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그릇보다 넘치는 사랑도 흐른다
부모의 내리사랑이 그렇고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
그래서 내가 가진 사랑을 먼저 깨닫는 순간 너무 넘쳐서 상대의 사랑의 크기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다정의 사랑이 주영도의 천장에 새듯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며 주영도의 마음에 스며든다
주영도의 사랑은 물잔에 따라지는 물처럼 상대의 마음을 흠뻑 젖신다.
은하의 말처럼
나는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고 너만 사랑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는
그말처럼
물잔의 물처럼 자기의 마음을 흠뻑 주었던 주영도는
톡톡 한방울 한방울이 흘러 양동이를 가득 채우고
그 마음을 둘 곳이 없어서 버려지고 다시 채우는 다정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애써 외면했겠지)
하루에 5분 항상 어린 영도에게 와준 아버지는
영도가 어른이 되어서도 47초간의 전화를 하듯
다정의 엄마인 미란이 다정이를 대신해 영도를 만나는거처럼
주영도가 외롭지 않고 힘들지않게 내내 그리고 앞으로도 목마르지않게
흠뻑 비도 맞을 수 없는 주영도가 스펀지처럼 충분히 젖셔질 수 있도록 다가와 준다.
이들은 헤어졌지만
여전히 주영도 진료실 천장엔 다정의 마음이 새어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다정의 물잔에 다시 한번 물을 따라준다.
유일하게 아래에서 위로 물을 퍼올리고 마르지 않는 게 우물인데
우물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물을 퍼올리면 언젠가 샘도 마른다.
주영도라는 우물에 물을 퍼올리는 많은 사람들 중
다정은 영도의 우물을 채우는 존재
영도의 말라가는 우물을 알아보고 흠뻑 같이 샤워기로 온몸을 젓셔 마르지않게 해 준 사람.
그러나 그 마저도
발로...
악수로...
친구로...
그리고 결국 이별로 막아 버린다.
톡..톡.. 한방울 한방울 ...
다정의 눈물이 영도의 마음을 젖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