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난홍 번외편 중 쌍옌편 번역해봤어

무명의 더쿠 | 15:02 | 조회 수 595

어디서 퍼온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다 번역했어ㅎㅎ

영어로 되어 있는 걸 중역한거니까 아마 잘못된 것도 꽤 있을거야. 내가 의역한 것도 꽤 많아.

드라마에선 짧게 나왔던 장면들이 이렇게 글로 보니까 쌍옌이 엄청 오랫동안 가슴앓이했다는게 보이더라 ㅋㅋㅋ 

그리고 원작에서 쌍옌 담배 피고 보조개 있음ㅋㅋ 쌍즈도 양 볼에 보조개 있대

재미로만 봐줘~  혹시 잘못된 게 있거나 궁금한거 있음 말해줘!

 



2007년, 수능이 끝난 후에 쌍옌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방학이 온 것이 반가웠다. 쌍옌은 베이위에서 돌아온 후엔 원이판에 대한 소식을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 그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최고 수준의 공립대에 합격했다. 쌍옌의 부모님은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친척들도 그에게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그의 주변이 모두 기쁨으로 가득했다.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쌍옌의 시간은 더 널널해졌고 그의 인생은 더 만족스러워졌다. 

쌍옌은 아무에게도 원이판과의 관계를 말한 적이 없었다. 그는 원이판과의 관계가 드디어 빛을 보려는 찰나 너무 급작스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계속해서 농구를 하러 밖에 나갔고 친구들과의 게임도 즐겼으며, 부모님의 명령 하에 여동생을 돌봤다. 늦게 자고 해가 중천일 때 일어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의 인생을 살았다.

특별한 것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가 원이판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찾으려하지 않는다면 그 도시를 떠난 건 그 둘의 관계를 끊는 것과 다름없었다. 힘들이지 않고도 쌍옌은 그녀의 세계와 완전히 분리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쌍옌은 부러 원이판을 회상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 모든 건 행운과 불운의 문제로 여겼다.

그가 좋아했던 사람을 만난 건, 행운.

그녀가 그를 좋아하지 않은 건, 불운.

너무나도 흔한 일이지.


너무 흔한 일이라 그는 한 마디 말도, 슬픔도, 그녀를 떠올리는 것도 모두 쓸모없는 감상이라 느꼈다. 



그가 원이판을 비로소 생각했던 날은 바로 그가 난우 대학에 들어간 날이었다. 그는 그의 룸메이트 돤자쉬를 만났고 돤자쉬는 본인이 이허에서 왔다고 말했다. 쌍옌은 돤자쉬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이허는 어때?” 

“꽤나 좋아. 다음에 너 시간 있을 때 같이 가자,” 돤자쉬는 미소지었다, ”그냥 기후가 좀 다른 것 같아. 난 아직도 난우에 적응이 안되네.“


쌍옌과 돤자쉬는 여름 밤의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섰다. 쌍옌은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깔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았다. 


그는 조용히 돤자쉬에게 담배갑을 내밀었지만 돤자쉬는 담배 하나를 꺼내곤 그저 갖고놀기만 했다. 

쌍옌은 라이터를 꺼내 그 불꽃이 진홍색 빛을 내며 담배 끝을 태우는 걸 지켜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연기를 내뿜었지만 불현듯 원이판이 담배를 싫어하는 게 떠올랐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마주치면 원이판은 쌍옌의 팔을 끌고 빠르게 그 사람을 지나쳐갔다. 

쌍옌은 그가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원이판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싶어했지?

“왜 그래?” 오랫동안 말하지 않은 쌍옌을 보고 돤자쉬가 별뜻없는 질문을 했다, “이허 대학에 입학한 친구 있어?”

“아니,” 쌍옌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원랜 거기 지원하려고 했어.”

“왜 안했는데?”

조용한 밤 바람이 계화꽃의 향기와 여름의 열기를 가져왔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눈도 먹물만큼이나 검은 쌍옌은 팔꿈치를 난간에 기대어 밖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조용히 대답없이 손에 들린 담배를 끝까지 피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돤자쉬가 쌍옌이 대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때쯤 쌍옌은 희미한 웃음을 내뱉곤 덤덤히 말했다. “지원서 바꾸기엔 너무 늦었더라고.”


정해진대로 평범한 날들이 지속됐다.

