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싶었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내 마음은 봄이고 싶은데 날씨는 자꾸 자기가 여름이 다가온다 하네.
요방 덬들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있니?
혼자서 한끼 해먹기 제일 만만한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비빔밥이다.
콩나물이랑 무는 그냥 같이 넣고 소금간만 살짝 해서 익혀서 참기름 휘리릭 해서 무쳐주고
고사리는 국간장이랑 들깨 넣어 볶고 시금치는 데쳐서 소금 참기름 해서 무치면 그것만 해도 엄청 달다.
거기에 밥하는 동안 봄동 겉절이 후딱 하고 나물하고 애매하게 남은 채썬무로 무생채까지 해주면 이보다 더 풍요로울수는 없어.
익힌 노른자 싫어하는 내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하나 딱 올려서 참기름이랑 통깨 아낌 없이 뿌려주면 엄청 호사스런 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국그릇도 아니고 면기에 넣어서 고추장도 필요 없이 슥슥 비벼주면 입도 행복하고 배도 행복하지.
채소 듬뿍 먹었다는 생각에 많이 먹어도 약간 죄책감도 덜어져.

무생채는 무가 달달한 계절에는 꽤나 자주 해먹는데 솔직히 말하면 무생채 잘 못하는 편.
그냥 다른 사람 먹을거 아니고 내가 먹을거니까 하는 생각에 비벼 먹었을 때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해.
새콤한 맛 별로 안좋아해서 식초를 거의 안넣으니 아마 보통 생각하는 무생채의 맛이랑도 꽤 다를거야.
그래도 소금이랑 설탕 넣고 절였던 무에 고춧가루물 곱게 들이고 액젓이랑 간장, 식초 찔끔, 다진 마늘이랑 파 송송 썰어 넣고 무치면
입 보다는 눈이 먼저 맛을 보고 지가 맛있는줄 착각하게 되곤 한다.
요런 통으로 하나 정도 해놓으면 며칠 정도는 다른 반찬 안하고 계란 후라이만 후딱해서 한끼 먹기 좋아.

벌어서 뭐하나, 먹고싶은건 먹고 살자 하면서도 마트에 장보러 가면 등갈비는 은근히 비싸서 손에 들었다가도 내려놓는 품목이었는데
소고기 국거리 사러가는 정육점이 도매를 하는 곳이라 등갈비도 은근히 싸다.
1키로 사다가 살코기 실한 뼈대 몇개 골라서 소금, 후추만 뿌려서 에프에 구워주면
별로 질기지도 않고 뼈랑 살이 싹 분리되는게 고소하고 짭짤하니 맛있어.
은근히 맥주를 부르는 맛인데 술 잘 못하는게 아쉽지...

이런거 좋아해.
멍때리고 앉아서 귀는 열어놓고 손만 놀리면서 뭐 까는거.
호두 속껍질 까기도 재밌고, 사실은 아몬드도 껍질 까서 뽀얀 아몬드 알만 에프에 고소하게 구워먹어도 좋고
가을에 밤 나오면 겉껍질에 칼집 넣어서 하룻밤 담가놨다가 삶은 다음에 껍질 싹 벗겨서 통에 넣어놓고 한알씩 집어먹는다.
겉껍질 벗길때는 내가 이짓을 왜 하고 있나 싶은데 속껍질까지 벗겨서 한알 입에 넣으면 이럴려고 이짓 하는구나 하게 되는게
사람 마음이 이리도 쉽게 바뀐다.
가을 끝무렵 마지막으로 샀던 밤 얼려놨다가 삶아 먹었는데 하는건 한나절인데 먹는건 한순간이네.

작년 여름에 은근히 자주 해먹었던 파스타.
파스타가 어려운 나는 라면만큼 쉽다는 말에는 그닥 공감을 못하지만, 라면만큼 쉽게 만들수 있는 건 맞는거 같더라.
구운 채소가 먹고싶어서 에프에 가지랑 애호박 토마토 구워놨던걸
시판 소스에 파스타 볶다가 마지막에 같이 넣어서 볶아주니 생각보다 맛도 있고 파스타만 먹을 때 보다 든든했었어.
가지랑 애호박은 에프 저온에서 수분이 날아갈 정도로 구웠었는데 덕분에 쫄깃한 식감이 더 좋았다.

날 풀리면 김치통에 한통씩 만들어놓고 밥 대신도 먹고 반찬처럼도 먹는 샐러드.
오이랑 토마토는 씨 빼고, 양파는 매운기 빼고 썰어 넣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있는 채소를 추가하는데 이때는 파프리카랑 병아리콩 넣고 해먹었다.
드레싱은 올리브오일, 식초, 꿀 하나하나하나에 소금, 후추 찔끔씩 넣는데 나는 식초는 0.8 정도로 줄여서 해먹음.
신거 별로 안좋아해...
병아리콩 잔뜩 삶아놨다가 이런 샐러드에 넣어먹으면 단백질도 보충 되고 밥대신 먹었을 때 든든해서 좋더라.

