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 좋은 것 기억하고 싶어서 쓰는 조성진 예당 후기
1,913 5
2021.09.08 02:34
1,913 5
아쉬운 점은 흘러가게 놔두고 싶고
그냥 관객1일뿐인 내가 왜 애써서 거기에 집중해야 하나 싶어서 쓰는, 좋은 것만 남기고 싶은 후기야


밤의 가스파르 옹딘 너무 잘할 거라고 기대하고 갔고 (연주자 음색이 물방울소리에 완전 특화돼있다고 느껴서)
게다가 비까지 오고있고 너무 좋았어
내가 조성진 연주 들으면서 단 한번도 기대하지 못한 느낌?이 <관능>인데 오늘 옹딘 듣는데 너무 관능적인 거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조성진 연주가 관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을 줄이야
거기다가 왼손-왼손-오른손으로 이어지는 글리산도 무쟈게 우아하고 (훑는 손까지 우아해서 뭔가 그 장면이 각인됨)
뒤에 교수대 들을 때 옹딘이 너무 충격이라 꼭 내가 시체마냥 멍때리게 됨ㅋ
스카르보는 처음엔 작은 악마 떠올렸는데 급격히 그림자가 너무 커져버려서 무서웠다 오 이게 연주자의 해석이군 함


조성진은 쇼팽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했지만
내가 좋아하기 시작했던, 내가 꾸준히 좋아하게 될 건 이 연주자라고 확신하게 됐던 게 쇼팽이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제일 기대하게 된 건 스케르초 전곡이었어

1번 도입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 기다려온 소리라서 그런가
누구는 조성진 연주가 차갑다고 하는데 그게 이성적인 연주스타일을 가리키는지 음색을 가리키는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따뜻함이 먼저 느껴지거든 (어쩔 때는 뜨겁기까지)
아련한 슬픔이랄까 애수랄까 눈물이 차가울 수는 없잖음?
그래서 더더욱 쇼팽의 곡에 찰떡인 듯함 순전히 내 느끼기에!
몰토피우렌토부분 너무 아련하고
크레센도, 데크레센도가 마치 누가 옆에서 볼륨다이얼을 쭉---높였다가 다시 쭉---내리는 듯이 자연스럽고 끊기지가 않음
이거 조성진 특기지하면서도 들어도 들어도 신기방기

2번 도입 부분 다섯손가락 모아서 첫 음 칠 때 내 눈 찌른 줄 눈물 자동 고임
중간 오씨아 구간 왜 크리스탈크리스탈하는지 넘나 잘 알겠고
아지타토는 연주자에게 할 말이 아니고 관객에게 하는 말이었던가 나는 지금 매우 흥분
피우모쏘도 내 심장이 빨리 뛰는데요 심장 부여잡고 기립할 뻔

3번 메노모소부분에서 아르페지오 페달링이 얼마나 섬세한 지 봄
네 번 중 앞 세 번은 페달 끝까지 꾹 밟고 네 번째는 중간에 훅 뗌
(4번에서 그 높은 스타카토 음들에서는 처음에 밟았다가 서서히 뗌 내가 잘못본 게 아니면-)
암튼 별빛 부서지는 소리라는 게 어떤건지! 이것이 바로 소리의 시각화인가
피우렌토부분의 아르페지오는 눈물같이 연약하게 떨어짐 흑
템포프리모 후 장엄한 스트레토 진짜 기립하고 싶었다 진짜진짜

4번 높은 스타카토 음들이 앨범에서는 작은 새소리 같았다면 오늘 연주에서는 조금 더 몸집이 큰 새?ㅋㅋㅋ
셋잇단꾸밈음 나올때마다 너무 좋아서 죽고 싶어짐
연주자 검은 자켓 사이로 삐죽 나온 흰 소매 붙잡고 가지말라고 더 연주해달라고 하고 싶음큐ㅠㅠ
가끔 크리스탈 소리 나올 때 어떤 사람들은 '그거 그냥 페달 안밟으면 되지 않아?'하는데 응 그거 아냐 다 밟아
그냥 조성진이라 가능한 음색이다


한줄요약: 조성진은 쇼팽에서 뗄 수 있지만 쇼팽은 적어도 내게선 조성진을 뗄 수 없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1000만부 신화! 원작 소설 작가도 인정한 애니메이션! <퇴마록> VIP 시사회 초대 이벤트 225 01.28 45,26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697,00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060,78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587,00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7,241,137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67 잡담 예당 하나님석가도 잘 들려..? 1 01.24 298
1766 잡담 합창석 보다는 역시 1층 구역이 더 좋겠지... 4 01.21 351
1765 잡담 3월 양인모 예당 리싸간다 6 01.21 347
1764 잡담 하 지난주 조성진 경기필 예매였네ㅜㅜ 5 01.21 497
1763 잡담 근데 너무 신기해 1 01.20 414
1762 잡담 와 자주 듣던 작품을 다른 버전으로 듣는게 되게 소름돋는일이구나 2 01.20 341
1761 잡담 혹시 임윤찬 라흐 2번은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6 01.18 582
1760 잡담 예당 유료회원 가입한 날 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건가 2 01.18 265
1759 잡담 조성진 앨범 나왓넹?? 3 01.18 420
1758 잡담 클래식 덬들아 나 궁금한 게 있어ㅜ 2 01.18 380
1757 잡담 엘지아트센터 티켓팅은 어떻게해? 3 01.15 436
1756 잡담 서울시향 부활 취소표 안나오려나 3 01.14 405
1755 잡담 지금 kbs1에서 빈필 신년음악회 한다 1 01.11 384
1754 잡담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듣고왔다 2 01.10 433
1753 잡담 클래식 알못인데 뭐좀 물어봐도될까? 3 01.09 648
1752 잡담 클래식 음반 라이센스반이랑 직수입반이랑 퀄리티 차이가 있어? 01.08 308
1751 잡담 예당 3월 임동민 최형록 공연 예매했다 1 01.02 490
1750 잡담 교향악축제에서 한화 스폰서십 빠졌네 11 24.12.27 1,201
1749 잡담 클래식 입문하고싶은데 클래식 잘알분들께 질문 13 24.12.26 1,067
1748 잡담 백건우 선생님 연주스타일 넘 좋아하는데 다른 연주자 추천해줘!! 6 24.12.22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