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그림 등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부분에
인공지능이 가져올(또는 가져오고 있는) 영향을 고찰한 글이야.
장강명 특유의 꼼꼼한 취재와 건조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책.
그동안 두루뭉실하게 말해오던 '진보'나 '가치' 같은 단어의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기술의 발전이 과연 좋기만 한지, 그러면서도 기술 도입에 갖는 거부감의 근원은 무엇인지를 파고듦.
꼭 예술 분야 종사자가 아니어도 요즘 시대에 많이들 한번 읽어보면 좋겠는 책이라서 추천해.
아래는 발췌 몇 구절:
-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 그 인공지능이 싼 가격에 보급되는 것. 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는 것.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 당신이 알던 개념을 인공지능이 재정의하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인공지능은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와는 다르다.
-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 해야 하는 고민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된다.
- 인간은 그런 개념어와 비유에 기대어 세계를 파악한다. 언어는 도구다. 그 도구에 기대지 않는 인공지능이 언어라는 도구에 기대야만 하는 인간들보다 더 훌륭하게 과제들을 수행할 때, 언어에는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이냐’를 비로소 제대로 묻게 된다.
-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 탁월함을 첫 번째 목표로 추구하지 않을 때 예술은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