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덭은... 소아비만 + 스트레스성 폭식 + 먹토 잦았음 + 몰래 먹음 + 다이어트 하다 무너지고 폭식사이클 시작 + 인생에 3회 가량 20키로 감량 후 다시 제자리 혹은 10키로 이상 찐 경험 있음 등등 다이어트 악조건은 다 가지고 있음. 현재형으로 쓴 이유는 지금이야 잠시 사라졌지만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고 그걸 경계하고 싶은 마음의 발로임.
근원적으로 다른 인생의 불만이나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불행 혹은 우울감을 먹는 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어서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가 없었음.
아무리 내 자신을 다잡고 장기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등등 하려고 해도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 이거 하나로 삶이 너무 불행했음
거기다 PMS도 너무 심하고 그 기간만 되면 자살사고가 너무 심해지는데 그 우울감을 보상받으려고 먹고 먹고 나서는 토하고 토하고 나서는 자책하고 그리고 여전히 뚱뚱한 모습에 또 우울하고... 아무튼 그런 뫼비우스의 띠같은 삶을 살고 있었음.
혈당은 널뛰고 갑상선기능저하증 원래 있었던 거 악화되고 콜레스테롤 점점 늘어가고... 키는 150 후반대인데 80키로에.. 완벽한 위고비 적응증이긴 하더라 ㅎㅎ
그러다 의사 친구가 위고비 권해서 약간 별 생각없이 시작했음.
막 인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느껴서 이러다 죽겠다 경각심이 든것도 아니고 그냥.. 똑똑한 친구가 하라니까 대충 시작했음.
그런데 맞고 나서 정말 놀람.
1) 그동안 음식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실패했던 시간들이 약간 억울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사라짐.
갈망이 사라지는 게 두 가지인데, 실제로 예전에 비해 훨씬 덜 먹어도 더부룩함이 훨씬 빨리 찾아옴. 이게 배가 빨리 불러지는 느낌보다는 예전이랑 같은 속도로 먹으면 어느 순간 굉장히 불쾌함. 위가 아예 안 움직이는 느낌이어서... 의사친구 말로는 건강검진에 그렇게 위장관이 안비워져서 오는 사람이 많대. 위고비증후군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다른 한 가지는 심리적으로 약간 해탈한 상태처럼 의욕이 다 사라지는 상태가 되는데 그 무의욕에 식욕도 들어감.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식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더라.
2) 내가 생각보다 무엇을 먹고싶다고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을 먹으려고 쓰는 시간, 무언가를 먹는 시간을 엄청 많이 쓰더라? 그런 시간들이 줄어드니까 다른 시간이 생김. 나는 이렇게 된 바에 다시 운동이나 할까 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
3) 감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것 같은데 막 한달에 10키로 빠지고 이런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약간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 이게 분명 놀랍도록 식단에 도움을 주지만 마법의 약은 아님. 나는 일단 5개월에 9키로 가랑 감량 했는데 체지방만 빠지긴 했음. 운동에 재미가 붙어서 약간씩 고강도로 가고 있는데, 몸이 가벼워지니 운동이 더 잘돼서 신나.
4) 나의 우울감의 근원? 혹은 많은 부분이 나의 살찐 상태 및 그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안 좋은 습관들로 인한 자괴감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됨. 딱히 우울증약을 먹진 않는데 우울감이나 수면장애 등도 많이 개선됨.
5) 공복혈당, 식후 2시간혈당,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다 정상상태로 돌아왔고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조금 나아졌는지 약을 원래 용량으로 줄였음.
6) 심각한 단점은 초반에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피곤함. 매일 졸고 있고 (생리전날 미친 병든닭 상태처럼 한 달 정도 보냄), 몸이 피곤하고 하니까 오히려 초반에는 우울증 심해진 것 마냥 느껴졌음. 지금은 좀 적응돼서 일상생활 잘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가족들이 다 무슨 병 걸린거 아니냐고 했었음.
나는 일단 1년 유지하고 체중이 정상 범주로 들어가고 나면 그 후에는 끊어볼 생각임.
다시 요요 당연히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 가능한 절식 아닐 수 있도록 세끼에 단백질 잘 챙겨먹도록 하고 있고, 운동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음.
지금 이런 평온한 상태가 약 없이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지긋지긋한 비만이라는 질환에서 벗어나고 나면 내 삶 난이도가 조금 더 낮아질 것 같다는 기대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