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구미호뎐 아음을 만나기 전 이연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아음을 만난 뒤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 본 이야기
552 10
2020.12.17 12:48
552 10

만물이 저마다의 색을 찾아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음은 가만히 눈을 감고 형형색색 숲의 향기를 호흡하였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 새라 가만히 다가온 이연이 아음의 둥근 어깨를 살포시 잡아주었다. 눈을 뜨자 아음의 앞에 가을볕을 등지고 서서 음영 진 이연의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여름이 좋다 했던 게 달포 전이었던가. 헌데 이젠 또 가을에 취한 것이냐.”

여름이 좋다 하였지 다른 날들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 아니 하였다.”

어련하시려고. 그럼 또 말해 봐. 여름은 왜 좋은지. 가을은 왜 또 좋은지.”

여름은 바람결에 무성한 나뭇잎들이 사부작사부작 흔들리는 소리들이 좋고, 풀벌레 울음소리가 좋고, 어린애들의 멱 감는 소리가 좋고, 낮이 길어 좋다면, , 가을은 산천이 알록달록하여 좋고, 열매 맺은 나무들의 묵직함이 좋고, 낫으로 벼 베는 소리가 좋고, 일찍 산을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 대신 네 머리색과 같이 타는 듯 붉은 노을을 볼 수 있어 좋다.”


이연은 아찔하였다. 모든 물음에 대한 아음의 갈무리는 언제나 저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묻는 자신이 도통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늘 질문을 던졌다. 묻지 아니하면 될 터인데, 듣지 아니하면 될 터인데 알 수 없는 설렘, 그 철렁함을 쉬이 포기하지 못하였다. 그렇대도 아음에게 결코 보여서는 아니 되는 마음. 이연은 짐짓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런 이연 너는? 이연은 좋은 것이 없어? 때마다 시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이 설레거나 신비롭지 않아?”

천 년을 살아온 내가? 바람을 다스릴 줄 아는 내가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는 것들에 놀라거나 감탄할 리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하며 잘난 체 하는 이연이 얄미울 법 한데도 아음은 외려 더욱 진지해졌다.


허면 너의 그 사사로움은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설렘과 기대보다는 오랜 시간 인내하여 피고 지고 나고 지는 것들의 수고를 치하하는 마음이려나.”


스스로 찾은 답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 단정한 눈매가 이연의 마음을 다시금 어지럽혔다. 그까짓 천 년 세월 따위가 다 무어냐 그 간극을 훌쩍 뛰어넘어 눈을 맞추어 오는 아음을 이연은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연!”

또 왜.”


아음은 날이 갈수록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저가 모르던 시절의 이연은 어떻게 살아왔을지, 더는 새로울 것도 없는 그 긴긴 세월 이연을 살아가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지 몹시도 궁금하였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천 년을 살아왔어? 기댈 곳 없이 보살피기만 하는 삶이 고단하지는 않았어?”

고단했다라. 뭐 별로. ……그저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니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뿐.”

그러니까 그런 삶이 무엇이냐 말이야. 간절히 바라거나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없었어?”

글쎄, 간절하게 바랄만한 것이 있을 게 무얼까. 굳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냥 그저 내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는 것. 만물의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해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 그리하여 그것들이 내내 안녕하도록. 그뿐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러할 테고.”


여우의 본분을 망각하고 수많은 여인들을 홀려댄 아비의 무질서를 따르지 않는 것. 여우의 품격을 자부심으로 알고 만물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이 이상 더하거나 뺄 것이 무언가.


이연의 그 잔잔한 평정심은 그런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로구나.”

겨울이 서두른다 하여 가을을 앞질러 여름에 닿을 수 있으랴. 누구나 거스를 수 없는, 거슬러서는 안 되는 저마다의 본분이 있는 게지.”


아음은 그만 서러워졌다.


마땅히 이무기의 제물이 되었어야 했는데 이리 내쳐진 주제에 아비를 죽이려는 나는 본분을 망각한 것이란 말인가. 불충이자 불효이니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란 말인가.’


