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글 조이음(칼럼니스트)
https://img.theqoo.net/FkQHr
남자는 1년 전 헤어진 여자에 대해 “차라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여자는 “그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1년 전 헤어진 남자를 떠올린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렸던 두 사람은 들불처럼 번져간 감정에 타올랐지만, 1년이 흐른 지금은 서로에게 재같이 남았다. 당시의 감정을 ‘사랑’이라 명명하고 여자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남자는 그때를 돌아보며 쓰라림을 느낀다. 과거 남자의 고백에 대답을 돌려주지 못했던 여자는 그 감정을 통해 성숙했노라 곱씹는다. 같은 기억이 서로에게 전혀 다른 흔적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시 그 순간이 온대도 사랑했을 것”이라며 함께했던 시간을, 서로를 추억한다.
연애를 할 때 단순한 상황을 두고도 저마다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한때 사랑했던 사이라고 해서, 혹은 꽤 오랜 시간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서로가 나눈 감정과 행동에 대한 해석도 같을 순 없다. 지난 22일 첫 공개된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극본 정현정 정다연, 연출 박신우)은 이에 주목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복잡한 도시 속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리얼 로맨스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건축가 박재원(지창욱)과 ‘자유 영혼 윤선아’라는 부캐릭터를 가진 마케팅 에이전시 대표 이은오(김지원), 건축가 최경준(김민석)과 프리터 서린이(소주연), 소설가 강건(류경수)과 체육교사 오선영(한지은). 이들은 각각 운명 같은 첫 만남을 가진 연인,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온 연인, 아리송한 관계에 고뇌하는 연인이다.
https://img.theqoo.net/mgymj
첫 화에서 여섯 남녀는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의 연애관을 밝힌다. ‘스스로 어떤 이성과 맞는지 알아?’라는 관찰자의 질문에 박재원은 “재밌는 여자”, 이은오는 “말이 통하는 남자”라고 답하며 1년 전 양양에서 만났던 서로를 떠올린다. 이와 함께 화면은 1년 전으로 거슬러가 이들의 첫 만남과 사랑의 시작을 보여준다.
지난 25일 공개된 2화에서는 ‘처음 잘 때 어떻게 시작해?’라는 질문과 함께 양양에서 보낸 재원과 은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캠핑카 운전과 서핑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더욱 가까워진 이들은 마음을 주고받고, 그렇게 몸도 가까워진다. 하지만 함께 밤을 보낸 다음 날, 재원은 은오가 자신의 곁에서 함께 눈뜬 것이 아닌 바닷가에서 다른 남자와 웃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씁쓸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은오의 속내와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이야기, 아직 서사도 풀리지 않은 네 남녀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나의 이야기인 듯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남녀들의 리얼 로맨스가 흥미를 고조시키며 기대를 모은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인터뷰를 중심으로 극의 초반부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활용해 정형화된 로맨스 드라마의 틀을 벗어난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속마음을 시청자에게 직접 표출하고,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카메라가 등장인물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 또한 그렇다. 이 같은 설정은 2014년 방송된 정현정 작가의 ‘연애의 발견’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한 회당 30분 분량의 짧은 호흡만큼 곁가지가 정리된 직진 전개가 마치 단톡방에 모인 절친들의 연애 뒷담화를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을 더해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https://img.theqoo.net/zvuoX
‘로맨스 바이블’로 꼽히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부터 전작 ‘로맨스는 별책부록’까지, 식상한 듯 친숙한 장면까지도 맛있게 버무려 각각 살아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로 완성시키는 정현정 작가의 필력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남자친구’, ‘질투의 화신’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을 인정받은 박신우 감독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장면의 미학을 보여준다. 여기에 남혜승 음악감독이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이 감정의 공간을 메우고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가히 ‘로맨스 장인’들이라 불릴 만하다. 지창욱, 김지원, 김민석, 소주연, 류경수, 한지은 등 출연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연애담을 담은 만큼 우연이 쌓이기도, 클리셰라 치부할 수 있을 친숙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업 잘하는 제작진과 배우가 뭉친 ‘로맨스 드림팀’이 진부하지 않은 틀에서 이번 겨울 색다른 ‘인생 로맨스’를 피워낼 것을 감히 점쳐본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연애세포를 살리는 데 특효약이 될 듯싶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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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1년 전 헤어진 여자에 대해 “차라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여자는 “그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1년 전 헤어진 남자를 떠올린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렸던 두 사람은 들불처럼 번져간 감정에 타올랐지만, 1년이 흐른 지금은 서로에게 재같이 남았다. 당시의 감정을 ‘사랑’이라 명명하고 여자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남자는 그때를 돌아보며 쓰라림을 느낀다. 과거 남자의 고백에 대답을 돌려주지 못했던 여자는 그 감정을 통해 성숙했노라 곱씹는다. 같은 기억이 서로에게 전혀 다른 흔적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시 그 순간이 온대도 사랑했을 것”이라며 함께했던 시간을, 서로를 추억한다.
