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관 끝난 기념으로 주절주절
같이 복습해서 좋았어ㅠㅠ
다들 알다시피 요한이 집에서 먹는 모든 식사는
인스턴트 아니면 유모의 손을 거친 음식이지만
유모 말고도 요한을 위해 요리한 사람들이 있어


가온이 요한에게 처음 챙겨준 식사
퇴근한 요한을 위한 저녁, 한식, 금빛 테두리로 장식된 그릇들

그런데 과거회상씬에서 비슷한 게 보이더라고


선아가 요한을 위해 따로 준비한 첫 끼니도 저녁식사
식기부터 수저까지 가온이 고른 것과 똑같아
https://gfycat.com/CoolFortunateAnemoneshrimp
그때 요한은 어두워져 달빛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https://gfycat.com/AridInfatuatedElver
어렸을 때나
https://gfycat.com/UnsteadyLazyIndri
어른이 되어서나 선아가 탐내듯이 바라보는 요한은
책을 읽고 있는 소년

깨끗하고, 단정하고, 아름다운 외양
손에는 술병도 아니고 누구를 때리려고 하는 매도 아닌 한 권의 책
식사를 갖다주면, 무뚝뚝해서가 아니라 서툴고 낯을 가려서 조용하게 말해주는 '고마워'라는 인사
술에 취하고, 고함을 지르고, 자신을 때리는 부모에게서도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하지 못한 모든 걸 다 가진 요한
나는 내가 나쁜 아이라서 우리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어요.
욕하고 싸우고 도둑질하다 잡혀오는 애.
근데 난 그때 어쩔 수가 없었거든.
내 주변엔 나를 욕하고 놀리고 때리는 사람들밖에 없고.
난... 늘 배가 고팠거든.
그리고 아마 애정에도 몹시 굶주려 있었겠지

그런데 왜 이삭이 아니라 요한이었을까
선아는 처음에 분명히 '도련님들'에 대한 호감을 느낀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열두살 때 어느 부잣집에 일을 하러 들어갔는데
와, 거기 도련님들은 진짜 이쁘고 착한 거야.
좋은 냄새가 나고, 쌍욕도 안 해요.
반짝반짝 빛나고.
내가 그런 착한 아이였으면.
우리 엄마도 날 안 때렸을까?
나 좋아해줬을까요?
예쁘고 착한 도련님들이 자신과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면
요한에게 더 끌린 건 동질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둘은 동갑이고, 또래 친구 하나 없이 똑같이 너무도 외로웠어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도련님인데
아버지란 사람들은 원래 다 그런 건지 도련님을 사랑해주지도 않고
https://gfycat.com/HotPerfumedDuckbillcat
가족에 의해 유년 시절을 빼앗긴 소년과 소녀는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어딘가 결여된 상태로 만나 그대로 헤어졌어

도련님
언제까지나 그렇게 책 하나만을 벗삼은 채로 외로웠으면 좋았을 걸
https://gfycat.com/MeekSorrowfulAfricanaugurbuzzard
'우리'는 좀 비슷하지?
영리하고, 가차없고, 조금은 망가져있고
https://gfycat.com/SelfishImpracticalFossa
https://gfycat.com/EvergreenWindingHorsemouse
너무 닮아서 서로를 베고 찌르고 할퀴고