쌍옌은 군사 훈련을 끝냈고, 얼굴이 조금 탔으며, 대학생활을 계속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많은 여자들로부터 고백을 받았지만 그는 연애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이게 귀찮고 피곤하기만 했다. 심지어 고백을 거절하는 것 마저도 귀찮아져서 그 누구에게도 곁에 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일부러 특별한 누군갈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타협하기도 정착하기도 싫었다.

연애할 나이가 되었다거나, 괜찮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거나 혹은 그저 가볍게 누굴 만나야겠다 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의 짝이 반드시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운이 좋아 누군갈 만난다면 좋은 일이지.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이렇게 사는 삶이 쌍옌에겐 큰 일이 아니었다.


23일, 조금 일찍 잠든 쌍옌은 고등학교 시절 원이판을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때의 꿈을 꾸었다. 원이판은 그렇게 인기 있지 않았다. 모두가 ‘원꽃병‘이라며 뒤에서 수군댔지만 그녀는 여전히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어나 시계를 흘끗 보았다.

새벽 2시 10분.

이미 벌써 24일, 상강이었다.


쌍옌은 침대에 앉아 꽤나 오래 머리를 비우려고 했다.

한밤중 새벽 감성 때문인지몰라도 결국 그는 감정과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서 나와 발코니로 향했다. 

그는 능숙하게 원이판의 번호를 입력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는 그 찰나, 수없이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목소리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시간에 자고 있을 텐데, 깨우면 화내려나?

발신자를 보고 전화를 안받으려나?

전화하는게 괜찮긴 할까?

그러나 그는 알고 싶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원이판이 잘 지내는지.

괴롭힘 당하진 않는지..


그러나 모든 이 생각의 타래가 기계 음성으로 인해 끊어졌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십시오.“

그 순간, 쌍옌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정말로, 원이판한테 버려졌구나.

그동안 축적된 감정이 그 순간 폭발했다. 쌍옌은 혼란으로 무거워진 머리를 떨궜다. 그의 목 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는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트려 다시 다이얼을 눌렸다. 똑같은 말을 계속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기만 했다. 자동으로 통화가 끊어지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끈질기게, 수도 없이.

너무나도 조용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 남자는 난간에 기대서서 의미없는 똑같은 행동만을 반복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꺼질때까지. 마침내 그는 핸드폰을 들고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곤 오래 홀로 발코니에 서있었다.

하늘이 점차 밝아지는 걸 보고나서야 그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쌍옌은 항상 그가 표현할 수 없는 말을 품고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가 베이위에 그녀를 보러 갔던 때처럼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아주 많이 연습했던 그 말은 그녀에게 한 번도 전달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구나 하는 “생일 축하해”라는 말일 뿐인데, 이번 생에 원이판에게 이 말을 하는 일은 절대 다신 없겠지


1학년 겨울 방학 어느날엔가 쌍옌은 수하오안에게 이끌려 고등학교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반 년만에 원이판에 대한 소식을 종쓰차오로부터 들은 날이기도 했다.

그 날, 쌍옌은 룸이 너무 꽉차있고 답답해서 담배를 피우러 복도로 나갔다. 종스차오도 잠시후에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왔다. 희미한 불빛 때문에 그녀는 쌍옌이 그 근처에 있다는 걸 몰랐다. “너 겨울 방학에 안 올거야? 난 네가 난우로 오거나 내가 베이위로 갔으면 좋겠는데. 며칠동안 너랑 놀고싶단 말야.” 

쌍옌의 움직임이 그 순간 멈췄다.

”너 왜 안오려고 해? 너 누구 만나는 중이야? 그게 아니면 왜 안오려고 하는데? 거기 혼자 있으면 우울하잖아…“ 종스차오는 말했다. “알았어, 그럼. 몸 잘 챙기고 잘 지내고. 아, 맞다. 나 네가 저번에 말했던 게임 다운 받았어. 나 오늘 저녁에 집 가면 해보려고. 너 어느 서버에 있다고 했더라? 서버 2?”


“내가 잘 기억하고 있었네. 근데 너 어떻게 이 게임 시작하게 됐어? 네가 게임한다 그래서 놀랐잖아.” 종스차오가 말했다. “너 캐릭터 이름 뭐야? 네 캐릭터 이름이랑 맞추고 싶어서.”

