 돌보기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 



만약에 우리 모두가 어떤 퍼즐의 조각이라면 말이야

나한테는 꼭 빈 공간이나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야 돼

그래야 다른 사람하고, 다른 퍼즐 조각하고 딱 맞아떨어지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받기만 해야 한다면 

그러면 나랑 그 사람은 맞물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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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부자 아니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많더라  

그 사람이 나한테 주는 것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야 



아주 작은 거라도 괜찮아 

인간이란 뻔뻔할 정도로 이기적인 만큼 

어리석을 정도로 이타적이기도 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뭔가 주고 싶어해 

정말 바보 같고 진짜로 사랑스럽지 



https://gfycat.com/SmartSlimyAnt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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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판사 ver. 쿠키도 있어?

= 부장님, 밥 먹어요 



요한을 걱정하고 엘리야를 달래고 

두 사람을 챙기면서 

아마도 김가온은 

많이 행복했었던 것 같아 



인간은 뭔가 줄 수 있을 때 가장 풍요로워지고

결국 나 아닌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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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제1편 제1장 동감(sympathy)

'동감'은 애덤 스미스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동류의식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말이야 

이 사람이라면 요한과 가온이 서로에게 보여준 이해를 연민이나 동정심이란 단어 말고 '동감'이라고 표현했을 것 같아  



https://gfycat.com/FlickeringFondFirefly

도러는 선천적으로 훌륭한 아이예요ㅡ 

그러므로 우리가 필요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데이비에게는 우리가 꼭 필요할 거예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에이번리의 앤>



https://gfycat.com/HardFrailFirefly

엘리야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자 가온은 곧 저택에 돌아왔고 

요한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온은 집을 떠나면서도 요한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그리고 선아가 이삭보다 요한에게 끌렸던 것도 단순히 본인과 닮아서는 아닌 듯 

가진 게 없는 선아가 무언가를 내어주면 

거기에 고맙다고 말하는 최초의 사람이, 유일한 사람이 요한이었을 테니 



https://gfycat.com/ScentedHauntingArabianwildcat
https://gfycat.com/ImpoliteTastyBaboon
https://gfycat.com/AcrobaticNeatFlyingsquirrel

마치 배가 정박한 것처럼 

가온이 저택에 있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크고 → 작은 이마의 반창고들 

커다란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며 가온은 모두에게 익숙해지고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즈음에는 어느새 또다른 가족이 돼 



https://gfycat.com/ShortTallBlacklab

작중에서 주방은 꼭 가온이 전용 공간 같아 

선아도 하녀 아니면 초대된 외부인으로서만 들어설 수 있었고

요한과 훨씬 더 오래 알아왔던 팀 요한 사람들도 응접실에만 있었지 

서재와 거실은 요한의 업무공간이기도 하지만, 식당은 가족들만의 자리니까 



부엌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재료를 쓰고 요리하고 예쁜 식기들을 꺼내더라도 

이 집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탓하거나 내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거야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가온이 남의 집 식탁에 매일같이 앉아있었겠어 

실제로 셋 중 누구도 뭐라고 타박하지 않았고 그래서 가온이는 거기서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일도 하고 자료도 들여다보고 그래 

가온은 요한과 엘리야의 저택에서 자기 집에 있는 것만큼이나 자유로웠던 거야  

서재, 주방, 엘리야의 방, 요한의 침실 어디도 가온에게 닫혀있지 않았어 

딱 한 번이긴 했지만 이삭의 방과 지하실에까지 가온의 발걸음이 닿았으니 말 다했다 



대신 비싼 도자기, 은제 찻잔, 앤티크 식기, 금빛 액자에 담긴 그림... 

선아가 갖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던 많은 것들이 가온에겐 큰 의미가 없었어 

선아는 그릇을 깨뜨리고 혼날까봐 무서워했지만 가온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았어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을 더 사랑하는 걸 



https://gfycat.com/SmoggyForthrightIchneumonfly

그래서

선아야 

너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네가 그냥 너이기만 했더라면



https://gfycat.com/ImaginativeDependentGadwall

https://gfycat.com/BestTameFennecfox
어린 요한은 값비싼 그릇이 깨진 것보다 

어린 선아를 먼저 생각했잖아



https://gfycat.com/ImaginativeFantasticAmurminnow

다치지 않았으면 그걸로 됐다고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다고 

다 괜찮다고 

모를 거라 생각했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에겐

선아도 그런 사랑을 돌려주기만 하면 됐었어 



요한의 사랑을 받기 위해 대단한 권력을 가질 필요도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 될 필요도 없었어 

처음 식사를 가져다주던 그 마음 그대로 

손을 잡아 일으켜주던 그 따뜻함 그대로 

두 사람이 상처받지 않은 강요한과 정선아 그대로였다면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텐데 



https://gfycat.com/NervousCompassionateGallinule

선아가 갖고 싶었던 게 십자가인지 거기에 담긴 사랑인지 

만약 사랑이라면 그건 선아가 배우지 않고도 이미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그 사랑을 처음처럼 요한에게 전하기만 했었다면 



https://gfycat.com/FabulousBlushingAfricanwildcat

지금 저를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기쁜 얼굴로 되물으면서 선아는 

자기 잘못이 들켰을 때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을지 정해놓고 있었어 



자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이 집에서는 자기보다 더 약자인 요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하녀인 나에게도 이용당하는 가엾은 도련님 



요한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어린 선아는 요한을 모함하고 

가온은 믿어주지 않는 이들을 향해 요한을 변호해 



선아가 자기를 위해 내미는 모든 카드들이 

어릴 때의 행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요한은 받아주지 않았고 선아는 더욱 더 외로워져 