다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일말의 친절도 받을 수 없다니
https://gfycat.com/PleasedUnfitArizonaalligatorlizard
어째서 우리는 함께 있으면 더 외로워지는 거야?
https://gfycat.com/WealthyVacantLeonberger
전국민의 스타판사가 되어가는 요한을 멀리서 바라보며
선아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다짐했겠지
눈을 마주볼 수 있는 곳까지 가겠다
그럴 수 있는 힘과 권력을 지닌 인물이 되겠다
보란 듯이 요한과 어울리는 사람, 요한과 걸맞는 인물이 되어주겠다...
가끔 진짜 심란해져서 생각하는 거지만
사회적 책임재단 이사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선아를 끌고 간 동기는 요한이었던 거 아닐까
요한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선아도 더 위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요한은 높은 지위나 명예에 어떤 관심도 없지
그런 요한이 여론전에 신경을 쓰고 인맥을 관리하고
모두가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존재가 되기로 작정한 건
그래야 가해자들과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세상이 나를 알아봐야 싸움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선아한테는 뭐가 먼저였을지 아직도 확신하질 못하겠어
세상을 내 발 밑에 두는 것
요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둘이 사실상 같은 목표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동경하며 열에 들뜬 눈으로
높은 곳에 있는 그를 올려다보는 것 말고
선아가 정말로 원하고 갈구했던 건
https://gfycat.com/PhonyFailingGreatargus
대등한 눈높이로
https://gfycat.com/RightInexperiencedBufeo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들어
https://gfycat.com/MetallicJauntyCatfish
일상을 함께 하는 것
https://gfycat.com/OpenPeriodicGosling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https://gfycat.com/DeficientSolidCurlew
https://gfycat.com/PaltrySplendidAnemoneshrimp
https://gfycat.com/SociableClassicHumpbackwhale
닮아서,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아는 것 말고
설령 싸우고 다투더라도
서로 다른 부분을 솔직하게 내비치며 알아가는 이해자로서
https://gfycat.com/LeanImmaculateCatfish
가족처럼 요한의 곁에 머무르는 게 허락되기를
https://gfycat.com/AdmirableWarmheartedIcelandichorse
모두가 가면을 쓰고 가식적인 미소를 띄우는 무도회가 아니라
https://gfycat.com/SophisticatedAlarmedHoopoe
https://gfycat.com/DirectAnnualCub
늘 돌아가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집에서
정말 즐겁게 웃는 도련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야?
https://gfycat.com/EntireOldfashionedGelding
선아가 정말로 다시 보고 싶어했을,
그러나 전 생애를 통틀어 더는 보지 못한 요한의 모습
https://gfycat.com/MessyYoungCottontail
편안한 옷을 입고 머리칼을 내린 채 활자를 읽어나가다가
https://gfycat.com/SolidDarlingJunco
내 인기척을 느끼거나
내가 말을 걸면 나를 바라봐주는 요한

선아가 가장 소유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요한이었다면
https://gfycat.com/ScarceInsecureLcont
선아가 가장 열망하던 눈빛을 받은 누군가는 가온이었겠지
https://gfycat.com/SevereSecondaryBlueshark
https://gfycat.com/BruisedPopularAdamsstaghornedbeetle
https://gfycat.com/MiserableGlisteningHypacrosaurus
https://gfycat.com/SerenePossibleHerculesbeetle
그래서 선아는 가온의 집, 요한의 사무실, 시범재판부가 아니라
바로 그 저택을 마지막 비밀이 밝혀지는 무대로 골랐어
https://gfycat.com/EnlightenedImpassionedCondor
선아의 기억 속에서 신전과도 같았을 저택
비에 젖고 흙이 묻은 낯선 자들의 발자국으로 신전을 짓밟고
요한의 핏방울로 대리석 바닥을 물들이고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로 살인자라는 말을 듣게 하고
요한이 처음으로 부른 가온의 이름에
선아 스스로도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고
https://gfycat.com/YearlyBossyAmethystgemclam
https://gfycat.com/FarCookedIslandwhistler
도련님에겐 더이상 여기가 '지긋지긋한 집구석'이 아니구나
https://gfycat.com/CalmSpottedLarva
내가 이제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성에서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람이 행복해진 대가로


당신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공간은
마땅히 당신들이 가장 행복했던 곳이어야 하겠지?
그렇게 선아도 가지고 싶었던 사람과 돌아갈 장소를 전부 다 잃었어
목적을 잃은 삶은 더 이어지지 않아

옛날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선아의 미래에
두 갈래 갈림길이 남아있던 마지막 시기

