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에 인터뷰를 했을 때, ‘신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그냥 배우 조승우’라고 제목을 썼어요. 지금이라면 그런 제목을 절대 쓰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그런 극단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조승우라는 배우를 신격화하고 한쪽에서는 폄하하지 못해서 안달인 이상기후였죠. 지금은 그때와 또 분위기가 달라요. 본인 생각은 어때요?
-글쎄. 일단 나는 복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부담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존재해요. 일단 대본이 완전히 수정된 것을 받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심지어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 마무리를 하느라 아직 까까머리를 하고 야구 선수로 분해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칼싸움을 하는 작품의 티켓이 오픈이 됐어요. 노래 가사 수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그런 소식을 들으면 정말, 부담스러워요. 티켓이 오픈이 되고 얼마 만에 매진이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게 됐는데 티켓도 잘 팔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해주는구나, 참 감사하다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 압박감을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늘 첫 공연 때 바들바들 떨면서 가는 거예요. <지킬 앤 하이드> 연습을 하다가 화장실을 갔다 오는 길인데 저 앞에서 회사원 아저씨들이 포스터를 보면서 그러더라고요. 조승우 걔는 얼마나 받는다더라, 걔 좋겠다, 그런데 쪼그만 놈이 너무 많이 받는 거 아냐? 그런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있으면, 아, 정말 뭔가를 못 보여주면 큰일이겠구나, 그런데 내가 뭘 보여줄 수 있지? 이런 쓸데없는 고민들을 하게 돼요. 누군가는 ‘네가 뮤지컬을 하면 네가 선택한 작품에 투자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만큼 네 공연에 기대를 하는 관객들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넌 모른다’고 말을 하는데…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즐기는 수밖에 없는 거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외국처럼 캐스팅이 공지가 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나와 같이하는 배우의 팬들도 원하는 캐스팅이 있을 테니까. 적대적인 분위기는…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건 느낀 적이 한 번 있지만… 그러네요. 인신공격을 한다든지 일부러 상처를 준다든지 하는 말을 듣는 일은 줄었어요.
다행이네요.
-다행이죠. 하지만 나도 다 인정해요. 나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 엄청 많아요. 나보다 노래 잘하는 배우, 나보다 춤 잘 추는 배우는 정말 정말 정말 많아요. 나보다 잘 생기고 키 크고 매력 있는 배우는 정말, 정말 수도 없이 많아요.
그런데 조승우는 조승우뿐이고요.
-에이… 아까도 말했지만 새로운 배우들이 출현해 주는 게 정말 반가워요. 좋은 배우들을 보는 건 진짜 반가운 일이에요.
그 짐을 나누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교만한 것 같아요.
뭔가 상처 받는 일에 익숙해진 느낌이라 짠하면서도ㅠㅠ
답변들이 너무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