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독립서점에서 안윤 작가의 수필집을 구매한 적이 있어서 내용은 모르겠지만 작가 이름만 보고 빌려본 소설이거든?
근데 내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
소설은 '윤'이 과거 키르기스스탄에서 유학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해
그곳에서 만난 친구 우징과 홈스테이 할머니였던 라리사에 대한 추억..
우징은 라리사가 세상을 떠났고 윤에게 남긴 게 있다고 하면서 소포를 보내줘
그건 라리사가 수양딸로 키웠던 나지라의 기록이야
나지라의 삶이 두서없이 적혀져 있는 기록들...
윤은 나지라의 기록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그 번역된 내용이 바로 이 소설의 내용이야
소설에는 나지라와 쿠르만, 그리고 카탸라는 사람이 주로 등장하는데
쿠르만과 카탸는 부부고, 카탸는 과거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됐어.. 그리고 그런 카탸를 간호사인 나지라가 입주 간병인으로서 돌봤고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카탸와 그럼에도 카탸를 사랑하는 쿠르만
그리고 여러차례 상실로 인해 자기를 잃고, 현재진행형으로도 잃어가는 나지라
소설은 서문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결같이 '한 사람의 삶이 누락됨 없이 다른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 가능할까? 슬픔과 그리움, 기억의 빈틈은 번역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를 쫓아가
누군가의 삶은, 그 사람의 이야기는 누락되지 않고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가졌던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그 사람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의 빈틈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문득 '우리는 서로를 짐작할 뿐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더라고...
아무리 역지사지를 하고 공감능력을 키운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우리의 신체에 갇힌 사람들이라 타인은 짐작할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내 안에서 이야기를 또 한번 각색하고 편집할 수밖에 없지
그래도 삶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들, 기억들, 어떤 감정들을 쳐내서 버리지 않는다면 그 짐작은 실제가 아니더라도 실제에 가까운 건 아닐까?
그 짐작이 상당히 촘촘해지고 그럴듯한 개연성을 가졌을 때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 ㅎㅎ
책벗들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