다시 맨 처음에 했던 식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선아와 가온의 데칼코마니가 하나 더 있어
유모님 몫까지 야무지게 챙겨놓은 유사가족 첫 식사
왠지 이 그릇들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선아가 몰래 훔치려다 깨뜨린 예쁜 접시하고 꽤 비슷하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선아에겐 소유하고 모셔두고 전시하고픈 귀중품이
가온에게도 저택 사람들에게도 그저 실용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숨겨서 빼돌리려다 깨지게 만들거나
깨끗이 닦아서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담거나
용기와 내용물
외면과 내면
겉모습과 마음
집착과 애정
욕망과 사랑
나와 모두
그릇 하나로 보여주는 선아와 가온의 차이
저택 사람들이 사랑한 건
우아한 문양으로 장식된 테이블 웨어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가온의 정성, 자신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 함께 한 시간이야
고급스러운 식기가 아니라 일회용 은박지를 선택했대도
가온의 진심은 하나도 빠짐없이 잘 전달됐을 테고
요한도 엘리야도 변함없이 가온이 주는 진심을 사랑했을 거야
https://gfycat.com/BelatedEcstaticDwarfmongoose
예쁜 것들이 가득하다고 선아가 황홀해하던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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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봤어
겨우 회복 중인 몸으로 건강한 사람이 혼자 밥 먹는 걸 걱정했지
https://gfycat.com/GeneralUnpleasantLarva
https://gfycat.com/BreakableDemandingAfricanbushviper
하녀였던 선아가 제일 오래 머물렀을 장소에
가온이 집안 식구들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 것도 그냥 우연 같지는 않아
https://gfycat.com/ObeseWateryAustraliansilkyterrier
https://gfycat.com/KindlyPoliteDiscus
https://gfycat.com/SmallBrokenIraniangroundjay
요한이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직시하는 곳
꿈처럼 가장 행복한 환영을 떠올리는 곳도 여기야
가온의 손길과 발자취가 무척이나 많이 남아있는
https://gfycat.com/FarArtisticBeaver
손님을 주방으로 들여보내 일을 시키는 집주인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마찬가지로 손님도 남의 집 냉장고와 살림에 함부로 손대지 않지
어느 쪽이건 실례고 무례한 행동이니까
식구가 아닌 남에게 그런 일을 시키려면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아님 그 집 가족들과 손님이 정말 가까운 사이여야 해
https://gfycat.com/BriskEnergeticArchaeopteryx
그런데 가온은 아직 엘리야와 친하지 않을 때도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고
요한이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끼니를 차려놓고 외출해
https://gfycat.com/IcyFirsthandCrustacean

저택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도 알아볼 만큼("얼굴 좋아보인다") 가온은 행복했었어
그런데 거기서 가온이 뭘 했더라
까칠한 소녀와 이상한 아저씨 돌보기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
만약에 우리 모두가 어떤 퍼즐의 조각이라면 말이야
나한테는 꼭 빈 공간이나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야 돼
그래야 다른 사람하고, 다른 퍼즐 조각하고 딱 맞아떨어지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받기만 해야 한다면
그러면 나랑 그 사람은 맞물릴 수가 없어

그 사람 부자 아니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많더라
그 사람이 나한테 주는 것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야
아주 작은 거라도 괜찮아
인간이란 뻔뻔할 정도로 이기적인 만큼
어리석을 정도로 이타적이기도 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뭔가 주고 싶어해
정말 바보 같고 진짜로 사랑스럽지
https://gfycat.com/SmartSlimyAntlion

