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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갯마을 인간은 언제 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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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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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책을 한 권 읽었어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찾는 거라는 결론을 내린 책이었어

인간은, 매일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동물들과 다를 바 없이
생존하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이고
우리가 생존을 위한 행위를 하게 만드는 자극이 바로 행복이라고

즉, 행복을 찾지 못한 인간은
생존을 위한 행위를 할 만한 계기나 힘을 잃게 되고
그러다 결국 생존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거지


홍두식은
아직은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에게서 행복할 자격을 박탈 당했어
네가 죽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삶의 주인인 대가로
죽으려 했으나 죽지도 못한 인생을 사는 벌로


난 그때 홍두식이 죽은 거나 마찬 가지였다고 생각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유이자 원동력이 되는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봐

말 그대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채로
그저 아직 내 육신에 숨이 붙어 있으니
눈만 떠도 쉬어지는 숨을 쉬며 사는 거지
그러다 가끔은 큰 한숨을 몰아쉬면서 말이야


그래서 두식이는 홍반장이 되었나봐

두식이의 직업은 돈으로 상징될 수 있는 직업이었고
아마 두식이에게 일어난 일들도 모두 돈 때문이었을 거야
돈 때문에 사람이 죽고,
돈 때문에 몇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 째 흔들렸어


그후 직업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두식이는
그저 아무런 조건 없이 최저시급만 주면
온동네 온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홍반장이 되어 살아왔어
일 년에 오만 원이라는,
받아도 뺏겨도 티도 안 날 그런 봉사비만을 받는 반장이 되어서 말이야


난 그게 두식이가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행했던 모든 일들을
사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
돈이 인생의 전부인지 알고,
돈이 행복을 불러오는지 알고 살았던 삶 때문에
자신이 희생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방식 같았어

아무리 시급을 올려준대도 마다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증까지 따가며
시간 당 만 원도 안 되는 돈에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을 바치는 행위를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겠지
자본주의의 논리로 보면 적자 그 자체인 삶이지

두식이는 그렇게
엄청난 기회비용을 날리면서 비효율적인 삶을 살았어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홍반장이 받는 최저시급은
자신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수단일 뿐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게 아니잖아

공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홍반장의 삶은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은 삶이었어

자신의 심지가 얼마나 짧아져 있는지는 아무 상관 없다는듯이
자신을 키워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타들어가지 않게
그들의 삶은 돈 때문에 삐걱거리지 않게
쉬지 않고 스스로에게 불을 붙였던 인생


말도 안 되는 철학이랍시고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을까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존재들도
자신에게 편안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덕에 더 순탄한 인생을 살게 된 이조차
자신을 떠받들며 어려워하지 않도록
본인이 먼저 모두에게 반말을 건네며
편하고 격 없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걸까

내가 너에게 먼저 이렇게 막 했으니 너도 나한테 막 해도 된다는
자신을 세상 누구보다도 낮은 곳에 두기 위한 철학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택이 두식이를 살게 한 거지
자신의 도움을 받은 이웃이 웃으며 건넨 고맙다는 인사가,
시간과 공을 들이면 성과가 되어 나타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육체 노동이 주는 보람이,
그 미소와 보람을 잊지 못해 계속 해나간 일들이 두식이를 지탱해줬어


처음에는 살기 위한 선택이기보다는
자신의 남은 삶을 태우기 위한 선택이었을 홍반장이라는 역할이
스스로 자신을 죽여버렸던 두식이를 계속 살게 했어

그렇게 차츰 미소도 되찾고 가끔은 즐겁고 신나기도 했겠지
그럴때마다 두식이는 스스로에게 물었겠지?
네가 웃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고

하지만 두식이도 인간이기에, 그저 살려고 사는 인간이기에
다음날에도 자기도 모르게 웃었을 거야 그래야 또 내가 사니까
그럼 또 악몽을 꾸고
그래도 여전히 오늘 눈을 떴으니 웃고

그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인물이
바로 우리가 1화에서부터 만난 홍반장인 것 같아

누구에게나 햇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친근하게 다가가 오지랖을 부리지만
밤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악몽에 시달리는 그 남자
낮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이게 사는 거지, 싶게 살다가
밤이 되면 이게 사는 게 맞는지 되묻는 삶을 사는 사람


그러다 홍반장이 혜진이를 만났어
악몽마저 잊게 해주는 사람
그래서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 느끼게 만든 사람
홍두식을, 온전히 살게 하는 사람


두식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 아니었어
사람과 사랑. 그게 전부였지


두식이가 돈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 때문에
가족 같은 사람을 잃고,
가족 같은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부정 당한 것과 대비되지


아마 거기에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이 각박한 자본주의 세상 속에선 돈이 인생을 지배하고
우린 돈을 많이 벌어야만 행복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릴 살게 하는 건 돈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그걸 알지 못한 채
돈 때문에 서로 싸우고 상처주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
그러다 인간은 죽는다는 것

그러니 우릴 살게 하는 것을 우리 곁에 두고, 행복하자는 것
다른 무엇도 아닌 삶을 위해, 그저 살기 위해서 말이야


두식이도 살기 위해 혜진이의 손을 잡았어

혜진이의 고백을 받아준 두식이가
"나도 이제 더는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했잖아
아무리 자신이 행복을 잊은 채 살아가려 했어도
자신을 불완전한 삶에서 구원해줄 사람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본능이
그 사람의 손을 잡게 만든 거라고 생각해

정말 그건 스스로에게 죽음을 고했던 두식이도 어쩔 수 없었던 거였을 거야
살아있으니까, 살고 싶은 걸


두식이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때 일어난 모든 일은
불공평한 인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발버둥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면 사는지 알고,
이렇게 달리면 다같이 잘 살 줄 알고 죽어라 달렸는데
하필 그 끝이 낭떠러지였던 거야

그리고 사람은
낭떠러지를 예견하지 못한 자를 비난하며 밀어버리는 세상 때문에 죽고
허무해 주저앉은 자를 일으켜 세워 다시 돌아가자 손 건네는 사람 때문에 살아


그때와 다르게,
지금 또다시 낭떠러지 앞에서 떨고 있는 두식이에겐
손을 잡아줄 사람이 곁에 있으니
다시 마주한 낭떠러지 앞에선
두식이가 자신에게 내린 죽음을 거두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라



앞서 언급한 책에선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음식 그리고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반대로 말하면
우린 음식과 사람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고,
결국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은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해 죽게 돼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살리며 살자
낭떠러지에 선 자의 등을 미는 세상에 속하지 말고
그의 떨리는 손을 잡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함께 살아가자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 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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