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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좋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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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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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NOaz

번역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흰 고래 같은 텍스트를 만났을 것이다. 잡히지 않는 공허. 포착할 수 없는 의미. 이쪽을 붙들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잡으면 이쪽이 사라지는 단어를,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무수한 틈이 생겨버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붓질을 더할수록 더럽혀지기만하는 순백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번역은 얼마나 투명해져야 하는가?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틈새에 있는 번역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지배 서사에 균열을 만들어 주변화된 목소리가 들리게 한다. 번역은 원본이 그 자체로 완결성과 근원성을 지닌다는 신화를 무너뜨린다. 번역은, 이종교배는, 혼종은 원본을 변형하고, 아버지를 살해하고, 혹은 아버지를 삼키고, 거기에 내 모습을 입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최초 장면'의 트라우마를 길들인다. 그렇게 식민지에서 우리가 계속 번역을 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에 오게 된 곳이 이곳일지 모른다.


번역이 아무리 자연스럽고 편안한 한국어를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번역문에는 번역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흔적이 번역문의 미덕이 된다. 타자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포개어지고 간섭이 일어날 때 아롱거리는 무늬가 언어에 아름 다운 흔적으로 남는다.


XuDKKI

나 진짜 이 짤처럼 읽었어^^...


완전무결한 번역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부터 그냥.. 그냥 글을 진짜 잘 쓰심


원문 단어는 총체적인 과일을 의미하는 거였는데 번역가가 자의적 해설을 곁들여서 라틴어 '악의'와 발음이 비슷한 '사과'로 옮김

그걸 차용한 문학 <실낙원>이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결국 아담의 사과가 신학적 권위를 업고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남자의 목젖을 상징하는 Adam's apple은 사실 Adam's apricot이 될 수도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하나의 오역 혹은 오독이 문학적•종교적으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가...


이런 번역 관련한 일화들도 너무 재밌고 두근거리면 읽게 돼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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