한동안 등갈비 조림에 꽂혀서 자주 해먹었었어.
뭐 하나 꽂히면 그것만 파는편.
그리고 같은거 계속 먹어도 안질려 하는편.
근데 문제는 해놓은거 데워먹는건 또 안좋아해서 한번에 많이 해놓고 데워먹으면 될걸
굳이 찔끔찔끔 매번 해먹으면서 일을 만든다.
내 입맛 내가 책임져야지 어쩌겠어.
등갈비 조림 기본 양념은 진간장, 국간장, 설탕, 술, 다진 마늘, 크게 썬 파, 소금 후추 끝.
거기에 설탕을 좀 많이 줄이고 싶은 날은 양파 하나씩 갈아서 넣는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하면 국물이 별로 안깨끗하긴 하다.
그래도 비쥬얼 보다는 맛을 선택하는 편.

물김치 한통 얻었던거 쫑쫑 썰어서 계란 후라이 하나, 참기름 휘릭, 통깨 넣고 고추장에 비벼서도 먹고.
주변에 집된장, 집고추장을 가끔 챙겨주는 분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참기름을 챙겨주는 분도 생겼다.
덕분에 입맛만 고급이 돼서 고추장이랑 참기름을 가리는 몹쓸 입맛이 되어가고 있어..
원래는 쌀 품종만 가렸었는데...

또 해먹은 구운 채소 파스타.
날이 더워지고 여름이 다가오는게 그나마 신나는 이유는 맛있는 채소들이 많아서다.
가지랑 애호박 구워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
거기에 보장된 대기업 소스의 맛이 더해지니 참 쉽고 편하게 맛있는걸 먹을수 있어서 더 좋아.

어, 등갈비도 또 해먹었어.

또 등갈비...
일단 여기까지 해먹고 한동안 안해먹긴 했었어.
짭짤하고 달달한 맛은 입맛 없을때 치트키야.

비빔밥에는 통깨를 아낌 없이 뿌린다.
비빔밥 아니라도 많이 쓰는거 알긴 해. 근데 그 식감이 좋아서 포기가 안되더라.
나 혼자 먹는거라 그나마 다행이긴 하고.
이날 먹은 비빔밥은 콩나물이랑 버섯 볶음, 미나리랑 무친 꼬막 조합.
미나리 꼬막 무침에 간이 충분해서 따로 양념 안더하고 비벼 먹었었다.
밥은 무조건 잡곡.
정제 탄수화물 줄여보겠다고 흰밥 안먹은게 한 2년 되어가는거 같은데 그 전까지 내 최애는 백진주쌀이었다.
요즘도 가끔 그 쌀이 먹고싶긴해.

시간 날때 한번씩 왕창 만들어서 비축해놓는 미트볼.
소고기랑 돼지고기 2:3 정도 비율로 넣고 다진 양파 적당히, 빵가루 찔끔 넣어서
소금, 후추, 돈까스 소스로 간 맞춰서 동글동글 빚어 에프에 익힌 다음에 냉동실 넣어놓으면
파스타에 넣어먹기도 편하고 동그랑땡 대신 밥반찬도 된다.
가끔 샌드위치나 또띠아랩 만들어먹을 때 넣기도 하고.
그래서 크기는 무조건 좀 작은듯 하게 만드는 편.

벌써 2년 가까이 도시락으로 싸가고 있는 그릭 요거트.
꾸덕한 그릭 요거트에 블루베리랑 바나나는 기본으로 올리고 나머지 과일은 그때그때 있는걸로 조합하는데
금귤 정과 만들어놓은거랑 딸기 넣고 만들어간거.
직장 동료들은 이걸 2년 가까이 싸들고 다니니 안먹는 본인들이 더 질려하더라.
근데 도시락으로 제일 만만하고, 가볍게 먹고 배 부른 조합은 이게 최고야.

시장에서 두개 산 무에 달려있는 무청이 너무 싱싱하고 아까워서 따로 데쳐서 된장 조물조물해서 얼려놨다가
거기에 물만 붓고 파 송송 썰어넣고 새우젓으로 간해서 끓여먹었다.
맛있는 집된장이랑 시래기 조합이면 육수도 따로 필요 없어.
그냥 먹어도 구수하고 뜨끈해서 절로 밥 생각나는 맛.

아침 8시쯤 새벽장이 파장할 때쯤 퇴근하면 의외의 횡재를 할때가 있어.
이날도 시장 할매가 곱게 손질해놓은 쪽파 반단 천원에 갖고오라길래 뭐 해먹을지 생각도 안하고 후딱 받아왔다가
냉동실에 얼려놓은 문어다리 하나 녹여서 쫑쫑 썰어넣고 파전 부쳐 먹었다.