악마판사 ver. 쿠키도 있어?
= 부장님, 밥 먹어요
요한을 걱정하고 엘리야를 달래고
두 사람을 챙기면서
아마도 김가온은
많이 행복했었던 것 같아
인간은 뭔가 줄 수 있을 때 가장 풍요로워지고
결국 나 아닌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제1편 제1장 동감(sympathy)
'동감'은 애덤 스미스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동류의식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말이야
이 사람이라면 요한과 가온이 서로에게 보여준 이해를 연민이나 동정심이란 단어 말고 '동감'이라고 표현했을 것 같아
https://gfycat.com/FlickeringFondFirefly
도러는 선천적으로 훌륭한 아이예요ㅡ
그러므로 우리가 필요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데이비에게는 우리가 꼭 필요할 거예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에이번리의 앤>
https://gfycat.com/HardFrailFirefly
엘리야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자 가온은 곧 저택에 돌아왔고
요한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온은 집을 떠나면서도 요한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그리고 선아가 이삭보다 요한에게 끌렸던 것도 단순히 본인과 닮아서는 아닌 듯
가진 게 없는 선아가 무언가를 내어주면
거기에 고맙다고 말하는 최초의 사람이, 유일한 사람이 요한이었을 테니
https://gfycat.com/ScentedHauntingArabianwildcat
https://gfycat.com/ImpoliteTastyBaboon
https://gfycat.com/AcrobaticNeatFlyingsquirrel
마치 배가 정박한 것처럼
가온이 저택에 있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크고 → 작은 이마의 반창고들
커다란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며 가온은 모두에게 익숙해지고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즈음에는 어느새 또다른 가족이 돼
https://gfycat.com/ShortTallBlacklab
작중에서 주방은 꼭 가온이 전용 공간 같아
선아도 하녀 아니면 초대된 외부인으로서만 들어설 수 있었고
요한과 훨씬 더 오래 알아왔던 팀 요한 사람들도 응접실에만 있었지
서재와 거실은 요한의 업무공간이기도 하지만, 식당은 가족들만의 자리니까
부엌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재료를 쓰고 요리하고 예쁜 식기들을 꺼내더라도
이 집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탓하거나 내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거야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가온이 남의 집 식탁에 매일같이 앉아있었겠어
실제로 셋 중 누구도 뭐라고 타박하지 않았고 그래서 가온이는 거기서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일도 하고 자료도 들여다보고 그래
가온은 요한과 엘리야의 저택에서 자기 집에 있는 것만큼이나 자유로웠던 거야
서재, 주방, 엘리야의 방, 요한의 침실 어디도 가온에게 닫혀있지 않았어
딱 한 번이긴 했지만 이삭의 방과 지하실에까지 가온의 발걸음이 닿았으니 말 다했다
대신 비싼 도자기, 은제 찻잔, 앤티크 식기, 금빛 액자에 담긴 그림...
선아가 갖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던 많은 것들이 가온에겐 큰 의미가 없었어
선아는 그릇을 깨뜨리고 혼날까봐 무서워했지만 가온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았어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을 더 사랑하는 걸
https://gfycat.com/SmoggyForthrightIchneumonfly
그래서
선아야
너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네가 그냥 너이기만 했더라면
https://gfycat.com/ImaginativeDependentGadwall
https://gfycat.com/BestTameFennecfox
어린 요한은 값비싼 그릇이 깨진 것보다
어린 선아를 먼저 생각했잖아
https://gfycat.com/ImaginativeFantasticAmurminnow
다치지 않았으면 그걸로 됐다고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다고
다 괜찮다고
모를 거라 생각했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에겐
선아도 그런 사랑을 돌려주기만 하면 됐었어
요한의 사랑을 받기 위해 대단한 권력을 가질 필요도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 될 필요도 없었어
처음 식사를 가져다주던 그 마음 그대로
손을 잡아 일으켜주던 그 따뜻함 그대로
두 사람이 상처받지 않은 강요한과 정선아 그대로였다면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텐데
https://gfycat.com/NervousCompassionateGallinule
선아가 갖고 싶었던 게 십자가인지 거기에 담긴 사랑인지
만약 사랑이라면 그건 선아가 배우지 않고도 이미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그 사랑을 처음처럼 요한에게 전하기만 했었다면
https://gfycat.com/FabulousBlushingAfricanwildcat
지금 저를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기쁜 얼굴로 되물으면서 선아는
자기 잘못이 들켰을 때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을지 정해놓고 있었어
자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이 집에서는 자기보다 더 약자인 요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하녀인 나에게도 이용당하는 가엾은 도련님
요한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어린 선아는 요한을 모함하고
가온은 믿어주지 않는 이들을 향해 요한을 변호해
선아가 자기를 위해 내미는 모든 카드들이
어릴 때의 행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요한은 받아주지 않았고 선아는 더욱 더 외로워져
새하얀 옷을 입고 저택에 입성해도(빛)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쁜 디저트를 가져와도(음식)
가온의 빈 자리는 채우지 못하고(식당)
선아에게는 아무 기회도 주어지질 않아
목걸이를 가졌다지만
그러나 자기 손으로 가온을 요한과 만나게 했잖아
https://gfycat.com/VillainousNastyErne
https://gfycat.com/AppropriateAgreeableArgentineruddyduck
요한에게 가온을 보냈을 때부터

저택에 다시금 발을 들인 날까지 선아는 평화를 빈 적이 없었어

그래서 본인도 영원히 평화로워질 수가 없었지
https://gfycat.com/CreamyGracefulCardinal
하지만 가온은 요한과 엘리야와 같이 있는 동안 딱 하나만 바랐어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봄이 찾아왔으면
https://gfycat.com/JampackedShortBoa
우리가 둘러앉아 웃을 수 있기를
https://gfycat.com/LoathsomeSpiffyBeardedcollie
상처투성이로 그 집을 나서던 깊은 밤까지도
https://gfycat.com/CrazyEnergeticCreature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루가 복음서> 제10장

그래서 신은 그 소망을 이루어주었지
가온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매우 종교적인 사람이었어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제일 도덕적인 사람인 것처럼
종교가 없어도 신을 믿지 않아도
자기가 만난 외로운 사람들을 마치 신을 섬기듯 사랑했으므로
신도 가온의 기도를 들어주었던 거라고 믿어
인간을 사랑하는 이만이 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https://gfycat.com/DisfiguredMajorHuemul
'그대는 나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를
나는 항상 '그대의 마음 안으로'라고 읽어
그리고 악마판사도 나한테는
주인공들이 누군가의 안으로 들어가고
또 누군가를 자기 안으로 들이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

요한도 가온도 무신론자지만
그래도 둘의 사랑이 있는 곳에 언제나 신이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신은 늘 두 사람 곁에 있었을 거라고
한낱 인간에 불과한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신의 가호를 빈다고 말하지
평화를 빌어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부디 오래오래 평안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