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한여름. 수업이 끝난 밤, 검은 밤을 대낮처럼 번개가 갈랐다.
“꺄악!”
천둥 소리에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나는 조용히 손을 모았다.
“최보라, 뭐해?”
“기도.”
“기도? 뭐에 비는 거야?”
“번개는 소원을 이뤄주거든.”
“말도 안 돼.”
“백발백중이야 이거.”
“하여간 최보라 희한해. 그래서 뭐 빌었는데?”
“안돼. 효험 떨어져. 그리고 한 번으론 부족한 거 같아.”
“뭔 소리야, 진짜?”
순간 콰쾅! 다시 밤하늘을 대낮처럼 번개가 밝혔다.
이 정도면 될까? 다시 한 번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너 우산 가지고 왔어?”
“아니, 안 가져왔는데.”
“이거 너 써.”
“야! 그럼 넌 뭐 쓰고 가게?”
가방을 집어들고는,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방금, 교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널 봤으니까.
그런데.
“장이준, 너...우산 없어?”
“응.”
아, 한 번 더 소원 빌 걸 그랬나보다.
원래 계획은 우산 하나를 나눠쓰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이에서 얘기하려는 거였는데.
망했다. 망했어.
저 새끼, 평소에는 이것저것 잘 챙겨다니더니 왜 하필 오늘은 우산이 없고 지랄이야.
“뛰어갈까?”
“어?”
순간 머리 위로 잠시 그늘이 내려왔다. 장이준의 옷이다.
“슈퍼까진 별로 안 머니까.”
얼굴 바로 옆에, 이준이의 숨결.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눈 앞에 있다.
어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뭐야.
그 때
“장이준! 이거 우산 돌려줄게! 울 엄마 왔어.”
누군가 이준이에게 우산을 돌려준다.
빗소리 속에서, 마주본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빠졌다.
“우산...있었어?”
“...어.”
“왜 빌려줬어?”
이준이가 머리를 벅벅 긁는다.
“진짜...몰라서 묻냐.”
콰쾅! 다시 번개와 함께 천둥이 친다.
역시, 소원은 이뤄진다.
내 소원은, 너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