허나 아음은 이내 다시 생각하였다. 종묘사직을 바로세우고 굳건히 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겠노라고. 때로는 순응이 아닌 불응이 질서를 바로잡을 때도 있을 거라고.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저이지만 그렇게 지켜낼 거라고. 마음을 다잡고 보니 아음은 이연이 못내 애틋하였다. 위로하고 싶었다.


많이 외로웠겠구나, 이연.”

?”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에게도 우러르는 이나 입 안의 혀처럼 구는 이는 있으되 정답게 이름 부르며 다독여주는 이는 없단다. 하물며 영생하는 백두대간의 주인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만물을 돌보는 본분에 순응하여 사는 이연의 성실함은 누가 알아주나. 그간 알아주는 이가 있기는 하였나.”


말간 미소 머금고 가만가만 머리칼을 쓰다듬는 아음의 그 따사로운 손길을 이연은 끝내 뿌리치지 못하였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순탄히 흘러가던 날들에 균열이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그 틈을 기어이 비집고 그리해서는 아니 되는 마음들이 맞닿을지도 모르겠다고,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이연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이 급물살처럼 밀려들었다. 실로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어느 가을날이었다.






난 사실 현재진행형인 연지아의 일상이 더 궁금한데 왜 자꾸 연아음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까지가 한계다 싶고...

그냥 연지아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태그♥️ 노세범 메쉬쿠션 체험단 30인 모집! 81 00:05 3,94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206,9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84,72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63,92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95,199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25.09.11 516,745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8 25.05.17 1,130,645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3 25.05.17 1,199,119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5/22 ver.) 154 25.02.04 1,799,225
공지 알림/결과 ────── ⋆⋅ 2026 드라마 라인업 ⋅⋆ ────── 𝘂𝗽𝗱𝗮𝘁𝗲! 123 24.02.08 4,619,145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56,745
공지 알림/결과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ノ =͟͟͞🎟 175 22.03.12 7,084,309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708,215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98,232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308 19.02.22 5,937,748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112,56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804240 잡담 취사병 근데 100되면 07:56 27
15804239 잡담 멋진신세계 신서리 버블구독하는 세계...신서리 포카 모으는 세계...신서리 오프 올출하는 세계... 07:55 16
15804238 잡담 넷플은 예능도 공개까지 텀이 꽤 있네 07:55 29
15804237 잡담 사랑말 우동모닝🏕🎈🏡👫🏻💌💓💕 07:55 6
15804236 잡담 미혼남녀가 어찌보면 제일 조용히 끝난듯 07:54 65
15804235 잡담 군체 난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보다가 두통왔어 07:53 38
15804234 잡담 꽃청춘 어제꺼 보는 중인데 ㅋㅋㅋ 광주숙소 ㅋㅋㅋㅋㅋㄱ 07:53 50
15804233 잡담 차라리 여주 엔딩으로 보면 해방일지가 낫네 07:53 71
15804232 잡담 오 이동진 군체 3점줬네 07:52 81
15804231 잡담 은밀한감사 전재열은 뭘 하든 다 주인아한테 해가 되는 쪽으로 가는데 07:51 73
15804230 잡담 친애하는X 친애하는 X모닝🥀🖤❌️❤️‍🩹 2 07:51 13
15804229 잡담 모자무싸 고혜진 대사가 너무 싫은게 창작자는 좀 사람 나빠야되고 자유로워야되고 신나야되고 이러면서 계속 설교해 1 07:51 77
15804228 잡담 모자무싸 전 드는 뭐였어? 3 07:48 126
15804227 잡담 모자무싸 여주 성공도 보여주지 3 07:46 194
15804226 잡담 취사병 성재민아 드디어 보는날이다ㅋㅋㅋ 1 07:42 95
15804225 잡담 은밀한감사 개웃기게 부세영은 편 들어주는거 나오고 재열현영 맛있어보이니까 1 07:42 108
15804224 잡담 성훈 숏드나오네 2 07:42 243
15804223 잡담 은밀한감사 손만 봐도 서사가 보임.. 2 07:40 129
15804222 잡담 허수아비 이번주가 마지막이네 1 07:40 53
15804221 잡담 모자무싸 여주캐를 너무 존재감없게 마무리했어 2 07:38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