내 손바닥 보다 조금 큰 파전이 일곱장쯤 나왔는데 부치면서 집어먹다 보니 두장이 됐다가

한장이 됐다가.
전은 부치면서 뜨끈뜨끈할때 집어먹는게 최고야.
반죽물에 소금간 하면서 국간장 찔끔 같이 넣었더니 따로 간장도 필요 없이 훌훌 넘어가더라.

내가 처음 한 요리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때 밀가루 뭉쳐서 부쳐 먹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호떡 비슷한거.
그 다음에 제대로 뭔가 만들었던건 아부지가 가르쳐주셨던 오징어국.
그리고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필살기 비슷하게 된게 있다면 그중 하나가 제육 볶음이었던거 같다.
처음엔 돼지 간장 불고기로 시작해서 자신이 붙으면서 양념도 바꿔보고 다른 재료도 넣어보고 했던 기억이 있어.
그래서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먹고싶어서라기 보단 그냥 만들고 싶어서 제육 볶음부터 해놓고 그 다음을 고민하는 날도 있다.
이날도 무념무상 제육볶음부터 만들고 먹을지 말지 고민하느라 일단 만들고나서 스텐 통에 담았었어.
내가 하는 제육볶음은 돼지는 목살이나 전지, 대파 큼직하게 썰어서 무조건 많이를 기본으로
양파는 안넣고 버섯은 종류 안가리고 쓰는데 요즘은 만가닥 버섯 넣어서 하는거 좋아해.
양념은 고춧가루, 간장, 설탕, 술, 소금, 후추, 다진 마늘 미리 섞어놨다가
고기 먼저 소금 후추 뿌려서 익힌 다음에 양념 반 넣어서 볶고 대파랑 버섯 넣고 볶으면서 나머지 양념 넣어서 센불에 볶으면 끝.

그렇게 한걸로 반은 밥에 올려서 든든하게 먹고 나머지 반은 에프에 데워서 빵 사이에 넣어서 먹어치웠었다는.
제육 볶음이랑 바게트 조합도 은근히 괜찮아.
사진은 밥이랑만.

참 조신하게도 다리 꼬고 있는 내 삼계탕.
영계 몇마리 사다가 쌀이랑 삼계탕 재료 뱃속에 채워서 고은 다음에 밀폐용기에 한마리씩 담아서 얼려놓으면 든든한 비상식량이 된다.
밥하기 싫은날 냉장실에 미리 내려서 해동해서 먹어도 되고 기운 딸리는 날 한마리씩 먹어도 좋고.
16센치 냄비에 딱 들어가는 영계가 최고야.

향긋한 냉이도 제육 볶음에 넣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
냉이 나물, 냉이전, 냉이 된장국 다 좋지만 냉이 제육 볶음도 맛있어.
마지막에 넣어서 숨만 죽을 정도로 볶아주면 따로 생각보다 간도 빨리 배고 향긋하니 좋아.

냉이 나올때 부지런히 해먹는 것 중 또 하나 냉이 주먹밥.
냉이 한줌 깨끗하게 손질해서 소금물에 데쳐서 쫑쫑 다지고
설 선물세트로 받은 스팸 반캔 뜨거운 물에 데쳐서 짠기 한번 뺀 다음에 으깨서 후라이팬에 바싹 볶아준 다음에
소금, 후추, 참기름, 통깨 갈갈해서 비비면 이것만 먹어도 입이 향긋하니 맛있어.


하지만, 도시락으로 싸갈거라 이걸 또 굳이 뭉쳤다.
미리 소분을 안하고 했더니 크기는 좀 제각각이지만 작은것 한개도 은근히 커서 배가 불렀어.
잡곡밥으로 했더니 뭉치면 흩어지고, 또 뭉치면 흩어져서 힘들기는 했지만 잡곡밥의 식감이 좋아서 감수할만 했어.
요렇게 싸가서 같이 일한 동료랑 두개씩 나눠먹었어.
요즘 가끔 이런 식으로 내거 말고 도시락 더 챙겨 가기도 하는데 나눠먹는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보면 나도 신이 난다.

여기까지 다 봐준 무명이가 있다면...🫰
나랑 시원하게 아아 마실래?

사실은 한동안 꽤 게을러졌었는데 요방 덬들 덕분에 요즘 다시 좀 챙겨먹기 시작해서 또 놀러왔어.
꽤 지난 사진도 있는데 별 차이 없는거 보면 여전히 사진 찍는 손은 똥손이고, 플레이팅이고 뭐고 소질은 없지만
다시 찾아먹고 해먹는게 재밌어진건 덬들 덕분이야.
건강하게 또 한달 열심히 살아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