“적당히 끓는 물(Mild Boiling Water)?” 종스차오는 한동안 웃었다. “무슨 이름이 그래? 알겠어, 그럼 난 ‘시리게 차가운 물(Fierce Ice Water)’로 만들게.”


쌍옌은 후에 수하오안에게 온라인 게임의 이름을 알아냈다. 새해전날 밤 그는 침대에 누워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스크린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웹페이지를 열고 그 온라인 게임을 다운받았다.

쌍옌은 본능적으로 남자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러나 원이판을 생각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다시 마우스를 움직여 여성 캐릭터로 바꾸었다.

스크린을 응시하며 잠시 고민한 끝에 게임 아이디를 입력했다.

그는 천천히 두 단어를 타이핑했다.

Bai Xiang

그는 항복했다. 그냥 다 잊을 순 없었다.

쌍옌은 ‘적당히 끓는 물(Mild Boiling Water)’을 친구로 추가하기 전 원이판 만큼 레벨을 올리는 데까지 며칠동안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은 랜덤 친구를 추가할 수 있었고, 일정 레벨에선 친구 50명을 추가하는 것이 게임 과제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이판은 친구 수락을 했다. 

게임 내 친구찾기 기능을 통해 쌍옌은 그녀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는 게임 내에서 그녀와 나란히 걸을 수 있었다. 그녀가 홀로 몬스터와 싸우면, 그도 똑같이 했다. 

시간이 지나, 쌍옌은 행동을 멈추고 타이핑 하기 시작했다.

[Bai Xiang]: 팀플할래?

원이판의 캐릭터가 멈췄다. 곧 작은 말풍선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Mild Boiling Water]: 좋아

바로 그 순간, 쌍옌은 운명에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반 년만에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 했던 말들을 기억해냈다.

“나 이제 너 귀찮게 하지 않을게.”

약속이었다. 

그가 언젠가 그녀에게 했던 말 처럼, ”난 항상 너의 옆에 있을 거야.“

원이판에게 약속을 했으니 그는 그걸 지켜야했다.

하지만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유일한 선택지는 다른 정체로 그녀의 곁에 있는 것 뿐이었다.

원이판은 온라인에 자주 접속하진 않았다. 가장 활발히 들어왔던 때는 1학년 후반부쯤이었다. 이 시간동안 그들은 점차 서로 익숙해졌고 때때로 현실 얘기도 나누곤 했다.

그는 그녀가 캠퍼스에서 가장 자주 가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 그녀가 캠퍼스 밖 밀크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과 여전히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쌍옌은 이 방법을 아주 조심스레 사용해서 그녀의 일상을 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이판은 점점 바빠졌는지 게임에 예전만큼 자주 접속하지 않았다. 이 주기가 며칠에서 1주, 심지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길어졌다. 그러나 4년 내내 그녀는 이 게임을 아예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전부 사소한 것들이었다. 

[Mild Boiling water]: 너 캐릭터 이름이 제법 불운하다

[Mild Boiling Water]: ‘패배’한 ‘항복자‘라니

[Mild Boiling Water]: 잠깐, 너 이름 발음이 “xiang”이야 아님 ”jiang”이야?

[Defeated Surrender]: Jiang

[Mild Boiling Water]: 그럼 너 오타낸거야? Jiang이면 다른 글자여야 하는데

[Defeated Surrender]: 그 아이디는 벌써 누가 쓰고 있다길래


[Mild Boiling Water]: 나 요즘 공부하느라 바빠져서 아마 옛날만큼 많이는 못 할거야.

[Defeated Surrender]: 응 알겠어

[Mild Boiling Water]: 우리 항상 팀플 했었잖아. 네가 날 기다렸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 네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봐 걱정했어. 그래서 너한테 말해주려고.

[Defeated Surrender]: 난 기다렸지

[Defeated Surrender]: 근데 나 이제 곧 인턴십 시작이라 나도 로그인 자주 못할 거야.

[Defeated Surrender]: 우리 서로 시간날 때마다 계속 연락하자

그들의 대화도 점차 줄어들었다.

쌍옌은 정기적으로 이허를 다녀왔다. 때때로 그녀가 보고 싶어서. 그곳에서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 지 볼 수 있었다. 그는 원이판이 살이 좀 빠졌고, 친구를 만들었으며 머리도 짧게 잘랐고 더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걸 알아챘다. 


어느날 WeChat에 알림이 왔다.

