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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란 책 알아?(강추)(매우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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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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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겨레출판 책 좋아해서 인스타 팔로하는데
최근에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란 책이 나왔더라고. 

 

제목만 보면 제목이 좀 평이해서 그런가.. 
내용도 솔직히 그리 인상적일 것 같진 않았는데
목차 보니까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보이는 거야! 
그저께 주문해서 어제부터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거 정말 좋은 책 같아. 
특히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페미니스트 여성이라면 
반드시 읽고 넘어갔으면 좋겠어!!! 
나도 아직 다 읽진 못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곳 중에서 무척 흥미로운 파트를 소개할게. 
바로 첫 파트야ㅋㅋㅋㅋㅋ 

 

 

첫 파트부터 새로운 개념어가 등장하더라고. 
이 첫 파트는 손희정 선생님이 쓰셨어. 
여성학/페미니즘에 관심 있거나 글 좀 읽어본 벗들이라면 
안 들어봤을리 없는 이름이지?

 

파트 제목은 '디지털 시대, 고어 남성성의 등장'이야.
여기서 바로 '고어 남성성'이란 말이 새로운 개념어인데, 
현재 한국 남성이 지키려는/생산하고 있는 남성성을 
'고어 남성성'이라고 정의하는 것 같아. 

 

이 '고어 남성성'이란 개념은 '고어 자본주의'란 개념에서 착안했다고 해. 
고어 자본주의는 사야크 발렌시아라는 
멕시코의 트랜스 페미니스트 연구자가 만든 개념이래. 
알다시피.. 멕시코는 마약이나 살인 같은 범죄 문제가 정말 심각한 곳이잖아. 
마약 카르텔이나 폭력, 살인이 일상에도 깊이 침투해버린 멕시코 사회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의할 수 있는 인식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고어 자본주의'란 개념을 만들었대. 

 

그럼 과연 고어 자본주의란 뭘까? 
여기서의 '고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어 영화'의 그 고어가 맞아! 
고어 자본주의 사회는 말 그대로 폭력, 신체훼손, 
더 나아가선 살인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삼는 사회야. 

 

이 고어 자본주의는 과연 멕시코만의 특징일까? 
사야크 발렌시아나 손희정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봐. 
고어 자본주의적 특성은 전세계적으로 보이고 있어. 

 

어쩌다 인간 사회가 고어 자본주의로까지 치달은 걸까. 
책에서는 신자유주의-지역 간 불균등한 발전(불평등)이 
극단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국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생산수단도 별 거 없고 소비력도 별 볼일 없는 가난한 나라들부터 
이 세상이 요구하는 자본주의를 안간힘을 쓰려 따라가려다
결국 폭력이나 살인, 마약 같은 '고어함'으로 돈을 벌게 된다는 거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될 수록 유명해지는 일 자체가 돈이 되잖아? 
이걸 '주목경제'라고 하는데, 이 주목경제 흐름과도 맞물리면서 
남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걸 점점 날것 그대로 전시하고 상품화해 돈을 버는... 
즉 고어함이 상품이 되는 사회가 된 거지. 
물론 우리와 멕시코는 경제 규모나 상황이 다르고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건 우리도 이 고어 자본주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야. 

 

손희정 선생님은 이런 고어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 
현실 세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고 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너무 명백한 예시가 있어. n번방 사건.
이거야말로 여성 신체를 훼손해서 돈을 번 경우지. 
또 많은 유튜브 렉카충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페미는 비정상이다'란 프레임을 여성에게 씌우고, 
여성을 마녀화/악마화 하면서 돈을 벌고 있고. 

 

손희정 선생님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 남성의 한 갈래이자 특징을 
'고어 남성성'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그 정의가 흥미로워서 이건 본문 일부를 아래에 그대로 인용해 볼게.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어 남성성의 특징은,

(1)디지털을 거점으로 
(2)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시민권과 자본 축적의 자원으로 삼고 
(3)전 지구적 가부장체제의 남성성의 위계 안에서 ‘알파 메일’에 다다르지 못하는 ‘베타 메일’로서 주변화된 남성성을 극복 혹은 전유하기 위해 
(4)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함으로써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5)이런 양상이 산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33p) 

 

 

어때??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되지 않니 벗들아ㅠㅠ

 

 

 

지금 동덕여대생들이 자신들의 배움터를, 생활터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어.
다른 여대를 비롯해 성공회대 같은 남녀공학 대학도 연대하고 있고. 
나는 이번 사건에 정말 많은 사회적 함의가 들어있다고 봐. 

 

8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이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아주 오랫동안 쌓여 온  혐오로 인한 사건이었음을 
수많은 여성들이 깨달았고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났지. 
이번 사건도 '한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와 그에 대한 반발'이라는 표면 뒤에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이후 쌓여 온 
또 새로운 양상의  혐오와 배제, 숱한 백래시, 
그로 인한 여성들의 불안과 분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해.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의 페미니스트로서 
이번 사건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으면 좋겠고, 
8년 전처럼 많은 여성들이 함께 연대하고 싸웠으면 해. 
그렇게 또 다시, 8년 전처럼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하게 생산되었으면 해. 

여성과 연대하고 저쪽과 싸우려면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게 뭔지, 
그리고 저쪽의 '본질'과 '정체'는 과연 뭔지,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대체 뭐에 맞서 싸우는 건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혹시 나와 생각이 같은 벗들이 있다면... 
이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꼭 같이 읽자..! (이거 말고도 다른 페미니즘 책 많이 읽자...!!!) 

 

더쿠 도서방 맨날 눈팅만 하고 글은 처음 써 보는데,
첫 글이 너무 구구절절 길어서 좀 민망하기도 하다...ㅠ
근데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만큼은 지금! 바로 이 시점에!!
벗들이랑 꼭 함께 읽고 싶어서 글 남겨봐. 너무 공유해보고 싶었음ㅠ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고어 남성성 이야기 말고도 정말 다양한 주제들이 책에 있어! 
개인적으론 정말 반가웠던 게, 페미니스트로서 내 개인적인 고민 중 하나가 
'AI 같은 기술 진보와 페미니즘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였는데, 
이런 문제도 짚은 파트가 있더라고. 
이밖에도 2024년 한국을 살고 있는 페미니스트로서 
꼭 생각해야만 하는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이 책을 다 읽으면 조금이라도 더 똑똑한 페미니스트가 되어있길 바라면서...!
이만 글 마칠게!!

 

긴 글 읽어죠서 고마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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