새하얀 옷을 입고 저택에 입성해도(빛)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쁜 디저트를 가져와도(음식)

가온의 빈 자리는 채우지 못하고(식당)

선아에게는 아무 기회도 주어지질 않아 

목걸이를 가졌다지만

그러나 자기 손으로 가온을 요한과 만나게 했잖아 



https://gfycat.com/VillainousNastyErne
https://gfycat.com/AppropriateAgreeableArgentineruddyduck

요한에게 가온을 보냈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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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다시금 발을 들인 날까지 선아는 평화를 빈 적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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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본인도 영원히 평화로워질 수가 없었지



https://gfycat.com/CreamyGracefulCardinal

하지만 가온은 요한과 엘리야와 같이 있는 동안 딱 하나만 바랐어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봄이 찾아왔으면



https://gfycat.com/JampackedShortBoa

우리가 둘러앉아 웃을 수 있기를 



https://gfycat.com/LoathsomeSpiffyBeardedcollie

상처투성이로 그 집을 나서던 깊은 밤까지도



https://gfycat.com/CrazyEnergeticCreature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루가 복음서> 제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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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신은 그 소망을 이루어주었지



가온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매우 종교적인 사람이었어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제일 도덕적인 사람인 것처럼

종교가 없어도 신을 믿지 않아도 

자기가 만난 외로운 사람들을 마치 신을 섬기듯 사랑했으므로 

신도 가온의 기도를 들어주었던 거라고 믿어 

인간을 사랑하는 이만이 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톨스토이 단편 중에서 이런 게 있어 
어느날 신이 구두 수선공 마르틴의 꿈에 나타나 말해
"마르틴, 내일 거리에 나가보거라. 내가 올 것이니라." 


마르틴은 다음날 신을 기다리며
눈을 치우는 퇴역 군인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주고
아기를 안고 추위에 떠는 어머니에게 식사를 내왔어 
사과를 훔쳐 달아나려는 소년을 붙잡아 잘 타이르고 
나이든 사과 장수를 위로했지 
그들을 잘 대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날 하루도 성실히 일했어 


그날밤 신이 다시 찾아왔어 
퇴역 군인, 아기를 안은 어머니, 사과 장수와 소년의 모습으로 
"마르틴,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네가 온 마음을 다해 섬긴 그들이 바로) 나다." 


https://gfycat.com/DisfiguredMajorHuemul
내가 배고플 때 그대는 양식을 주었다. 
내가 목마를 때 그대는 물을 주었다. 
내가 낯선 사람임에도 
그대는 나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대가 내 어린 양들에게 한 행동은
내게 한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톨스토이,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인용된 성경은 <마태오 복음서> 제25장 40절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가온이 생각하는 요한
엄청 가난한 사람
= 성경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그대는 나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를 

나는 항상 '그대의 마음 안으로'라고 읽어 



그리고 악마판사도 나한테는 

주인공들이 누군가의 안으로 들어가고 

또 누군가를 자기 안으로 들이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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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도 가온도 무신론자지만 

그래도 둘의 사랑이 있는 곳에 언제나 신이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신은 늘 두 사람 곁에 있었을 거라고 

 


한낱 인간에 불과한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신의 가호를 빈다고 말하지



평화를 빌어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부디 오래오래 평안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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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9582 잡담 왕사남 내일 1687만 입성할듯 00:13 5
15769581 스퀘어 원더풀스 E03-E04.gif (추가) 00:13 1
15769580 잡담 내일 그러면 왕사남 살목지 군체 다 걸려있는거임? 00:13 14
15769579 잡담 허수아비 순영아 오빠가 너 꺼내주려고 기범이 때렸다는 징계도 그냥 받아들였는데 00:12 16
15769578 잡담 허수아비 현실에 비춰보면 경찰이 폐급이고 멍청해야 하는건 맞는데 강태주가 너무 속아요 00:12 8
15769577 잡담 ㄷㄱㅂㅇ 일 그다지 입 안 댔는데 팬덤에서 최태성쌤한테 한거는 진짜 놀랍다 00:12 18
15769576 잡담 오 군체 사전 예매 괜찮은편?(알못) 00:12 9
15769575 잡담 모자무싸 난 동만이 영화가 성공하지도 망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음 00:12 6
15769574 잡담 좀비물 되게 오랜만에 보는 느낌..(내가) 00:12 10
15769573 잡담 허수아비 음 근데 난 순영이가 쨋든 남매고 집안과 엮이게 되는 설정 자체가 맘에 안 들긴함... 2 00:12 22
15769572 잡담 1698가고싶은데 12만 남았고 2 00:12 40
15769571 잡담 설강화 망사임? 2 00:12 35
15769570 잡담 허수아비 아니 강태주랑 그 술집 사장 2 00:11 55
15769569 잡담 왕사남 살목지 군체 다 걸려있겠다 1 00:11 45
15769568 잡담 근데 덬들은 글쓰고 댓글 안봐..? 6 00:11 107
15769567 잡담 모자무싸 경세 옆에 작가 진짜 짜증난다 1 00:11 14
15769566 잡담 허수아비 근데 궁예 한게 맞는거면 태주가 지은 죄? 돌려받는 느낌이긴 하네 3 00:11 59
15769565 잡담 취사병 헐 돈랄 밴드 직접 연주한거였구나..? 2 00:11 75
15769564 잡담 군체 사전 예매량 미쳤다 3 00:11 84
15769563 잡담 취사병 윤병장도 요리실력 성장하면 개큰감동일듯 00: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