쌍옌은 ‘새 친구’ 목록에 빨간 점이 생긴 것을 보았다. 프로파일을 눌러보니 이름이 “원”이었다. 그리고 아이디는 wenyifen1024였다.

쌍옌은 잠시 화면을 보다 친구 요청을 수락했다.

그녀는 그에게 어떤 메세지도 보내지 않았다.

그를 친구추가 한 것이 어쩌면 실수였을 지도 모른다.


다시 또 시간은 흘러갔다.

쌍옌은 그녀의 위챗에 첫번째 모먼트가 게시된 걸 보았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니 사무실 책상 위에 엄청난 양의 신문이 쌓여있었고 사진 아래엔 캡션이 달려 있었다:[신문을 일주일 동안 읽었는데 내일 할 게 없으면 이걸 외워야한다니] 

종스차오가 그녀를 놀리는 댓글을 남겼다.:[하하하, 인턴자리 잘 찾았네]

쌍옌은 그 사진 속 신문에서 ‘이허 일보‘라는 글자를 보았다.



쌍옌은 이허 거리를 걷다 신문 가판대 앞에 멈춰 섰다. 그는 가판대에 다가가 몇 백 위안의 돈을 주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혹시 매일 이허일보 모아주실 수 있나요?”

“네? 매일이요?”

“네, 제가 3달에 한 번씩 가지러 올게요.”



원이판의 대학 졸업식이 있는 날, 쌍옌은 강당에 들어가 맨 뒷자리에 앉아 원이판은 단상 위로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 것을 보았다. 졸업식이 끝난 후 그녀의 친구들이 원이판을 끌고가 같이 사진을 찍는 것도 보았다. 

그의 눈엔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원이판만 보였다.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그녀를 첫 눈에 찾을 수 있었다.

쌍옌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멀리에 있는 원이판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인파에 파묻혀있는 쌍옌을 아마 그녀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연거푸 사진을 찍었지만 그녀는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여기에 도착해서 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끝내.

쌍옌은 평소라면 입지 않았을 단정한 하얀 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그는 핸드폰을 다시 들어올리고 4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렀다: “원이판” 

그 소리를 따라 원이판이 어리둥절하며 돌아보았다.

이 날은 쌍옌이 처음으로 마스크와 모자 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날이었다.

갑자기 곤혹스런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보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이 서로 갈등했다.

바로 그 순간, 원이판의 시선이 온전히 그의 얼굴에 꽂혔다.

쌍옌은 바로 고개를 돌려 원이판이 있는 곳과 정 반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원이판의 사진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 속 그녀는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뻐해야 할 날이지. 그래야하는 날이니까.

그러니 그녀가 봐선 안 될 사람을 보면 안되는 날이기도 하고.

그는 입꼬리를 약간은 올리며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멀어졌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그는 홀로 왔으니 홀로 떠났다.

무한히 반복되는 끝없는 외로운 여정.


쌍옌은 졸업한 이후 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 바를 열었다. 4학년 때 인턴을 했던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일 때문에 바빠 이허에는 예전만큼 자주 방문하지 못했다. 대신, 원이판의 위챗 모먼트를 통해 그녀가 이허 라디오&텔레비전에 새로운 팀으로 이직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식 말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그 게임을 점차 떠나갔고 예전보다 훨씬 더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그의 친구 목록은 모두 로그오프 상태였다. 맵을 돌아다니더라도 할 수 있는 퀘스트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쌍옌은 자기 전 습관 처럼 게임에 접속했다. 예상치 못하게 원이판이 로그인 한 것을 보았다. 그의 눈을 의심하며 몇 초 동안 얼어있다 바로 원이판의 캐릭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Defeated Surrender]: 너 계정 해킹 당했어?

[Mild Boiling Water]: 너 아직도 이 게임 해?

[Mild Boiling Water]: 나 안 쓰는 프로그램 지우고 있다가 갑자기 이 게임 안 지운 게 생각이 났어. 그래서 지우기 전에 잠깐 들여다볼까 했었지.

[Defeated Surrender]: 음..

[Defeated Surrender]: 너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긴 침묵이 이어졌다.

[Mild Boiling Water]: 그닥 좋진 않았어

[Mild Boiling Water]: 인생이 그닥 행복하진 않아. 근데 우리 모두 그냥 이렇게 사는 거잖아.

쌍옌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그에게 인생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한 건 처음이었다. 

무미건조한 대화가 조금 더 이어졌다.