연애를 할 때 단순한 상황을 두고도 저마다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한때 사랑했던 사이라고 해서, 혹은 꽤 오랜 시간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서로가 나눈 감정과 행동에 대한 해석도 같을 순 없다. 지난 22일 첫 공개된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극본 정현정 정다연, 연출 박신우)은 이에 주목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복잡한 도시 속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리얼 로맨스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건축가 박재원(지창욱)과 ‘자유 영혼 윤선아’라는 부캐릭터를 가진 마케팅 에이전시 대표 이은오(김지원), 건축가 최경준(김민석)과 프리터 서린이(소주연), 소설가 강건(류경수)과 체육교사 오선영(한지은). 이들은 각각 운명 같은 첫 만남을 가진 연인,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온 연인, 아리송한 관계에 고뇌하는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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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에서 여섯 남녀는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의 연애관을 밝힌다. ‘스스로 어떤 이성과 맞는지 알아?’라는 관찰자의 질문에 박재원은 “재밌는 여자”, 이은오는 “말이 통하는 남자”라고 답하며 1년 전 양양에서 만났던 서로를 떠올린다. 이와 함께 화면은 1년 전으로 거슬러가 이들의 첫 만남과 사랑의 시작을 보여준다.
지난 25일 공개된 2화에서는 ‘처음 잘 때 어떻게 시작해?’라는 질문과 함께 양양에서 보낸 재원과 은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캠핑카 운전과 서핑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더욱 가까워진 이들은 마음을 주고받고, 그렇게 몸도 가까워진다. 하지만 함께 밤을 보낸 다음 날, 재원은 은오가 자신의 곁에서 함께 눈뜬 것이 아닌 바닷가에서 다른 남자와 웃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씁쓸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은오의 속내와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이야기, 아직 서사도 풀리지 않은 네 남녀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나의 이야기인 듯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남녀들의 리얼 로맨스가 흥미를 고조시키며 기대를 모은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인터뷰를 중심으로 극의 초반부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활용해 정형화된 로맨스 드라마의 틀을 벗어난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속마음을 시청자에게 직접 표출하고,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카메라가 등장인물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 또한 그렇다. 이 같은 설정은 2014년 방송된 정현정 작가의 ‘연애의 발견’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한 회당 30분 분량의 짧은 호흡만큼 곁가지가 정리된 직진 전개가 마치 단톡방에 모인 절친들의 연애 뒷담화를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을 더해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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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바이블’로 꼽히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부터 전작 ‘로맨스는 별책부록’까지, 식상한 듯 친숙한 장면까지도 맛있게 버무려 각각 살아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로 완성시키는 정현정 작가의 필력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남자친구’, ‘질투의 화신’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을 인정받은 박신우 감독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장면의 미학을 보여준다. 여기에 남혜승 음악감독이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이 감정의 공간을 메우고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가히 ‘로맨스 장인’들이라 불릴 만하다. 지창욱, 김지원, 김민석, 소주연, 류경수, 한지은 등 출연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연애담을 담은 만큼 우연이 쌓이기도, 클리셰라 치부할 수 있을 친숙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업 잘하는 제작진과 배우가 뭉친 ‘로맨스 드림팀’이 진부하지 않은 틀에서 이번 겨울 색다른 ‘인생 로맨스’를 피워낼 것을 감히 점쳐본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연애세포를 살리는 데 특효약이 될 듯싶다.
조이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