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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감상: "우주에서 함께 추는 탱고를 구경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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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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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제외. 다만 예고편에 나온 장면은 감상글에 씀>

<'예고편도 스포일러이므로 보고 싶지 않다.'싶은 분이라면, 애초에 이 글을 안 열었겠지만, 혹시 실수로 들어왔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길 바람.>

 

 

https://www.youtube.com/watch?v=g2ClO3O5QWA

 

 

 “멸망하는 인류를 구해야 하는 한 사람.”

 “그는 우주비행사도 영웅도 아닌, 그저 한 명의 학교 선생님.”

 

 

-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야.

나는 SF 팬이라 앤디 위어의 소설과 영화를 모두 봐 왔지. 마션, 아르테미스, 그리고 프로젝트 헤일메리까지.

전작 마션화성에 홀로 표류한 우주인을 구하기 위해 세계가 나서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작은 반대야. ‘한 명의 인간이 세계를 구하러 나서는 내용이지.

소설이 잘 짜인 이야기여서 이건 영화로도 어울리겠다 생각했어. 그래서 이번 IMAX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를 얻어 며칠 내내 행복했지. 지금도 행복. 행복. 행복.

본격적으로 영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설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하드 SF에 속해.

하드 SF는 과학과 기술이 엄밀하게 다루어지는 소설이야. 실제 과학 법칙이 소설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세계관을 설명할 때도 현실의 과학을 토대로 논리를 쌓아.

더쿠의 도서방에 거주하는 책벗이라면 이 책이 유행한 몇 년 동안 크게 3종류의 독자로 구분되었을 거야.

 

독자1:하나도 이해 안 돼. 재미없어서 안 읽기로 했어.”

 

독자2:중반부 넘어가니 엄청 재미있다! 좋음! 좋음! 좋음! 그런데 초반 과학 내용은 어려워서 흐린 눈 했음.”

 

독자3: “책의 첫 장면부터 하드 SF의 정수를 담고 있어. 특히 초반 방탈출 장면에서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사고 실험을 재현하여 중력과 관성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등가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현재 위치가 지구가 아님을 추론한 방식은 박수를 칠 만한 시작이야. 그 외에……(중략)”

 

나는 3번째 독자였어.

그레이스와 과학자들이 과학철학을 논하고,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을 통해, 소설의 핍진성 있는 세계관이 현실의 물리학과 정합하다는 걸 확인하며 즐거움을 느꼈어.

그래서 영화관에 들어가며 기대했지. 물리학과 생물학과 천문학을 포함한 여러 과학적인 사고 과정이 얼마나 잘 살아 있을까?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 영화는 3번 독자를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두꺼운 과학책은 덮어두시고 그냥 즐기세요.

프로젝트 헤일메리영화는 어디까지나 원작에서 낙오한 1번 독자와 과학이 어려운 2번 독자를 대상으로 삼았어.

대중성을 겨냥한 영화야.

영화는 소설에 나온 복잡한 과학 파트를 과감하게 삭제했어.

소설처럼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우주에 있다는 걸 수학 계산으로 파악하게 할 필요 없지. 그냥 우주선 창밖의 반짝이는 뭇별들을 보여주면 충분하거든. 이건 텍스트와 영상이라는 매체의 표현법 차이라고 할 수 있어. 영화는 열심히 설명하고 말해주기보다는, 그냥 보여주기에 강점을 지닌 매체니까.

과학 파트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세계관을 소개하는 초반부가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이고, 당연하게도 2번 독자가 기대하는 좋음! 좋음! 좋음! 파트가 이야기의 중반에 등장하지 않고 더 이른 앞부분에 나온다는 장점이 생겼어.

바로 우주에서의 조우 말이지.

 


 

 -우주와 지구. 그리고 IMAX

이 영화는 지구와 우주의 화면비가 달라.

지구는 2.39:1의 와이드 스크린이고, 우주에서는 1.43:1의 아이맥스지.

우리는 가로로 넓은 화면에 익숙해. 지상에 사는 사람의 시야는 대부분 양 옆으로 펼쳐지거든. 좌와 우. 중력에 묶이고 지평선을 기준으로 한 우리의 감각 경험이라 할 수 있어. 그래서 영화 속 지구 장면은 일반적인 와이드 스크린의 비율을 사용해.

하지만 우주는 달라. 중력이 없고 위아래의 구분이 없지. 헤일메리 포스터의 그레이스 모습을 주의 깊게 봐. 그레이스는 똑바로 서 있지 않아.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뒤집어진 채 창밖을 관찰하고 있지. 이는 당연해. 무중력 상태에서는 위아래 구분이 없거든.

영화 속 그레이스는 관객 기준으로 삐딱하게, 때로는 뒤집어져서 움직여. 아이맥스는 여기서 진가를 발휘해.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까지 가득 찬 이미지. 광활한 우주에서 둥둥 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줘. 그리고 관객은 그레이스를 따라 광활한 우주의 감각을 체험하게 돼.

IMAX 화면에서 보는 영화는 관객에게 우주의 광활함을 경험하게 해주고,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을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채워. 그러니 이 영화는 어느 상영관에서 보느냐(특히 아이맥스냐 아니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 경험을 하게 될 거야.

 

 

함께라면, 우리는 모든 세상을 구할 수 있어.”

 

- 감상

좋은 점을 먼저 말할게.

대중성 있게 각색한 영화야. 상영시간 내내 감동이 이어지고, 원작에서 거칠다고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을 매끈하게 가다듬었어. 무엇보다 소설에 없었지만 독자라면 궁금해하고 상상만했을 내용을 영화로 그려주었지. 좋은 각색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었어.

단점도 있지.

영화에서 비중 있는 인물은 그레이스, 로키, 스트라트 세 명뿐이야. 나머지 조연은 시간 제약상 덜어내어 그들의 개성 있는 모습과 여러 생각들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어. 이 영화는 라이언 고슬링의 원맨쇼에 가까워.

하지만, 애써 단점을 꼽으려 했을 뿐, 정말 단점이라 하기에는 애매해.

사실 이것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저 내가 독자이자 관객인 입장에서 더 줘’, ‘더 보고 싶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줘’, 외치며 이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거든. 혹시 디렉터스 컷으로 3~4시간 짜리 영상 있으면 더 보고 싶어. 마음은 이미 매표소임.

두꺼운 원작 소설을 그대로 러닝타임에 반영했다면 엄청난 상영시간이 되었을 테니 가위질 하는 게 맞아. 난 더 보고 싶었지만 156분을 다 보고 나면 제법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야.

원작에서 다루었던 여러 가지 철학적 질문들 "우리는 어째서 같은 가청주파수를 공유하는가?", "우주에서 우리 외에 다른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 등이 있었으나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어.

관객은 그레이스와 로키가 360도를 가득 채운 플라네타리움에서 불꽃놀이와 세계 여행 동영상을 틀어놓고 팔다리를 흔들며 춤추고 파티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과학자와 공학자가 서로 학술 토론으로 밤을 지새는 내용은 지루해 하겠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에게 보여주기였으니, ‘관객에게 생각을 심기영역은 소설에게 양보를 할 차례야.

그래서 나는 권하고 싶어. 만약 이 영화를 보고 생각에 싹이 트기 시작한 관객이라면, 이번 기회에 독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영화가 IMAX라면, 책은 TextMAX.

책 읽는 독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과 꿈은, 어느 상영관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별들과 우주로 가득 찰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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