[Mild Boiling Water]: 나 할 게 있어서 이제 로그오프 할게.

그리곤 곧 사라졌다.

쌍옌은 모니터를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 다음날 정오에 이허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이허로 도착하니 이미 벌써 저녁이었다.

택시를 타고 이허 라디오&텔레비전으로 향했다. 그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원이판이 걸어나오는 걸 보았다. 가방을 메고 천천히 걷고 있었고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는 차에서 나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원이판은 곧장 앞으로 걷더니 길을 건너 코너를 돌았다. 케이크 가게 앞에 잠시 멈추더니 진열장에 있는 딸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 지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계속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원이판은 벤치에 앉아 멍하니 땅만 바라보았다.

울지도 않고 핸드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쌍옌은 코너에 서서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속눈썹이 약간 떨리더니, 그는 몸을 돌렸다. 아까 그 케이크 가게에서 딸기 케이크를 구입했다. 

돈을 지불했지만 케이크가 담긴 박스를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는 밖을 가리키며 점원에게 부탁을 했다:“혹시 저기 밖에 벤치에 앉아있는 여자한테 케이크를 가져다 주실 수 있나요?”

”네?“

”가게에서 새로 나온 제품인데, SNS에 리뷰 올리면 공짜로 드리겠다고 해주세요.“ 쌍옌은 말도 안되는 변명을 생각해냈다.

쌍옌은 난우로 돌아온 지 3개월이 흘렀지만 벤치에 멍하니 홀로 앉아있던 원이판에 대한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그는 마침내 뭔갈 알아냈다는 듯이 컴퓨터로 사직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만약 원이판이 잘 지내지 못한다면.

그는 망설일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쌍옌은 그가 게임에서 그녀에게 보냈던 마지막 메세지가 기억났다.

— 너 혹시 다른 걸 해보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 메세지를 보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로그오프를 했었다.

그녀는 그 후로 다신 로그인 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그의 메세지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 마저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네가 오지 못하면,

내가 가야지.


정식으로 사직을 하고 난 저녁, 쌍옌은 수하오안에게 ‘오버타임‘으로 술 한 잔 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그는 원이판이 테이블 중 하나에 앉아있는 걸 보았다.

그녀는 옅은 색 스웨터를 입고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종쓰차오와 대화 중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종이만큼 하앴지만 미소를 띈 입술은 붉었다. 

매번 그랬던 것 처럼.

그 순간 쌍옌은 짧은 당혹감을 느꼈다.

혹시 이건 환상이 아닐까.

그는 평소처럼 2층으로 올라가는 대신, 바로 걸어가 허밍보에게 말을 걸었다. 허밍보는 약간 당황해하며 물었다, “왜 위층으로 바로 안 가고?”

그는 멍하니 대답했다. “아, 조금 있다가.“

“원하는 술 있으면 만들어 줄까?”

“아냐, 됐어.“

그들이 평소처럼 대화를 하는 도중, 원이판의 테이블에서 갑작스런 움직임이 보였다. 쌍옌이 어깨너머 흘끗 보니 Yu Zhuo가 원이판에게 잔을 쏟은 모양이었다. 원이판의 옷이 흠뻑 젖었고 Yu Zhuo는 창백해진 얼굴로 연신 사과 중이었다. 

그녀는 알콜로 젖은 옷 때문에 차가움을 느끼고 즉시 일어섰다.

원이판은 곧장 화장실로 향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녀가 눈을 들어올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의 존재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은 차분했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거뒀다.

허밍보가 쌍옌에게 말했다. “말이 좀 통할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인데… 내가 Yu Zhuo한테 처리하-”

쌍옌은 허밍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이판이 화장실로 향하는 걸 보며 곧장 일어섰다. 

“내가 갈게.”

그는 여전히 그녀의 세상으로 부터 단절되는 그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보고싶었으니 그녀를 보러 가야만 했다.

쌍옌은 다른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러니 남은 인생을 다 바쳐서라도 그가 여전히 소유하고 싶은 그 사람을 사랑하며 보내고 싶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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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사위 등령추 나온 숏드에ㅋㅅ씬 본 댕댕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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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숏드인데 시즌3까지 나온 여주남장물고장극이고 혐관인데 시즌2까지도 아직 여주가 남주 좋아할 기미가 안보이는거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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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프릭릴스 오류나가지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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