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올해는 거의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일년을 채워서 적었어.
다이어리에다가 필사를 해서, 실제로 일기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게 되었다만은...
호보니치 다이어리에 다달이 펜과 잉크를 바꿨는데, 펜은 썼던 거 또 쓰기도 했지만, 어쨌든 잉크는 매달 바꿨어.
일년간 쓴 만년필하고 잉크 짤막하게 감상이야!
(2022년) 12월
- 세일러 프로기어21 M
세일러 금닙을 처음 써봤고, 생각외로 사각거렸고, M은 생각보다 굵고 또 생각보다 가는 이상한 영역에 있구나... 같은 느낌.
- 까렌다쉬 스톰
거의 10년은 전에 사놓은 것 같은데, 이미 단종된 잉크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내가 보라색 참 좋아하는구나 깨달음.
1월
- 펠리칸 M 205 EF
닙에 단차 생겨서 오래 안 쓰던 걸 AS 받고 써봤는데 펠리칸 버터필감이라는 게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게 되었음.
- 이로시주쿠 아지사이
푸른 빛 잉크는 원래 좋아했고, 잉크 흐름도 좋았고 쓰는 감각도 적당히 마음에 들었어. 세필에서도 농담이 가끔 보여서 좋았어.
2월
- 오로라 입실론 디럭스 B12 EF
오로라 사각거리는 필감이라는 건 역시 잘 모르겠지만 필기감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 교토잉크 교토의 색채 기온
잉크는 흐름 좋은 것을 사세요
잉크는 흐름 좋은 것을 사세요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합니다
모든 글자의 첫 획에 헛발질이 일어난다면 믿겠니............
(이제 시간이 지나서 마르기 전의 색은 까먹었지만) 갈색과 녹색 사이의 어딘가의 색감이 참 예뻤어, 하지만 잉크의 흐름이 사람을 뒷목잡게 함.
* 나중에 깨달았는데 오로라도 흐름이 그렇게 좋은 펜이 아닌 것 같더라, 아니면 내가 뽑기를 실패했거나...
3월
- 펠리칸 디온 EF
디온은 편하게 쓰기 좋은 만년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오래 되어서 겉 다 끈적해져서 알콜솜과 물티슈로 닦아내고 써야만 했음.
이거로 글씨쓰면 손글씨가 예쁘게 적혀서 좋아해.
- 세일러 시키오리 사쿠라모리
무난한 예쁜 분홍색이라고 생각함. 한정으로 나왔을 때와 색감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던데 나는 그 전 잉크를 본 적 없어서 의미가 없음.
4월
- 워터맨 엑스퍼트3 스텐스틸 F
필기감이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글씨가 예쁘게 나오는 심란함.
- 세일러 타이샤이로
일본여행 갔다가 사온 황토색 잉크인데, 도큐핸즈 점포한정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음.
내가 좋아하는 갈색은 조금 더 톤다운된 색이겠구나... 하는 걸 느꼈지만 이미 사 온 잉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5월
- 라미 2000 F
라미 금닙 기대했는데 글씨 미묘하게 날아다녀서 슬픔...
그리고 너무 처절하게 헛발질에 잉크 흐름이 안 좋아서 매우 슬펐음. 이유는......
- 교토잉크 쿄노오토 아오니비
잉크는
흐름이
좋은 것을 사세요
교토 잉크는 아니야......
아오니비는 잿빛같은 푸른색인데, 잉크 색보다는, 뭐랄까 포장 박스에 나온 색이 제일 예쁨 ^^;
딥펜으로 적으면 저 색이 나올까? 하는 상상을 지금 하고 있지만 일단 보관 박스에 밀어넣음.
좋아하는 색의 잉크지만 좋아하는 잉크는 아니게 됨.
6월
- 세일러 프로기어21 MF
사각사각사각한 필기감, 나쁘지 않음. 글씨 쓰는 감각 자체는 M닙이 나은 것 같은데 글씨가 MF가 예쁘게 적힘.
- 세일러 시키오리 하라하라
종이에 따라 색감 많이 달라진다던가 하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호보니치에서는 좋아하는 탁보라 계열로 나옴.
