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추천도서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좋았던 문장들
773 3
2026.01.13 21:51
773 3

SjNOaz

번역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흰 고래 같은 텍스트를 만났을 것이다. 잡히지 않는 공허. 포착할 수 없는 의미. 이쪽을 붙들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잡으면 이쪽이 사라지는 단어를,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무수한 틈이 생겨버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붓질을 더할수록 더럽혀지기만하는 순백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번역은 얼마나 투명해져야 하는가?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틈새에 있는 번역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지배 서사에 균열을 만들어 주변화된 목소리가 들리게 한다. 번역은 원본이 그 자체로 완결성과 근원성을 지닌다는 신화를 무너뜨린다. 번역은, 이종교배는, 혼종은 원본을 변형하고, 아버지를 살해하고, 혹은 아버지를 삼키고, 거기에 내 모습을 입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최초 장면'의 트라우마를 길들인다. 그렇게 식민지에서 우리가 계속 번역을 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에 오게 된 곳이 이곳일지 모른다.


번역이 아무리 자연스럽고 편안한 한국어를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번역문에는 번역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흔적이 번역문의 미덕이 된다. 타자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포개어지고 간섭이 일어날 때 아롱거리는 무늬가 언어에 아름 다운 흔적으로 남는다.


XuDKKI

나 진짜 이 짤처럼 읽었어^^...


완전무결한 번역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부터 그냥.. 그냥 글을 진짜 잘 쓰심


원문 단어는 총체적인 과일을 의미하는 거였는데 번역가가 자의적 해설을 곁들여서 라틴어 '악의'와 발음이 비슷한 '사과'로 옮김

그걸 차용한 문학 <실낙원>이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결국 아담의 사과가 신학적 권위를 업고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남자의 목젖을 상징하는 Adam's apple은 사실 Adam's apricot이 될 수도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하나의 오역 혹은 오독이 문학적•종교적으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가...


이런 번역 관련한 일화들도 너무 재밌고 두근거리면 읽게 돼 ㅊㅊ!!!!!!!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디즈니·픽사 신작 <호퍼스> '호핑 기술 임상 시험' 시사회 초대 이벤트 152 02.12 14,67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82,12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569,34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86,48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78,817
공지 알림/결과 ✅2025 연말 도서방 설문조사 57 25.11.30 4,206
공지 알림/결과 📚도서방 챌린지 & 북클럽 & 오늘의 기록 & 올해의 책📚 65 22.01.14 108,778
모든 공지 확인하기()
52567 잡담 원래 독서는 진짜 안 하던 사람이라 이제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15:28 5
52566 잡담 이제 웬만하면 책 안사려고 했는데 방금 교보 들어갔다가 홀린듯이 사버림 15:19 53
52565 잡담 미니파워 샀다 ㅎ.ㅎ 1 14:39 60
52564 잡담 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지금 보면 어떨까ㅋㅋㅋ 3 14:29 84
52563 잡담 원주에 이런거 있다 14:27 82
52562 잡담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연매장을 1 14:15 108
52561 잡담 눈물을 마시는 새 전자책 vs 종이책, 뭘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 4 14:06 98
52560 잡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재밌어!! 4 13:48 68
52559 잡담 나 왜 요즘 픽션을 못읽겠지?? 2 13:16 118
52558 잡담 와 이거 고전인데 책 소개보고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사봄 5 13:06 281
52557 잡담 분기별 도서구매지원금 10만원 누군가가 무상지원해줬으면 좋겠어.... 12:59 47
52556 잡담 필로우맨 진짜 재밌다 12:47 55
52555 잡담 연휴에 읽을 책 샀다아 1 12:30 97
52554 잡담 제인오스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재산을 정리해 봄 (과연 1위는 누구?) 10 12:24 195
52553 잡담 혹시 선물용 책 추천 하나 받을 수 있을까? 5 11:33 159
52552 잡담 도서방 덬들아 케톡에서 반반 나왔는데 이거 책장 휜거같아? 9 11:25 442
52551 잡담 삼체 드라마 존잼으로 봤거든? 책이 더 재밌어? 8 10:42 233
52550 잡담 아 리더기 사고 싶어 2 10:11 182
52549 잡담 퍼시잭슨 읽으려고 하는데 출판사 09:58 61
52548 잡담 먼슬리클래식으로 폭풍의언덕 나왔었어? 2 09:58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