7월
- 플래티넘 뉴 센츄리 M
다들 좋다는 만큼 좋은가? 아닌가? 미묘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느낌. 편하게 쓰기 좋음.
- 이로시주쿠 모미지
예쁜 빨강. 이걸로 한가득 적으면 눈이 아프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만 한 달 그냥 썼음. 잉크 색은 예쁘다.
8월
- 세일러 프로피트 영 EF > 워터맨 엑스퍼트 스텐스틸 F
프로피트영 EF로 적다가 속터질 것 같아서 (바늘같은 필감, 경성 스틸닙 세필과 호보니치 종이 궁합 별로라고 생각함) 중간에 변경함.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EF로 적은 글씨 자체는 보기 나쁘지 않네.
- 세일러 젠틀 잉크 야마도리
예쁜 청록색으로, 프로피트영으로 적을 때와 엑스퍼트로 적을 때에 같은 잉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9월
- 라미 2000 F
다시 잉크를 넣어봄. 필기감은 마음에 듦. 그리고 글씨 미묘하게 날아다녀서 슬픔 22.....
- 세일러 젠틀 잉크 중추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탁보라. 스톰 하라하라 중추...... 어쨌든 좋아하는 색임.
10월
- 오로라 입실론 디럭스 B12 EF
역시 이 펜 그렇게 흐름 좋은 편은 아닌 듯... 싶을 때마다 컨버터 돌려서 잉크 흘러넘치게 만들고 적음.
- 세일러 사계 잉크 와카우구이스
색감이 예쁜데 농담 보려면 딥펜이 좋겠구나 아니면 더 흐름 좋은 펜에 넣자 하고 다짐함.
초록색, 연두색으로 줄여 부르기엔 미묘한 영역의 톤다운된 녹색으로 종종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1월
- 펠리칸 M205 M
필감도 글씨도 미묘한 영역인데 이게 펜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잉크 때문에 신경을 좀 많이 써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잉크 흐름이 펠리칸에게 기대한 만큼 콸콸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아서 AS를 신청해볼까 싶다가도 또 끊기는 것은 아니라 두고볼까 고민중.
- 펠리칸 에델슈타인 로즈쿼츠
마르면 가독성 괜찮아지는데 이상하게도 '쓰는 동안에' 눈에 안 보여서 조금 신경이 곤두선 채로 적어야 했음.
조금 차가운... 푸른 기가 도는 느낌. 색감 자체는 괜찮음. 다른 만년필에 넣어서 써보고 싶음.
12월
- 펠리칸 M205 EF
나는 이 만년필이 좋은 것 같다.
- 레논툴바 청운
대만여행 갔다가 사온 잉크인데 나는 이 잉크가 좋은 것 같다!
연한 청색인데도 가독성이 괜찮고 가는 펜으로 적어도 그 안에서도 농담이 보임. 정말 예쁜 푸른색.
번외
내년엔 미도리 히비노에 플래티넘 센츄리 * 제이허빈 리드떼로 적기로 했음. 일년 고정할지 다달이 바꿀지는 아직 미정.
다이어리를 올해처럼 필사노트로 쓸지 진짜 다이어리로 적을지를 아직 못 정해서.
리드떼 색감 예쁘더라. 제이허빈 잉크는 흐름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일단 12월 먼슬리에 조금 끄적여 본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음.
그리고 플래티넘 센츄리는 내년의 다이어리에서 훨씬 사각거렸음. 종이 많이 타는구나 하고 약간 감탄.
같은 토모에리버일텐데? 생각했는데 신형 구형 산젠 뭐 이런 게 다르겠거니...
사진도 없이 줄줄이 적은 글을 끝까지 읽어준 덬이 있으면 고마워!
사진은... 첨부하고 싶었는데,
정말 폰카로는 모든 사진에 미묘한 초록색이 돌아서 도저히 색감을 참고하라고 올릴 수가 없었어 ㅠㅠㅋㅋ
일년 결산 같은 거 적고 있으니 정말 연말인 게 갑자기 느껴진다 ㅠㅠ 그럼 다들 좋은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